고유정, 재혼한 남편과 단란한 생활 위해 범행 저지른 듯
숨진 전 남편 의식있는 상태에서 저항 못한 채 숨져...'졸피뎀' 투입 추정
훼손·유기된 사체 찾기 힘들지만 총력···"장례 위해 꼭 찾겠다" 피력

▲ ​7일 고유정의 얼굴이 공개됐다. 고유정은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Newsjeju
▲ ​6월7일 고유정의 얼굴이 공개됐다. 고유정은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Newsjeju

전 남편을 살해 후 시신을 훼손, 여러 장소에 유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고유정(36) 사건이 내일(12일) 검찰에 넘겨진다. 

'계획적 살인'을 확신하는 제주경찰은 고유정의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현 남편과 안정적인 결혼생활 유지를 위해 전 남편을 죽인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한 과정의 전모도 드러났다. 경찰은 고유정이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을 강씨에 투입해 저항하지 못하게 만들고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훼손 후 유기된 시신들의 행방을 경찰은 계속해서 찾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입장이다. 

11일 오전 10시30분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고유정 수사 마무리 브리핑을 진행했다.

제주경찰에 따르면 살인·사체손괴·유기·은닉 등 네 가지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은  숨진 강씨와 2017년 이혼했다. 둘 사이에 태어난 6살 아이는 고유정 친정집에서 키웠다.

이혼 후 고유정은 숨진 강씨에 아이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충북 청주에서 새 살림을 꾸렸다. 강씨는 아이를 법적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면접교섭 재판'을 신청했다. 

숨진 강씨와 고유정의 재회 역시 면접교섭 재판 연장선이다. 고씨는 5월18일 전라남도 완도항에서 배편을 이용해 자신의 차량을 싣고 제주로 내려왔다.

제주 입도 일주일 후인 5월25일 고씨는 아이들 대동한 채 전 남편과 만났다. 당일 저녁은 자신의 이름으로 예약한 제주시 조천읍의 폔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했다. 

고유정은 범행 후 유기한 사체 일부를 5월28일 제주-완도 여객선 항로에 버렸다. 완도에서 김포(부친 거주지)로 이동한 고유정은 2차 사체 훼손 후 주변에 유기했다.

경찰은 6월1일 고유정은 충북 청주 현 거주지에서 긴급체포 후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왔다. 

▲ 제주동부경찰서 박기남 서장이 11일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수사 마무리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유정은 내일 구속송치 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Newsjeju
▲ 제주동부경찰서 박기남 서장이 11일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 수사 마무리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고유정은 내일 구속송치 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Newsjeju

#. 고유정의 범행동기는? 

경찰은 이번 사건을 명확한 '계획적 범죄'로 보고 있다. 고유정은 초지일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신뢰가능한 증거는 전무한 상태다. 

고유정의 심리 분석을 위해 프로파일러를 투입한 경찰은 범행동기 추정으로 '안정적인 현재 결혼생활'을 언급했다.

11일 브리핑에서 박기남 서장은 고유정은 재혼한 남편과 완벽한 가정을 꿈꿨다고 했다. 숨진 강씨와 '면접교섭' 재판은 현 가정생활의 방해요소로 작용했고, 이 부분이 고유정에 스트레스로 다가왔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체를 훼손하고 유기하는 등 범죄수법이 잔혹하지만 경찰은 고유정의 정신상태는 원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파일러 등 평가는 고유정이 '사이코패스'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고유정의 '계획적 범행', 근거는?...범행 관련 압수품만 89점

'우발적 범행'이라는 고유정의 주장에도 사건 관련 증거 등을 차곡차곡 수집한 경찰은 '계획적 범행'으로 단정한다. 

우선 경찰은 고유정이 전 남편 강씨 살인계획을 본격화한 기간을 5월10일로 추정한다.

압수된 고유정의 핸드폰 분석을 토대로 살펴보면, 고유정은 5월10일부터 범행과 관련된 내용들을 검색했다. 대표적으로 '졸피뎀' 검색어다.

결과적으로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은 숨진 강씨의 혈흔에서 검출됐다. 160cm에 50kg의 체형인 고유정이 180cm에 80km 가량의 강씨를 상대로 단독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서 필요한 약물이다. 

경찰은 '졸피뎀'이 약 5분만에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고유정은 졸피뎀을 제주 입도 전인 5월17일 청주 거주지에서 20km 떨어진 지역으로 가서 구입했다. 

범행 도구 역시 사건 발생 전후로 나눠 치밀하게 준비했다. 사전에 준비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추가했다. 경찰이 범행 관련 도구들로 압수한 물품만 89점이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고유정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가 CCTV에 담겼다. 범행 후 고유정은 물품을 구입했던 대형마트를 찾아 반품 절차를 밟았다. 영상 속 고유정은 후드티 차림에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채 물건 반품 잔돈을 챙겨 나갔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고유정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가 CCTV에 담겼다. 범행 후 고유정은 물품을 구입했던 대형마트를 찾아 반품 절차를 밟았다. 영상 속 고유정은 후드티 차림에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채 물건 반품 잔돈을 챙겨 나갔다.

#. 범행 어떻게 이뤄졌나?

고유정이 강씨를 죽인 시간대를 경찰은 5월25일 밤 8시~9시16분 사이로 추정한다. 

살인사건 발생 장소인 제주시 조천읍 펜션에는 혈흔 전문가들이 투입돼 분석을 진행해 왔다. 펜션 내 분포된 혈흔들을 토대로 어떻게 살인이 이뤄졌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경찰은 브리핑에서 강씨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고유정에 3회 이상 흉기에 찔려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의식은 있었지만 별달리 저항을 못한 채 사망. '졸피뎀'이 강씨에 주입됐고, 효과가 나타날 때 즈음 고유정이 공격을 가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고유정은 졸피뎀 투입 여부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졸피뎀 투입 여부는 고유정이 주장하는 '우발적 범행'보다는 '계획적 범죄'에 무게감이 쏠리기 때문이다. 

범행 전날인 5월22일 고유정은 대형마트를 찾아 범행도구 등을 구입하기도 했다. 내용물은 칼, 표백제, 베이킹파우더, 고무장갑, 세제, 세숫대야, 청소용 솔, 테이프 등이다. 

강씨를 죽인 후 고유정은 준비된 도구들로 사체를 1차 훼손했다. 훼손된 사체는 여행가방 등에 담긴 채 범행 장소를 벗어났다.

5월28일 제주-완도행 배를 타고 제주를 떠나기 전 고유정은 대형마트를 두 차례 찾았다. 첫 번째는 범행을 위해 준비했던 도구 중 사용하지 않은 것들의 반품을 위한 행위였다. 두 번째는 쓰레기종량제 봉투 30장과 여행용 가방, 향수 등을 구입했다. 

여객선에 오른 고유정은 밤 9시30분쯤 바다에 무언가를 밖으로 던지는 장면이 CCTV에 담겼다. 시간은 약 7분 정도다. 

배를 타고 제주를 빠져나가는 과정 속에서도 고유정은 완전 범죄를 꿈꿨다. 여객선 안에서 부친 소유의 김포 주거지를 수신지로 설정, 인터넷으로 목공용 전기톱을 주문했다.

이튿날인 5월29일. 고유정은 김포시에서 숨진 전 남편의 남은 시신을 훼손하고 인근 쓰레기장 등에 유기 후 현재 거주지 충청북도 청주로 내려갔다. 

고유정 수사 마무리 브리핑에 나선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은 숨진 강씨의 사체를 찾는 것에 총격을 기울이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박기남 서장은 "(사체를 찾기가) 굉장히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찾아야 장례를 치룰 수 있다"며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시신 발견을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유정 사건은 검찰과 협력을 통해 증거보강에 나설 것"이라며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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