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소통협력공간사업 추진하기 위해 평생학습관 옮기려하자 뭇매
제주도의회 행자위 "잘 운영되고 있는 곳 왜 바꾸려는 거냐" 질타

제주시가 소통협력공간 사업 추진을 위해 평생학습관으로 활용되는 건물을 비우려 하자 제주도의원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는 2일 제375회 임시회 1차 회의를 열어 올해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평생학습관' 문제가 불거졌다.

▲ 제주시 평생학습관. 제주시 사라봉동길 15에 위치해 있다. 최근 제주시가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소통협력공간'으로 사용하겠다면서 평생학습관을 이용하던 관계자들에게 올해 9월까지 건물을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Newsjeju
▲ 제주시 평생학습관. 제주시 사라봉동길 15에 위치해 있다. 최근 제주시가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소통협력공간'으로 사용하겠다면서 평생학습관을 이용하던 관계자들에게 올해 9월까지 건물을 비워달라고 통보했다. ©Newsjeju

정민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삼도1·2동)은 "평생학습관이 현재 잘 운영되고 있지 않다면 다른 단체에서 쓰는 걸 이해하는데,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을 올해 9월까지 나가라고 했더라"며 "소통협력공간 사업 때문이라는데 이게 올바른 행정이냐"고 꼬집었다.

고길림 제주시 부시장이 "행안부가 올해 2월에 공모한 사업에 신청해서 선정된 것"이라고 설명하자, 정 의원은 "평생학습관이 행정의 사각지대를 담당하는 곳이고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곳인데 다른 곳으로 이전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소통협력공간 사업을 다른 장소로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이에 고길림 부시장은 "평생학습관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이곳을 리모델링 해서 소통협력공간으로 조성하려고 했었는데 변수가 있어서 평생학습관을 그대로 사용하고, 다른 곳을 소통협력공간으로 추진하는 것도 검토 중에 있다"고 답했다.

좌남수 의원(더불어민주당, 한경·추자면)은 "제가 알기론 유휴공간 활용하는 걸 전제로 공모에 당선된 걸로 안다"고 지적하자, 고 부시장은 "그런 조건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좌 의원은 "연 7만 명이나 이용하고 있는 학습관을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발상은 꿈도 꾸지 마라"며 "시장 입맛대로 소통협력공간 만들기 위해서 평생학습관을 옮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평생학습관에선 목요인문학, 동아리 스터디, 우리동네 학습나눔터, 명사초정 특강, 동려평생학교, 영락학당, 제주장애인야간학교 등 10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수강자 수는 총 3299명, 교육횟수는 2330회다. 이에 연인원이 7만 4633명으로 집계된다. 이 가운데 8000명가량은 '찾아가는 평생학습' 인원수다.

▲ 제주시 평생학습관 이전을 계획하려는 행정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정민구, 현길호 의원. ©Newsjeju
▲ 제주시 평생학습관 이전을 계획하려는 행정시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정민구, 현길호 의원. ©Newsjeju

# 사업 주체 의구심, 혹시 짜고치기?

제주시가 이번 사업을 급하게 추진하게 된 배경에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민구 의원은 "사업 내용을 보면 (제주에 있는)기존 단체들과는 성격이 달라보인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법정단체가 제주에 있긴 한 것이냐"고 물었다.

고길림 부시장이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제주에 있는 단체만으론 힘들 수 있어 컨소시엄 형태로 공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하자, 정 의원은 "생각해 둔 단체가 있는 건 아니죠"라면서 의구심을 던졌다.

물론 고 부시장은 이를 부정했다.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이 "제주시가 당초 이 사업을 철저하게 준비한 사업이 아닌 거 같다"고 지적하자, 고 부시장은 곧바로 "급하게 계획된 게 맞다"고 시인했다.

현 의원은 "그 배경을 알고 있고 급하게 한 이유를 짐작도 하겠는데, 급하게 진행되는 사업엔 다 이유가 있다"면서 "예정된 사업자가 없다고는 했는데, 물론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이 사업을 제안하고 도움을 준 곳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고 부시장이 재차 "없다"고 잘라 말하자, 현 의원은 "없다고 해야겠죠. 하지만 사업 내용을 보면 '재미(美)난 제주'라고 돼 있다. 이미 '재미(美)난 교실'이라는 행사가 제주에서 진행된 게 있다"고 말하면서 소통협력공간의 사업 주체가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냐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어 현 의원은 "물론 이런 게 필요한 사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업을 갑작스레 추진하면서 제주시 인구의 1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건물을 대안도 없이 올해 9월까지 나가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 부시장이 같은 대답으로 일관하려하자, 현 의원은 "어쨌든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는 건 맞지 않느냐"고 되짚었다. 고 부시장은 이를 곧바로 인정하면서 평생학습관이 그대로 사용되고 소통협력공간을 다른 공간에 마련하는 걸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답변하고 있는 고길림 제주시 부시장. ©Newsjeju
▲ 답변하고 있는 고길림 제주시 부시장. ©Newsjeju

한편,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은 국비와 지방비가 60억 원씩 총 120억 원이 투입되며, 국비는 전액 운영비로, 지방비는 시설비로 집행된다. 시설비는 평생학습관 리모델링 비용이다. 

이 가운데 민간위탁금으로 15억 8000만 원이 편성돼 소통협력공간 사업을 맡게 될 업체(혹은 컨소시엄)에 주어진다. 사업내용은 다소 전문적이다. 메이커 스페이스, 체인지메이커 스페이스, Life3.0랩, 리빙랩, 할머니시민학교, 춤추는 제주 등이다.

이 때문에 정민구 의원은 "좋은 취지인데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국비 확보에 고생했으면서 마무리도 아름답게 해달라"며 공간에 대한 문제와 민간위탁 공모에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고길림 제주시 부시장은 오는 3일 곧바로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다. 고 부시장이 행안부를 방문해 이 사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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