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 이영섭 -

매일 세수를 했어도
또 씻어야 할 게 있다면
그건
마음의 먼지일 게다.
손을 마주잡고도
나의 손만 깨끗하다고
커다랗게 눈떠 보아도
매양 내손에선 그을린 먼지의 도시가 묻어나고
오늘 또 얼마만큼
내손에서 털려나갈
매연과 최루탄의 찌꺼기들 빈자리에
내손은
팽개쳐질 건가.
이 도시의 아침에
참으로 깨끗한 손 한번 잡아보자고
비누를 문질러도
부딪는 손마다
검은 욕심의 무게에 짓눌려
오관은 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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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처음은 아침이다. 새해의 첫날은 설날(?)이라 치자. 거의 모든 사람들은 매일 아침, 해마다 맞이하는 새해 첫날에 무엇인가 달라져 보려 애쓴다. 어제까지 헛돌던 생활에서 새롭게 출발하여 발전적으로 달라지려는 인간 본연의 의지일 것이다. 때문에 아침에 또는 새해 첫날, 아니면 입춘에 ‘입춘서’나 부적 같은 것을 준비해 부치기도 한다. 평범한 인간사에 변화의 계기가 되는 시점들이 바로 아침,새해 첫날, 입춘 등이 아닐까.
시인은 매일 아침 세수하여 겉 모양은 깨끗할지언정, 마음의 오물은 좀처럼 씻겨지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은 내손에서 털려나간 매연과 도시의 그을린 먼지 속에 처하게 된다. 깨끗한 손 한번 잡아보자고 비누로 잘 씻어내도 부딪는 손의 검은 욕심에 오관이 저려온다고 슬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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