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원 미달됐던 '핵심역량 국외연수'···올해 보조금 300만원 높이자 '인기'
도교육청, 선정기준과 명단 등 공개 거부···지원한 교원들도 탈락여부 몰라 
선정자에 李 교육감 아들 포함···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솜방망이 징계' 다시 주목

제주도교육청이 매년 방학을 이용해 교원들에게 지원하는 해외연수 사업이 올해 성수기를 맞았다. <핵심역량강화 국외연수> 사업인데 종전까지 성립됐던 '응모=100% 선정' 공식이 처음으로 깨졌다. 

지원자가 몰리면서 선정과정의 형평성 잡음도 심화됐다. 급기야 선정대상이 된 특정 교원에 대한 원성이 쏟아졌다. 묻지마 '자유이용권' 티켓을 손에 쥐었다는 특혜 논란이다. 

도교육청은 특색 있는 외국 교육기관 현장을 둘러보며 미래사회를 주도할 교원들의 전문성 함양을 목적으로 <핵심역량강화 국외연수>를 2004년부터 운영 중에 있다. 당초 명칭은 '교원전문성 함양 테마연수'였으나 2012년 지금의 '핵심역량강화 국외연수'로 변경됐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까지 제주도내 교원들에게 인기가 없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교원들의 자부담이 높았다. 이는 매년 신청만하면 100% 해외연수가 가능한 낮은 지원율로 돌아왔다.  

첫 성수기를 맞은 올해는 미온적인 예년과 달랐다. 90명 정원에 159명의 교원이 해외연수 신청에 나섰다. 도교육청에서 보조금을 3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교원들의 자부담이 낮아지자 <핵심역량강화 국외연수>는 시행 후 가장 뜨거운 경쟁률을 보였고,  그만큼 부작용도 속속 드러났다. 탈락 교원들의 불만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용은 합격·불합격 여부를 모르는 사안과 명확하지 않은 심사과정 속 특정인의 혜택 등이다.

국외연수에 탈락한 교원들은 자신이 떨어진 내용조차 모르고 있다가 도교육청에 문의를 하고서야 결과를 뒤늦게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이 선정자 명단을 비공개 원칙으로 내세우면서 벌어진 소통의 오류였다.

명확하지 않은 심사의혹은 교원 L씨가 지원에 나서면서부터 제기됐다. '무조건 합격'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혹시'가 '역시'로 바뀌자 의혹은 논란으로 번졌다. L씨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 측은 "누구의 아들이라는 시선보다는 사업계획서에 따른 형평성을 보는 것이 옳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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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에 따르면 국외연수는 학교별로 팀장 1명에 팀원 2명 등 총 3명의 교원으로 구성해야 한다. 팀원 중 한 명은 연수 국가에서 해당 외국어도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어학성적 점수도 고려대상이다. 토익 경우는 700점 이상. 또 올해 3월1일자 기준으로 교육경력이 3년 이상인 자만 국외연수에 지원가능하다. 

심사 기준 의혹에 도교육청 관계자는 "탈락한 교원들은 '3인으로 꾸려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5인으로 팀을 구성한 교원들과 남녀 성비가 맞지 않는 팀이 상당히 많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규정을 지키지 않는 팀들을 배제시키니, 공교롭게도 정원에 딱 맞게 남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투명성 차원에서 지원대상과 선정자 명단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개인의 신상공개 등으로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이석문 교육감 아들 L씨의 선정 여부 역시 공평한 절차를 거쳤다는 내용이 돌아왔다. 

교육청 관계자는 "선정과정에서 모든 내용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돼 L씨의 신청여부도 알지 못했고, 선정 후에야 교육감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국외연수 기획안으로만 순수하게 평가가 진행돼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결과 L씨의 해외여행 선정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사안에 해당됐다. 더 나아가 명확한 배제대상이기도 하다.  

<핵심역량강화 국외연수> 가이드라인은 '연수 지원 제외자' 유형이 4단계로 명확히 직시됐다.

제외자는 ①최근 3년 이내 징계처분을 받은 자 ②동일연수 이수자(연도 관계없이 제외) ③최근 3년 이내 공무국외 연수 경험이 있는 자 ④비위사실이 있거나 언론보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로 명시됐다.  

취재진은 ④번 항목에 대해 제주도교육청에 문의 했고,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조항"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L씨는 2015년 2월 제주지법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는 교원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신분으로 SNS로 선거운동에 나선 혐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L씨는 언론보도에 수차례 언급됐다. 이후에도 L씨는 연장선 내용으로 계속해서 언론에 다뤄졌다. 대표적으로 2017년 제주도감사위원회가 공개한 '도교육청 종합감사결과'다. 

당시 도감사위는 "공직선거법으로 L씨는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지만 도교육청은 합당한 징계처분에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도교육청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취재진은 도교육청 관계자에 "④번 조항의 비위사실과 언론보도 등 물의에 L씨가 포함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도교육청 측은 "국외연수에 선정된 교원들의 과거를 어떻게 하나하나 다 확인하느냐"고 반문하며 "L씨는 다른 사람보다도 열심히 하는 교원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

이어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L씨가 형평성이 어긋나 보일 수 있지만, 바른 시선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도내에서 교육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A씨는 "해외연수 선정과정이 블라인드 형식으로 진행됐기에 지원자를 알 수 없다는 교육청의 말을 과연 믿을 수 있겠느냐"며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려는 최근 사회의 노력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는 친인척 및 지인들과 얽힌 사안들은 배제를 지양하고 있다. 핵심은 '투명성'이다.  

올해 3월 충남교육청은 엄정한 학생평가 관리 차원에서 3촌 이내 친인척을 평가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성 시비를 애초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4월 서울시의회는 '자정노력 결의서'를 발표했다. 보좌진 도입시 친인척 채용을 배제했다. 4촌 이내는 채용을 금지하고, 8촌 이내 경우는 실명을 공개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외연수 경우는 시민단체 모니터링을 구성해 해외연수에 대한 사전 심의와 심사를 강화토록 했다. 

제주도 교육의원 역시 이번 해외연수 논란은 현대 흐름과 맞지 않는 도교육청의 조심성 없는 행위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B교육의원은 "(교육청의 답변대로) 시선의 차이일 수도 있으나 굳이 교육감 아들이 교원연수 신청에 나선 것부터가 도민들 눈에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 논란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제가 만일 기관장이라면, 정서적 이유 등으로 가족 등은 배제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술을 마시고 친구와 싸우는 것도 사회적 물의인데, 법적으로 벌금형을 받은 사람이 선정 규정이 무시된 채 해외연수를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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