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심각한 타격 입은 품목 아직 없어

정부, 대응방안으로 국내 기업들의 기술개발에 집중 지원키로
100여 개 전략 핵심품목 선정해 R&D 등에 매년 1조 원 이상 대규모 투자 추진

제주특별자치도청.
제주특별자치도청.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함으로써 국내 대(對)일본 수출 및 수입 품목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즉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3일에 행정안전부장관이 주관하는 시·도 부단체장과의 영상회의를 개최했다. 제주 역시 이날 오후에 제주도 내 수출기업과 관계기관들을 소집한 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제주에선 도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아직까진 별다른 변화나 특이동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에 보고된 국내 기업의 피해신고 사례도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백색국가 제외 조치와 관련한 주요 업종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계, 자동차, 자동차부품, 석유제품 등 20개다. 정부는 이들 업종이 몰려 있는 8개 지역에서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9일까지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8개 지역은 부산과 대구, 인천, 광주, 울산, 창원, 대전, 경기도다.

정부는 최근 국회 추경안 심의 과정에서 수출규제 대응에 2732억 원을 반영키로 했다. 일본에 의존하고 있던 핵심품목 기술개발 지원에만 650억 원이 편성됐다. 이와 관련, 정부는 대규모 투자와 R&D 혁신을 통해 기술개발에 집중지원키로 했다. 특히 100여 개 전략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R&D 등에 매년 1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일본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는 기술개발만이 살 길이라고 본 것이다. 당장의 피해는 없으나 제주 역시 경쟁력 재고를 위해선 반드시 투자돼야 하는 분야다.

이 문제는 제주도의 올해 상반기 수출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목표(1억 8700만 달러) 대비 35.6%에 그친 6660만 달러(한화 약 807억 5000만 원)다. 전년도 상반기보다 무려 무려 25.4%나 감소했다. 이러면서 무역수지가 1억 2109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농산물은 대체적으로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감귤농축액은 35%, 삼다수 10%, 무 136%, 식물성액즙과 액기스는 683%나 전년도보다 늘었다. 반면, 양배추는 50%나 감소했고, 수산물은 전체 0.5%가 증가했지만, 활넙치가 4.1%, 냉장넙치는 16.4% 줄었다.

1차 산품에서 전년보다 3.6%가 증가했지만 제주의 전체 수출액 중 55.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공산품과 반도체가 크게 하락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공산품은 33.4%, 반도체는 40.5%나 수출액이 감소했다.

'제주반도체'라는 기업에서 생산되고 있는 반도체는 모노리식 집적회로로, 이번 일본의 조치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 제품이다. 다만 수출실적이 하락한 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침체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 수출단가는 33.2%나 떨어져 있다. 주로 홍콩과 중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일본에도 수출되고 있기는하나 비중이 높진 않다.

지금 당장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제주의 전체 수출액 중 절반 가량을 한 곳의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보니, 이곳의 수출 성과에 따라 제주의 전체 무역수지가 왔다갔다 하는 문제가 매번 반복되고 있다.

제주가 안정적인 수출 노선을 확보하기 위해선 품목의 다양화와 수출시장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고자 표준물류비의 20%를 수출품목에 지원하고, 수출 피해기업에 대한 지방세 납부기한 연장 또는 감면, 사업자금 지원을 확대키로 했다. 또한 해외시장 다변화를 위해 동남아 지역에 해외사무소를 추가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제주도정은 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제주 수출기업들이 자체 기술개발에 따른 자금을 추가 지원하고, 해외 진성바이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향후 피해사례 발생 시 즉시 '일본수출규제 애로지원센터'로 신고할 수 있도록 홍보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백색국가'란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시 통관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안보상의 우호 국가를 말한다. 우리나라를 포함 27개 국이 백색국가였으나 일본은 지난 2일 한국을 제외키로 결정했다.

백색국가들은 포괄허가 혜택을 받아 다수의 수출 건을 한 번에 종합해 처리된다. 허가 유효기간도 3년이어서 한 번 처리되면 수출 절차가 매우 간소화된다. 반면, 일반 국가의 수출 허가 유효기간은 6개월로 제한돼 있는데다가 수출 각 건별로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처리 기간도 백색국가는 1주일 이내에 이뤄지나, 그렇지 않은 국가는 최장 90일까지도 걸릴 수 있다.

보통 포괄허가 시엔 허가신청서 등 2종의 서류만 제출하면 되지만, 일반 국가에 소속된 기업들은 9종의 서류나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불편한 사항들이 반도체 3가지 물품에서 모든 분야로 확대되기 때문에 수출 과정에서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 인력이 발생하게 된다.

아예 수출·수입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이처럼 간소화된 절차가 복잡해지고 처리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전에 미리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두지 않은 기업은 일정기간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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