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풍속 35노트’ 침몰이후 최악 기상 상황
ㆍ바지선 등 대청도 피항 인양작업 중단
ㆍ9일 넘기면 2주 동안 작업 못할 수도

천안함 인양 작업의 속도를 쥔 열쇠는 변화무쌍한 백령도 날씨다. 사고 해역에서는 이미 ‘날씨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해군은 6일 백령도 앞바다의 강한 바람으로 인양 작업을 일시 중단했다. 군 관계자는 “순간 최대 풍속이 35노트(초속 18m)에 달할 정도로 천안함 침몰 후 기상 상황이 가장 나쁘다”며 “당초 선체 및 해저를 계속 탐색하고 터널 굴착 위치를 파악할 예정이었는데 기상이 좋아지는 대로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령도는 이날 새벽 안개가 잠시 끼었을 뿐 하루 종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를 보였다. 하지만 강한 바람에 파도가 최대 3m까지 높게 일어 인양 작업이 불가능했다. 이날 오전 6시30분쯤 함수·함미 침몰지점에서 작업하던 바지선과 소형 크레인도 대청도로 피항했다. 사고 현장엔 대형 크레인만 남겨졌고, 오후에는 인천발 백령도행 여객선 운항도 중지됐다.

전문가들은 인양 작업의 최대 관건을 바람과 파도로 꼽고 있다. 전날 흐릿한 날씨에 비까지 내렸지만 바람과 파도가 약하자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함미 부분 인양을 맡고 있는 88수중개발 관계자는 “현재 조류는 약한데 파도가 심하게 치니 용왕에게 고사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인양 작업 중 가장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함체를 쇠줄로 감싸는 작업이다. 민간 인양업체들의 수중 탐색도 가장 짧은 길이의 터널을 뚫어 쇠줄을 넣기 위함이다. 한 관계자는 “해저 재질이 의외로 단단해 한 번 뚫어 놓으면 다시 막힐 일은 없다”며 “다만 백령도의 날씨를 분석해보니 배를 띄워서 작업할 수 있는 날이 얼마 안된다”고 말했다. 배를 수면 밖으로 들어올릴 때도 높은 파도가 치면 작업이 힘들어진다. 그는 “평균 세 시간을 자면서 작업하고 있지만 아무리 빨라도 한 달 이상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인양 작업은 계속 지체될 수밖에 없다. 7~9일 조수 간만의 차가 작아지는 ‘조금’ 때 작업을 마무리짓지 못하면 다시 조류 흐름이 거세지는 ‘사리’가 일주일간 뒤따르기 때문이다. 인양업체 관계자는 “조금 기간에는 조류 흐름이 약해지는 ‘정조’ 시간도 3~4시간으로 길어져 잠수작업을 늘릴 수 있다”며 “사리가 오면 다시 한 번 조금이 오는 21~23일쯤까지 작업을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본래 백령도 근해는 <심청전>에 나오는 인당수의 무대가 됐을 정도로 산둥반도의 한류와 남쪽의 난류가 만나 조류가 소용돌이치는 지역에 속해 있다.

백령기상대 관계자는 “올해는 차가운 대륙고기압이 예년보다 오래 세력을 유지해 북쪽에서 상당한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게다가 봄철은 본래 일교차가 심해 바람이 많이 불며 섬 지역의 특성상 육지와 바다의 온도차에 따라서도 많은 바람이 분다”고 말했다. 6일에 이어 7일에도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가 예상돼 날씨가 인양 작업의 복병으로 부상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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