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제주지법 4차 공판서 진술소명 나선 고유정
"전 남편이 먼저 추행" 자기 방어 나서···"카레에 졸피뎀 넣지 않았고, 먹지도 않았다"
고유정, 현 남편도 비난 "폭력성 있어"···우발적 범행 계속 주장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및 유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고유정이, 자신의 입으로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했다. ©Newsjeju
▲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 및 유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고유정이, 자신의 입으로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했다. ©Newsjeju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고유정(37. 여) 법정에서 직접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고유정의 입에서 직접 소명한 사건 내용과 심경은 첫 번째 공개기도 하다. 

A4용지 8쪽 분량의 진술내용은, 사건은 '우발적' 범행임을 소명했다. 전 남편에 졸피뎀을 섞은 카레를 먹이지도 않았고, 남편의 추행을 거부하다가 사건을 저질렀다고 했다. 현 남편에 대해서는 '폭력적' 성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30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살인과 사체 손괴, 은닉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에 대한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3차 공판(9월16일)에서 재판부가 "자필로 직접 쓰고 오라"며 받아드리지 않았던 고유정의 진술기회로 첫 시간을 할애했다. 

정봉기 부장판사는 "지난 기일에 말했던 대로 피고인(고유정) 본인의 진술기회를 주겠다"며 "어느 정도 적어왔느냐"고 물었다.

"8페이지입니다"라고 답한 고유정은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사건과 관련된 발언을 이어나갔다.

고유정은 "지금 비현실적인 악몽 속에 있는 참담한 심정으로, 당장이라도 죽는 것이 낫겠다 싶지만 진실을 밝힐 수 없기에 견디고 있다"며 "매일 '사건이 일어나기 전 5월25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고 말했다.

▲ 9월30일 오후 1시20분쯤 고유정이 4차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Newsjeju
▲ 9월30일 오후 1시20분쯤 고유정이 4차 공판을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Newsjeju

고유정의 직접 언급한 사건 당일 날은 이랬다. 

그는 면접교섭에 따라 숨진 전 남편 K씨와 둘 사이 낳은 아들과 함께 만남을 가졌다. 고유정은 현재 남편은 K씨가 아니기에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고 했다. 때문에 사건과 관련된 공소장에 명시된 'K씨에 대한 증오가 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현 남편에 대해서는, 청주에서 아이가 갑작스럽게 죽은 후 자신의 친아들을 필요 없는 물건 보듯 했다고 고유정은 발언했다.

여러 상황들로 고유정은 자신의 아들에게는 K씨가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을 했고, 현 남편에게는 제주도에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쉽게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면접교섭일 당일 고유정은 K씨가 펜션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다고 언급했다. '약속이 있지만 조금만 더 있다 가겠다'고 K씨는 말했고, 아이의 권유도 있어 함께 펜션을 가게 됐다고 진술했다. 

도착 후 아이가 좋아하는 카레를 만들었고, K씨는 약속을 이유로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발언은 숨진 전 남편의 살인을 위해 고유정이 졸피뎀을 섞인 카페를 먹였다는 '우발적 범행'의 검찰 측 주장을 전면 부인하는 내용이다. '계획적 범행'은 절대 없었다는 것이다. 

고유정이 주장하는 '우발적 범행'의 시작은 아이가 혼자 방에서 휴대폰을 갖고 놀 때 시작됐다.

고유정은 "수박을 자르기 위해 싱크대로 갔는데, K씨가 다가와 가슴과 허리 등을 만지기 시작했다고"며 "저는 '뭐하는 짓이냐'고 했으나, K씨는 '가만히 있으면 끝난다'고 했다"고 발언했다. 

진술이 여기까지 이어지자 방청석은 고성이 터졌다. 고유정의 진술을 듣고 있던 유족 측은 "거짓말 하지 마,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똑바로 이야기하라"라고 말했다.

유족의 외침에 고유정은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진실입니다"라고 받아치며 계속 진술을 이어갔다.

그는 "K씨의 추행은 계속됐고, 저는 이성을 되찾길 바라며 거절을 했다"며 "(현재는) 다른 사람의 여자기 때문에 멈출 줄 알았다"는 발언과 함께 고유정은 오열했다.

고유정에 따르면 K씨의 이성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급기야 K씨가 칼을 들고 자신에게 '감히 네가 재혼을 해? 혼자만 행복할 수 있어?'라며 위협을 가했다고도 했다. 

당시 여러 상황들을 언급해 나가던 고유정은 "눈을 감고 K씨를 향해 칼을 힘껏 찌르게 됐다"며 "그때 K씨 말대로  '가만히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생각을 해 본다"는 진술로, 사건이 '우발적' 범행임을 방어했다. 

▲ 올해 5월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 훼손 및 유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고유정, 그는 사건발생 후 제주를 벗어나기 전 제주도내 마트에 들려 사건에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물품으로 추정되는 몇 가지 품목을 환볼조치 했다. ©Newsjeju
▲ 올해 5월 전 남편을 살해하고 사체 훼손 및 유기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고유정, 그는 사건발생 후 제주를 벗어나기 전 제주도내 마트에 들려 사건에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물품으로 추정되는 몇 가지 품목을 환볼조치 했다. ©Newsjeju

이날 고유정은 진술기회를 통해 살인에 이르기까지 과정만 설명했다. 숨진 전 남편의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부분은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살인을 저지르고 청주로 돌아간 이유는, 자신의 억울한 상황을 현 남편에 이해시키고 싶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도 현 남편을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성향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등 애매모호한 발언을 남겼다. 참고로 현 남편의 의붓아들 사망사건은 현재 최초 수사가 뒤바뀐 채 고유정이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고유정은 "현재 남편은 항상 '칠칠맞게 일처리를 한다'고 저를 타박했다"며 "때로는 때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폭력을 행사하며 현 남편은 고유정에게 '네가 잘못했으니까 맞는 거다. 아이도 죽는 등 아픔이 많으니 (고유정이) 무조건 이해해야만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했다. 

이어 "전 남편 K씨 사건 다음날 아들을 친정으로 데려갔고, 돌아오는 길에 자살을 생각했었다"면서도 "억울한 상황을 이해받지 못한 채 살인자로 생을 마치기는 끔찍했고, 현 남편에게 해명을 하고 싶었다"는 소견을 내세웠다.

청주에서 경찰에 체포됐던 날도 그는 언급, 자신의 범행의 억울함을 계속 호소했다.

고유정은 "체포 당시 '왜요? 내가 당했는데요"라고 말한 것도, 숨진 K씨 때문이라는 원망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지금은 제가 저지른 행동을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숨진 K씨를 위해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고, 아빠·엄마 없이 살아가야 하는 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유정의 진술을 검찰은 전면 부인했다.

검찰 측은 "고유정이 사건 증거를 보고 자신의 진술을 추가하거나 각색한 부분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받아쳤다.

이어 "고유정은 졸피뎀이 섞인 카페를 남편에 먹이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미 혈흔과 DNA 등 증거들이 있다"며 "추후 진행될 증거조사 과정에서 오늘 고유정의 진술의 발언이 진술·조작된 여부를 따져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측은 "현 남편에게 해명을 하기 위해 사체 훼손 과정을 거쳐 올라간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고유정의 진술에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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