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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과 이도연

 

사회에 들어와서 인터넷 뉴스나 드라마 등 회사생활과 관련된 소식을 접할 때면 나도 모르게 면접을 준비하던 EO가 생각난다. 지방공무원 필기시험 합격 후, 수험생 대부분이 비슷비슷한 방법으로 면접을 준비할 것이다. 가장 첫 번째는 기출 질문을 찾아보는 것이다. 매년 합격자가 올리는 질문 세트를 훑어보며 자주 나오는 질문은 따로 체크해서 외우고 모범 답안을 준비한다. 준비하는 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가장 자주 보았던 질문은 공무원의 6대 의무와 그 중 청렴의 의무관련 이었다.

청렴의 의무가 왜 가장 중요하냐는 질문에는 공무원은 국가와 국민 전체를 위해 뽑힌 인력이기 때문에 청렴해야 한다. 혹은 공무원은 국가를 대변하여 일을 하는데 청렴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기 때문에 청렴해야 한다. 등 여러 사람이 대동소이한 답변을 내놓는다.

이처럼 사실 청렴이 왜 필요한 것인지, 왜 지켜야 하는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는 청렴의 근본은 정직함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허락되지 않은 것을 탐내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것이 아닌 것을 얻으려면 나를 감시하는 눈을 속이거나 구슬려야 한다. 거짓말을 하거나 내 거짓말의 공범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존재를 알게 되면 더 이상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믿기 힘들다. 당연한 것이 정말로 당연하게 되려면 반드시 믿음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 부당한 수혜를 받느라 내가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는다는 믿음, 일이 법대로, 원칙대로 돌아간다는 믿음. 부정직한 사람은 이 믿음을 깬다. 사람은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도, 미래를 볼 수도 없기 때문에 믿음은 한 번 깨지면 회복하기 힘들다. ‘이제까지 그런 적 없었다’는 것이 믿음을 유지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믿음이 깨지면 사람은 의심이라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의심은 사람을 불안하게도, 초조하게도, 분노하게도 한다. 상대를 믿지 못하면 의심하는 바를 직접 이중 삼중으로라도 검증하려 한다. 그렇게 매사에 체력, 정신, 시간을 전부 소모하지만 결과는 결국 원래 돼야할 것이 정말로 되는지 확인했을 뿐이다. 일이 더 잘 된 것도 아니다. 게다가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는 분노와 억울함은 갈등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 해결의 기본은 대화와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대의 말을 믿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대화 또한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 인간관계에서도 누군가의 믿음을 깨뜨리거나 누군가에게 그런 일을 당해 그 사람과 불신하고 반목하는 사이가 된다면 대부분이 스트레스를 받으며 관계에 소원해질 것이다. 이런 상황이 개개인 사이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에 만연하다면 그 나라는 진흙탕에 바퀴가 빠진 것처럼 어떤 일에도 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힘들고, 국민들과 소통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면에서 청렴이란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부드럽게 굴러가도록 하는 윤활유 같다는 생각을 한다. 흔히 청렴이라 하면 떠올리는 강직함, 깐깐함 등은 어쩐지 각지고 모난 분위기가 있다. 대쪽 같은 사람이라든지, 청백리라든지 하는 말에도 묘하게 뻣뻣하고 결벽적인 느낌이 들어서인지 이런 사람은 대단하지만 가까이 있으면 눈치가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단어가 주는 느낌과는 반대로 청렴이란 원칙과 절차에 불신과 의심이라는 녹이 끼지 않도록, 분노와 갈등이라는 걸림돌 없이 모든 것이 목적대로 돌아가도록 해주는 세상 무엇보다 부드러운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의 공직생활 동안은 정비공 같은 공무원이 되고 싶다. 원칙에 녹이 슬지 않게, 항상 윤활유를 바르고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점검해놓는, 그래서 아무도 뻑뻑한 핸들을 돌리려다가 다쳐서 속상해할 일이 없도록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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