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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동주민센터 허 은 지

버스 승차대에 앉아 있으면 어릴 적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커다란 버스가 정류소에 서면 기다리던 어른들은 하나 둘 버스에 오르고 왠지 모를 긴장감을 느끼던 난 높은 버스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가던 기억. 석유 냄새 같은 연기내를 맡으며 누군가 앉아서 일어났는지 넓고 따듯한 의자에 올라 앉아서는 창밖을 보면서 긴장을 풀던 기억들. 버스는 나의 어릴 적 추억을 간직한 채 여전히 제주도를 돌아다니고 있다.

요즘엔 버스도 많아지고 편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승차대도 많아졌다. 승차대 벤치에 앉아서 버스가 오는지 알 수도 있어서, 버스가 오는 도로 저 쪽을 쳐다보며 버스가 오나 안 오나 확인하며 알지 못할 초조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서 그런지 가끔 버스를 기다리며 보여지는 모습을 보면 씁쓸해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음료수를 먹다가 그냥 두고 가기도 하고,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무심코 버리기도 한다. 바닥에 뒹구는 전단지나 정류소 유리벽에 붙어 있는 광고지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정류소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버스 승차대는 어느 누구의 소유물도 아닌 까닭에 나의 것이고 우리 모두의 것이다. 누군가는 정류소 안에서 버스를 타고 가서 만날 사람을 생각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며 생각에 잠겨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의 조그마한 생각,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에 대한 작은 배려가 타고 갈 버스에 사람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씩 더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앉아 있는 깨끗한 정류소는 이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를 위한 배려를 확인하는 것이며 나의 꿈을 위해 버스에 오르는 기분 좋은 에너지가 될 것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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