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1심 “곽영욱 5만달러 전달 진술 신빙성 의심”
ㆍ“검찰, 곽씨 생사기로 느낌 들도록 압박”
ㆍ檢 “항소”…韓 “죽이기 다시 시작됐다”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66)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9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70)으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5만달러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날 “유일한 직접증거인 곽영욱의 진술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한명숙에게 돈을 주었는지와 돈의 액수에 관한 피고인 곽영욱의 진술은 계속 바뀌어왔고 일관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곽 전 사장이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자백하긴 했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자백한 것인지를 따지는 임의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곽 전 사장이 검찰 수사에 압박을 느꼈거나, 다른 사건에서 이득을 보기 위해 허위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곽영욱은 70세의 고령으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고 ‘구치소에 계속 있다가는 사망한 후에나 벗어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공포를 느꼈다’고 진술했다”며 “검사는 이런 곽영욱을 더욱 압박해 생사의 기로에 섰다는 느낌을 갖도록 했다”고 밝혔다. 특히 곽 전 사장이 뇌물 전달을 부인한 날은 심야조사가 이뤄진 반면, 인정한 날은 조사가 빨리 끝난 사실에 주목했다. 판결문에 곽 전 사장이 조사받은 시간과 구치소로 돌아온 시간을 표로 첨부하기도 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국동 전 대한통운 사장과의 기소 형평성 문제, 6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은 차명계좌 증권거래가 무혐의 종결된 점 등을 근거로 “곽영욱이 뇌물공여에 대한 진술로 기대할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뇌물공여자의 사람됨을 판단하도록 되어 있는데, 곽영욱은 자기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본인의 기억과 다른 진술을 쉽게 할 수 있는 성격임이 드러난다”고 밝혔다.

총리공관에서 오찬 후 5만달러를 전달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객관적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곽영욱이 사전에 돈을 전달하겠다고 말을 한 것도 아닌데, 한명숙이 돈을 보자마자 이를 ‘센스’로 알아차리고 일사불란하게 돈봉투를 처리했다고 상정한 검사의 주장은 상황적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고 밝혔다. 드레스장이나 옷 주머니, 가방 등에 숨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모두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두 사람의 친분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강조한 골프채 선물과 골프콘도 이용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한 전 총리는 “진실이 밝혀져 기쁘지만 (또다른 정치자금 수사로) ‘한명숙 죽이기’가 다시 시작됐다”며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즉시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거짓과 가식으로 진실을 흔들 수는 있어도 진실을 없앨 수는 없다”며 재판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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