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문 교육감, 과거 인문계/실업계 고교 인식 그대로 인 것 드러나

교육부가 전국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와 특수목적 고등학교(이하 특목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지난 11월 7일에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의 특목고 중 하나인 제주외국어고등학교가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나, 제주외고가 '애월읍' 지역에 위치해 있어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 '읍면지역 일반고'로 편입돼야 하는지에 대해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오는 2025년 이전에 일반고로 전환돼야 할 제주외국어고등학교 홈페이지. ©Newsjeju
▲ 오는 2025년 이전에 일반고로 전환돼야 할 제주외국어고등학교 홈페이지. ©Newsjeju

특목고엔 외국어고 외에 국제고, 예술고, 체육고, 과학고가 있으며 이 가운데 일반고로 전환되는 학교는 외국어고와 국제고만 해당된다. 제주에 있는 과학고는 일반고로 전환되지 않는다.

강철남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을)은 21일 진행된 제378회 정례회 교육질문 자리를 통해 "일반고로 전환되면 동지역 일반고가 되나, 읍면지역 일반고가 되느냐"고 물었다. 이석문 교육감은 "핵심적인 문제를 지적했는데, 시행령이 통과되고 나면 논의를 시작해야 할 부분"이라며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이를 보면 이석문 교육감이 아직도 예전의 '인문계/실업계고'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읍면지역 일반고는 말 그대로 읍면지역에 위치해 있는 일반고등학교를 가리키기에 애월고에 있는 제주외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당연히 '읍면지역 일반고' 범주에 속해야 하는 게 맞다. 

허나 이 교육감이 이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고 있다는 건 동지역 일반고는 소위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에 열중하는 '인문계고'이고, 읍면지역 일반고는 당장의 취업을 목표로 진학하는 '실업계고'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주도교육청은 이러한 '인문계/실업계'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자 '동지역/읍면지역' 고등학교로 명칭을 변경했지만 여전히 교육수장은 과거의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다시 말하면, 이는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해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 인식이다. 이석문 교육감이 겉으로는 정부의 방침에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는 표현했으나, 실제로는 아직도 읍면지역보다는 동지역 고교가 더 우월순위에 놓여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물론 강철남 의원이 이를 질문한 의도나 이석문 교육감이 답변을 꺼려한 의중 역시 민감한 문제임은 분명하기에 제주외고의 학부모들을 고려한 발언으로는 이해되나 엄연히 일반고로 전환될 시의 읍면지역이라는 현실은 팩트다.

▲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Newsjeju
▲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Newsjeju

한편, 교육부는 지난 11월 7일에 '교육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한 후 20일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명시된 자사고와 외고 및 국제고 관련 규정 내용 일체를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시행령은 해당 규정을 '2025년 3월에 삭제한다'는 일몰제로 개정되며, 오는 27일에 입법예고 된다. 이 개정 시행령은 12월 중에 통과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강철남 의원의 질문에 이석문 교육감은 "고교서열화가 진행돼 온 게 특정학교들이 독식해 온 구조라는 것을 정부가 인식하고 이를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 것"이라며 "고교평준화를 위해선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특히 이 교육감은 "시행령이 개정되면 (일반고로의 전환을)안 할 수가 없다"며 "2025년 이전에 전환되는 걸 전제로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어렵다"면서 교육공론화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다뤄볼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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