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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동주민센터 오수현

예쁘지 않다. 성격이 별로다. 머리도 그다지 좋은 축에 속하진 않는 듯하다.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내가 거의 유일하게 자부심을 느끼는 게 있다면 남의 것에 욕심 내지 않고 그저 분수대로 정직히 살아왔다는 것이었다. 하굣길에 발견한 십 원짜리 십수 장을 들고 온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다시 초등학교까지 돌아가 제 자리에 두고 온 적이 있을 정도로 늘 스스로한테 부끄러움 없이 우직한 유년시절을 보냈더랬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했던가. 배고픔 앞에서는 그 잘난 자부심도 결국 보잘것없었다. 대학교 3학년, 유럽 대륙에 있는 모든 국가를 탐방하고 오겠다는 오만한 포부를 가지고 교환학생을 지원했지만,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대학생 신분으로서의 여행은 항상 금전의 부담에 쫓기는 빠듯한 여행일 수밖에 없었다. 독일의 포츠담에서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열차 티켓을 구입하려던 찰나, 발권기 옆에 놓여 있던 주인 모를 1유로짜리 동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 같았으면 그 금액이 천 원이든 만 원이든 거들떠도 보지 않았겠지만 매끼 햄버거로 연명하며 식사다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 했던 터라 유혹이 생겼다. 끝내 ‘어쩔 수 없지’ 하고 못 이기는 척 그 1유로를 주워 티켓 구입에 사용했다.

이는 금액의 크기에 상관없이 명백히 잘못된 행동이었고, 스스로의 가치관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이 기고를 작성하는 지금까지도 매우 수치스럽다. 비록 약간의 티켓 값을 절약했을지언정 내가 느꼈던 죄책감은 그 1유로의 가치를 흘러넘치도록 상쇄하고도 남는 것이었다. 내 양심이 휘청거릴 정도로 이토록 오랫동안 후유증이 남을 줄 알았다면 결코 손대지 않았을 텐데 하고 후회가 밀려온다.

최근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3,000원짜리 유료 대여 장바구니를 2개 구입했는데 점원이 실수로 3개를 꺼내줬던 일이 기억난다. 일순 망설였지만 겨우 1유로로 느꼈던 죄책감이 얼마나 큰지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었고, 단돈 3,000원에 양심을 파는 부끄러운 일을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 자리에서 바로 돌려드렸었다. 1유로를 지불하고 구매한 죄책감이 나를 채찍질 하는 교훈이 된 모양이다.

흔히들 공무원의 덕목 중 가장 중요한 가치로 청렴을 꼽는다. 아직 수습 딱지도 떼지 못한 2달 차 햇병아리 공무원으로서 아직은 청렴을 고수하느냐와 불의를 저지르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설만한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유로, 3000원에 마음이 혹했던 것처럼 청렴이란 그렇게 거창한 상황에 국한해서 적용되는 개념인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1유로에 대한 탐욕으로 인해 여태껏 죄의식을 느끼고 있듯이, 당장의 눈앞의 이득은 내가 평생을 짊어질 양심의 가책과 공직 사회에 끼질 악영향을 생각하면 극히 하찮은 것임을 명심할 것이다. 앞으로 공직 생활을 수행하면서도 순간의 사소한 이익에 눈머는 일 없이 스스로에게 떳떳하기 위해서, 1유로의 죄책감을 밑거름 삼아 항상 유혹을 경계하고 끊임없이 나 자신을 감시하는 깨끗한 공무원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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