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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2동 주민자치위원 고 봉 수

마을에서의 문화자치 혹은 문화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하는 서울시 같은 문화인프라가 다양한 환경에서야 선택지는 무궁무진할 수 있겠지만, 아직 도시화에 편입되지 못한 채 도심공동화를 겪는 우리 동인 경우에는 사정이 많이 다르고, 우리가 가진 문화자원의 한계도 느끼고 있다.

우선 지금의 마을문화 생태계를 살펴보면, 온통 중앙하달식 행정관습이 몸에 베인게 많다. 정부보조금만을 보고 문화컨텐츠에 달려드는 생계형 문화조직부터 예산실적을 위해 급조해서 만들어진 문화사단법인 등 그동안의 문화정책은 흡사 실패했던 과거의 중앙하달식 정책사업과 많이 닮아 있다. 거기다‘문화’라는 단어의 무게는 어느날 거창한 한류문화라는 흐름으로 각 개인이 갖고 있던 정체성, 또 각 마을이 갖고 있는 독창성과 고유성까지 일순간에 덮어버렸다.

지나친 관 중심의 문화창달정책 역시 문화자치의 장애벽이다. 일부 문화담당 행정가들은 마치 문화정책이 전문가스러워야 하고 너무 어렵고 위대하게 접근하는 버릇이 있다. 그러나 실상 문화는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닌 주민 모두의 것이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평범한 주민들이 문화놀이터로 쉽게 접근하고 향유하게 하는게 더욱 중요한 ‘문화자치시대’이다.

마을자치에서 갈등을 푸는 방법론의 부재도 한 몫 한다. 우리 동의 마을문제는 산적했지만, 갈등을 합리적으로 푸는 방법이 서툴고, 여전히 갈등을 푸는데 있어 ‘수직적 의견하달’이 주민소통으로 여겨지는 문화가 지배적인 것도 장애벽이다. 주민자치와 공동체 활성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역사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역량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더욱더 ‘전략적인 기획과 선택’이 주민들에겐 절실하다.

샤츠슈나이더라는 정치학자는 『절반의 국민주권』이라는 저서를 통해 민주주의의 동력은 ‘갈등’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논의에 따르면 한 사회의 주요한 갈등들이 확대되고 또 통합되면서 그 갈등들을 조율하고 다루는 과정이 사회를 발전시키고 또 주민성도 더 강화한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이 스스로 조직한 ‘결사체’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고 논의하며 때로는 합리적고 전문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주사회의 ‘갈등’은 대부분 ‘민원’이라는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얼핏 비슷한 용어로 느껴지지만 ‘민원’은 개별적인 형태로 행정 권력의 공정함과 선의에 읍소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 체제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행히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마을 문제를 문화로 풀어보려고 주민들이 스스로를 조직해 ‘갈등’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모습들이 맹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마을 문제를 문화로 풀어보려는 ‘마을이음’의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마을이음은 마을동아리간의 차이점은 있지만 마을문제를 문화자치로 풀어가려는 마을동아리를 묶어 조직한 ‘결사체’로서 마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을 조율·해결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 주민이 주도하는 정체성이 있는 마을축제,

주민이 설계에 참여하여 만드는 마을 어린이놀이터,

주민이 만든 그림자극으로 마을 아이들이 꿈을 꾸기 시작하는 연극 무대,

주민이 강사가 되고 주민과 함께 마을 동아리로 즐기기 시작하는 문화 공간,

문화서비스 접점으로 시작하는 마을문화센터 』

풀뿌리 문화자치시대에 주민 주도 문화 토대위에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문화자치의 시작점’에 주목하고 있다. 필자는 비영리 문화단체인 ‘마을이음’이 문화생태계 복원의 시작점이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문화불모지에서 하나의 돌파구로 선택한 것은 마을을 하나의 캠퍼스로 보고, 각각의 마을동아리를 찾아 나서는 일부터 시작했다. 사람을 잇고, 관계를 잇고, 마음을 이어, 마을을 이어나가는 작업부터 시작한 셈이다. 이렇게 모아진 구성원들은 수평적 협치관계를 기반으로 자율성과 책임성을 함께 부여하고, 문화공동체에서 겪는 문제에 대해 구성원이 문제해결방식을 함께 찾는 작업을 이어나갔다. 이렇듯 마을단위에서의 문화자치는 마을내 숨은 보물찾기로 접근하는 첫 번째 발전적 전략의 출발이기도 했다

오래된 골목, 저녁이면 일찍 어두워지는 조용한 동네에서 주민들의 마음을 모아 드럼연주를 시작하고 마을카페에서 인문학 이야기 꽃이 피어나고 환해져,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기쁨을 나누는 작은 기적이 시작되고 있다. 이는 평범한 일상들이 문화의 핵심요소가 될 수 있고, 주민들 삶의 공간인 골목을 설레게 하는 문화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매머드급 기획으로 동네를 문화예술마을로 조성하거나, 전문가들만의 네트워킹으로 만들어진 위대한 기획물이 아니라 동네주민을 위한 문화가 필요하고 주민 한 명 한 명마다의 문화향유를 높이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주민 각 개인들의 문화지수, 문화향유력이 높아져야 문화자치로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문화자치를 위한 행정지원도 지금보다 더욱 낮게, 따뜻하게, 친절하게 주민들이 사는 골목 안까지 문화혜택이 스며들도록 변화해야 한다.

‘문화자치’가 전문가들의 가르침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주민들에 의해 각 마을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정체성을 끄집어 내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문화 생태계는 중앙행정과 같은 높은데서가 아니라 마을마다 골목의 낯익은 주민들이 서로 만나 스스로 즐기는 자생력에서부터 시작돼야 가능할 것이다.

마을이음 안에서 주민스스로가 만들어가는 마을음악밴드, 주민강사 및 마을동아리 육성이나 멘토와 함께하는 인문학 토론, 마을문화포럼, 아나바다 알뜰 나눔장터 등이 설레는 감동과 기쁜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는 골목골목 생활 속 문화로, 또한 주민들이 제대로 놀 수 있는 문화놀이터로 행복한 문화생태계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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