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학술용역심의서 '제2공항 갈등해소' 활동 관련 예산 '재검토' 결정내려
제2공항특위 "원희룡 지사 입김 작용한 정치적 결정" 비판... 예산전쟁 예고

'제주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원철, 이하 제2공항특위)'가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제주특별자치도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 때문에 제주자치도와 제주도의회 간에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벌이는 '예산전쟁'이 현실화됐다.

제2공항특위는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제주도민 전체의 의견을 묻기 위해 43개 읍면동에서 56차례에 걸쳐 도민설명회와 토론회를 실시하겠다고 연구용역에 담았다. 또한 사전타당성 설명회와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 활동 관련 공개토론회,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간담회 및 공청회 등 14차례에 걸쳐 국토부의 계획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도 듣겠다고 계획했다.

이 외에도 3개월의 활동기간 동안 전문가 면담 20회, 워크숍 4회, 방송중계 2회, 일반 토론회 8회, 5000명을 상대로 도민의견을 묻는 것 등이 담겨 있다.

▲ 제주연구원 제주공공투자관리센터는 지난 9일 제주도의회사무처가 요청한 '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방안 연구조사' 용역비 편성에 대해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Newsjeju
▲ 제주연구원 제주공공투자관리센터는 지난 9일 제주도의회사무처가 요청한 '제주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방안 연구조사' 용역비 편성에 대해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Newsjeju

# 제주자치도, 의회에 제2공항 예산 편성 못해 

제주도의회 의회사무처는 이러한 제2공항특위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자 제주자치도에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방안 연구조사'에 따른 용역 예산 3억 원(전액 지방비)의 편성을 요청했다. 

이 예산을 심의하는 학술용역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지난 9일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계획을 보완해 다시 신청하면 될 일이나, 현재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중이라 다시 심의를 한다는 게 시기적으로 어렵다. 때문에 사실상 편성 불허인 셈이다.

불허 사유는 다소 복합적이다. 우선 심의위는 제2공항특위가 3개월이라는 과업기간에 비해 과업이 매우 많고, 연구비 산출내역이 명확하지 않아 사업의 적정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이번 연구의 초기 연구목적인 '공론화 조사'에 집중할 경우, 갈등해소가 되기는커녕 공항 건설 찬반에 대한 논의가 강조돼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제시했다.

게다가 용역의 결과가 도출된다 하더라도 실제 정책에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 용역의 활용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사업을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가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도 부연했다.

특히 심의위는 지방의회가 추진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변호사 3인에게 법률자문을 맡겼다고도 덧붙였다. 3명의 변호사는 모두 제주도의회가 국가사무를 대신 수행할 권한이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심의위 관계자는 "이 용역이 단순히 주민의견 수렴 청취라면 제주자치도가 직접 수행할 수도 있겠으나 적법한 위임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국토부로부터 공식적으로 공론화 추진 명령을 하달받으라는 얘기다.

현재 구성돼 있는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소속 도의원들. 왼쪽 상단부터 박원철 위원장, 강민숙, 강성의, 고현수, 조훈배(부위원장), 홍명환 의원. 애초 김장영 의원이 포함돼 있었으나 지난 19일 사퇴했다.
▲ 제2공항 건설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

# 의회 "심의위 결정은 원희룡 지사 입장 대변한 정치적 결정"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제2공항특위는 다음날 10일 곧바로 반박 입장문을 내쳤다.

홍명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이 이날 오전 제주도의회 기자실을 찾아 특위 입장을 전했다.

홍명환 의원은 "심의위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선 진심으로 존중하나, 이번 결정은 객관적 기준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근거해 내린 것이어서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그러한 이유로 홍 의원은 "용역 명칭에 '공론화 조사'를 제외했는데도 심의위에선 기존의 용역명을 고려했고,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과업 수행과정을 전제해 검토의견을 제시한 건 객관적인 판단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한 홍 의원은 "특히 갈등해소 사무는 국가 사무에 한정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2공항이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갈등해소까지 국가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건 정치적 해석에 좌우된 검토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홍 의원은 "이는 원희룡 지사의 입장과 발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며 "원 지사는 학술용역심의가 있는 당일 오전에 기자들과 만나 '세미나나 토론회, 사무비 수준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특정사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하겠다는 데 찬성할 수 있겠느냐'고 발언해 심의위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게다가 '의회가 용역비 예산을 갖고 제주도를 겁박하면 안 된다'고도 한 발언은 의회가 겁박한 사실이 없는데도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홍 의원은 "제2공항특위에선 제주도지사의 입김에 좌우돼 정치적인 판단을 하지 말라"며 원희룡 지사에게 "특위 활동이 갈등해소가 목적이므로 발언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전쟁을 예고하는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 의회 예결위가 도정의 예산안이 법령을 무더기로 위반했다고 지적하자, 도 예산부서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 제2공항 관련 예산 문제로 제주자치도와 제주도의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전쟁이 예고됐다.

# 불발된 제2공항 특위 예산, 예결위 가위질로 살려낼까

이에 따라 제주도의회는 제2공항특위 활동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도 제주도의 예산안 일부를 조정할 것이 확실시된다.

가장 유력한 방법은 행정이 편성한 예산들 중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예산을 삭감해 의회사무처 예산으로 증액한 뒤, 의회 자체 예산으로 집행하는 식이다.

문제는 원희룡 지사가 예결위에서 삭감하고 조정한 내년도 예산안에 동의할 것이냐의 여부다. 이미 제2공항특위 예산 편성에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선언한 마당이어서 의회가 어떻게든 마련할 예산 조정내역에 동의하지 않을 시 예전 민선 6기 초반 때와 같은 '예산전쟁'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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