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 "김정일 발언은 국내 정치 상황 비판한 취지로 보여"
국가보안법, 명백한 위험성 있는 경우만 제한적으로 적용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술자리에서 김일성을 언급하며 국내 정치를 부정적으로 표현해 국가보안법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남성이 세상을 떠난 뒤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유죄 선고 38년 만의 일이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노현미 부장판사)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故 홍제화(67, 2018년 사망)씨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홍씨는 1981년 7월27일 밤 11시쯤 북제주군(현재 제주시) 조천면 조천리 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와중에 "김일성 원수가 정치를 잘한다. 역시 영웅이다. 박정희는 영웅이 아니고, 전두환은 어려서 정치하기 틀렸다" 등의 발언을 늘어놨다.

해당 발언으로 홍씨는 국가보안법 제7조1항의 '반국가단체에 대한 찬양·고무죄' 혐의로 기소돼 옥살이를 한 바 있다.  

홍씨의 국가보안법 유죄는 그가 죽은 뒤 억울함이 풀렸다. 2018년 7월5일 남편이 숨지자 아내는 같은 해 12월7일 재심 청구에 나섰다. 

재심은 당시 故 홍제화씨 수사를 담당했던 제주경찰서 수사관들의 불법구금 조사 사실이 인정되며 개시결정이 이뤄졌다. 

"김정일이 정치를 잘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홍씨는 1981년 11월24일 제주경찰서로 강제 연행돼 귀가 후 같은 달 28일 다시 경찰서로 연행, 사흘 간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구금됐다. 이 기간 동안 홍씨는 공소사실을 자백하는 내용의 진술조사 등이 작성됐다. 

해당 내용을 두고 재판부는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는 사안으로 판단했다.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해 수집된 내용은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적용 된다’는 대법원 판결(2008년 4월17일) 내용도 참작됐다. 

재판부는 "홍제희씨가 1981년 일행들과 술을 마시며 늘어놓은 발언의 정황을 살펴보면,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비판을 위해 대조적으로 언급한 취지로 보인다"면서 "해당 발언으로 국가의 존립 등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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