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 내년부터 학교서 사용될 교과서에 4.3집필기준 반영

그동안 국내 한국사 교과서에서 제주4.3사건을 '폭동' 등으로 기재돼 오던 문제가 완전히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내년 학교 현장에서 사용될 '2020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제주교육청이 용역을 통해 마련한 '4.3 집필기준'이 최종적으로 반영됐다고 17일 밝혔다.

▲ ▲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Newsjeju
▲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Newsjeju

 이전까지 대부분의 한국사 교과서는 제주4.3을 한국전쟁 전사(前史)로 기술했다. 이러다보니 4.3이 정부 수립에 반대한 폭동이나 좌우대립의 소요사태 등으로 규정됐다. 이 때문에 교과서 편찬 때마다 4.3 왜곡, 폄하 논란이 제기됐었다.

실제 지난 2000년까지 국내 모든 교과서에선 4.3을 '폭동'으로 규정해 가르쳐 왔었다. 특히 1987년까지의 1차 교육과정에선 '북한 공산당에 의한 폭동'으로 기술됐었으며, 이후 7차 교육과정까지도 그래왔다.

그러다 지난 2013년 9월에 교학사가 내놓은 역사교과서가 친일, 독재를 미화하고 4.3을 여전히 '폭동'으로 규정하면서 왜곡했다는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이 논란을 잠재우고자 당시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를 '국정화'로 만들려고 했다.

허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2017년 5월)가 들어서면서 국정교과서는 폐기됐다. 이를 기회로, 제주도교육청은 4.3을 통일정부 수립 운동이 전개되던 시기에 일어난 민족사적 사건으로 새롭게 규정하기 위해 곧바로 '검인정 역사교과서 4.3 집필기준개발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제주도교육청은 교육부와 역사과 교육과정 및 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을 개발 중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을 대상으로 중·고등학교 교육과정 '학습요소'에 새로운 집필 기준안을 반영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노력의 결과로 연구용역 내용이 지난해 5월 중학교 역사 및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 개정 시안에 반영되면서 제주4.3이 8.15광복과 통일정부 수립 과정을 이해하는데 알아야 할 '학습요소'로 인정됐다. '학습요소'란 역사과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핵심 요소를 말한다.

▲ 지난 2016년에 논란됐던 국정화 역사 교과서 현장 검토본.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에 들어서면서 국정화 교과서는 폐기됐다. ⓒ뉴스제주 ©Newsjeju
▲ 지난 2016년에 논란됐던 국정화 역사 교과서 현장 검토본. 문재인 정부가 2017년 5월에 들어서면서 국정화 교과서는 폐기됐다. ⓒ뉴스제주 ©Newsjeju

 이에 따라 내년 3월부터 사용될 '중학교 역사 및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기준 개정 시안'에 제주4.3이 '8.15 광복과 통일정부 수립을 위한 노력'의 필수 요소에 반영됐고, 올해 11월 27일에 검인정 국가교과서 검정으로 완료됐다.

현재 공개된 8종(금성출판사, 동아출판, 미래엔, 비상교육, 씨마스, 지학사, 천재교육, 해냄에듀)의 모든 한국사 교과서가 최종 발간돼 내년 새학년부터 사용된다.

이석문 교육감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에 제주4.3이 올바르게 담긴 교과서를 보일 수 있게 돼 매우 뜻깊다"며 "4.3이 더욱 상세하고 진실에 맞게 교과서에 실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제주4.3평화재단은 17일 환영의 논평을 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이번에 선보인 한국사 교과서마다 과거의 이념적 기술을 탈피하고, 2003년에 확정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의 내용을 함축해 정리했다"며 교과서에 실린 내용의 일부를 발췌하면서 자세히 서술됐다고 전했다.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여기에 오기까지 4.3진상조사보고서 확정과 그 토대 위에 2017년부터 시행한 제주도교육청의 '검인정 역사교과서 4.3집필기준개발 사업'이 주효했다"고 평가하면서 "새로운 청소년 세대가 올바른 교과서를 통해 4.3의 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전환의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도교육청과 함께 지난해부터 해마다 1000명씩 10년 동안 전국 교원 1만 명을 제주로 초대해 4.3연수를 실시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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