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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동 선혜연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의 대사가 우스갯소리로 들리는 것은, 우리사회가 더 이상 학연, 지연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방증일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신문에 공직자의 비리에 관한 기사와 청렴기고문이 같이 실리는 과도기적인 단계라고 생각하지만, 2001년 “부패방지법”, 2016년 “부정청탁금지법”을 비롯한 제도와 인식의 변화를 통해 청렴한 사회로 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실제로 2019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는 3년 연속 상승해서 100점 만점에 59점을 받았고, 국가 순위는 2년 연속 6계단 올랐다.

청렴은 공무원 면접에서 최빈출 질문일 만큼, 공직사회에서 꼭 필요하고 강조되는 덕목이다. 신규공무원교육에서도 청렴에 대해서는 세뇌당할 만큼 듣던 터라, 청렴은 가깝게 느껴졌지만 어떻게 실천해야할지는 먼 개념이기도 했다. 민원인들과 가까이 있는 일선공무원으로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공정하고 투명한 일처리를 통해 믿을 수 있는 공무원이 되리라는 다짐을 하고 공직 사회의 첫발을 내디뎠다.

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인데 고마움을 느끼며 선물을 건네는 민원인분들이 가끔 있다. 마음만 받겠다고 거절하면, 민원인분이 작은 것이여서 그렇냐며 머쓱해 하신다. 잠깐의 민망함을 감수하면, 나 자신에게 떳떳함이 주어진다.

맹자는 “가져도 좋고, 가지지 않아도 좋을 때, 가진다면 청렴함을 떨어뜨린다. 줘도 좋고 주지 않아도 좋을 때 준다면 은혜의 깊이가 떨어진다.”라고 했다.

또한 양속이라는 관리는 다른 사람이 선물로 들고 왔던 생선을 건드리지도 않은 채 마루 앞에 걸어뒀단다. 그렇게 생선을 오래 놔두고 있다가 다른 사람이 또 선물을 들고 오면 그를 말없이 보여주며 돌려보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평생 육지의 탁한 서해바다만 봤던 필자는 맑고 깨끗한 제주 바다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그 매력에 끌려 제주로 이주해서, 2019년 기초자치단체분야 종합청렴도 1등급을 달성한 서귀포시의 공무원으로 살고 있다. 바다도 이럴진대, 사람은 어떻겠는가. 맑고 깨끗한 사람은 신뢰할 수 있고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다.

필자에게 청렴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 이라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화장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도 아름답다’는 문구가 더 와 닿는다. 신규 공무원 때의 초심을 잊지 않고, 항상 잘못된 관행과 부패를 경계하고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묵묵히 공직 생활을 마친 후 떠난 자리에 깨끗함만 남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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