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기평가 위원들 모두 도내 위원들로 채워져 공정성 논란
제주도의원들, 임용후보 합격자번복 사태 "문제는 시스템"

▲ 제주도의회 김장영 교육의원. ©Newsjeju
▲ 제주도의회 김장영 교육의원. ©Newsjeju

최근에 발생한 제주도교육청의 공립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합격자 번복 사태와 관련해 시스템 전반에 대한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당초 공고된 평가기준이 현장에서 바뀌는가 하면 실기평가 점수를 매긴 평가위원들 모두 도내 위원들로 채워지면서 시험에 대한 중립성과 공정성 문제도 드러났다.  

여기다 결재라인을 다섯번이나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합격자가 뒤바꼈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한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기계적으로 결재했음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제주도의회교육위원회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제379회 교육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고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2020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합격자 번복에 따른 대처방안 및 향후 추진계획 등'에 대한 업무를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장영 교육의원은 "이번 사건은 불합격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았았다면 묻힐 뻔한 사건이었다. 이번 사태는 비단 주무관 한 사람의 실수로 이뤄졌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장영 의원은 "체조를 제외한 모든 종목은 평가기준이 있다. 당시 현장에서 평가기준대로 평가가 됐는지, 아니면 달라진 종목이 있느냐?"고 묻자 고영범 인사과장은 "달라진 내용이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수험생들이 이구동성으로 평가기준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응시자이기 때문에 향후 불이익 처분을 받을까봐 이야기 하지 못하고 있다"고 재차 묻자 그제서야 고영범 과장은 "시험 중간에 점심 시간이 주어졌다"고 털어놨다.

당초 체육실기평가는 점심 시간 없이 진행하는 것으로 공고가 됐지만 실제로는 이 평가 중간에 1시간 20분의 점심시간이 주어졌다. 응시자들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평가위원들이 배가 고파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김장영 의원은 "왜 점심시간을 주었느냐"고 묻자 고영범 인사과장은 "(평가위원들이)점심을 먹지 않고는 도무지 평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실기라고 하는 것이 리듬이다. 애초 공고대로 평가기준에 의해 시험을 치러야 한다. 공고할 때도 점심시간 없이 진행한다고 했는데 이를 어기면 어떻게 응시생들이 시험에 집중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 제주도의회 김희현 의원. ©Newsjeju
▲ 제주도의회 김희현 의원. ©Newsjeju

실기평가에 대한 중립성과 공정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김희현 의원은 "요즘 대한민국의 화두는 공정이다.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으면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다. 시험이 공정하지 않으면 누가 믿겠느냐 그것도 2번씩이나. 초유의 사태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얼마나 고통스럽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은 "실기평가 점수를 매긴 평가위원들 모두 도내 위원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응시생들이 지금 상황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실기점수는 바로 현장에서 밝혀야 한다. 응시자들이 실기점수를 모른다. 이건 문제가 있다. 자기 점수(실기시험)를 알아야 필기시험과 대조해 볼 수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담당 주무관이 엑셀을 옮기는 과정에서 이 사태가 발생했는데 그렇다면 윗선에서는 체크를 못한 것이냐? 결재했던 다섯명 모두 체크를 하지 못한 것이냐?"고 추궁하자 고 과장은 "출력된 자료를 가지고 일일이 계산기로 합산해 보지 않은 점에 대해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결국 결재라인을 다섯번이나 거치기까지 제주도교육청은 이 같은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김 의원은 "이번 사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시스템의 문제다. 요즘 시험은 '교육고시'라고 하지 않느냐. 공정성이 최대의 신뢰인데, 공정성과 신뢰성 모두 무너진 것 아니냐. 앞으로 임용평가제도의 개선책은 무엇이냐"고 질의하자 감사관은 "지금은 전반적으로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지금 제주도교육청은 규모가 적기 때문에 고시 담당 팀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타 지역 16개 시도는 고시 팀이 따로 있다. 앞으로 팀을 좀 꾸리고 실기평가에 대해서도 외부인사 영입으로 공정성을 기해야 한다. 실기시험도 그 자리에서 밝히는 등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고 또 다시 이런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석문 교육감은 이 엄중한 부분에 대해선 도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꼬집자 부공남 의원 역시 "교육감의 사과는 미적미적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당장 도민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 이는 우리 의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원들의 지적에 이석문 교육감을 대신해 나온 이경희 부교육감은 "교육청의 거듭된 업무 실수로 인해 합격자를 재변경하게 됐다. 응시자와 가족, 도민에게 큰 실망감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 드린다"며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하면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 제주교육의 위상과 신뢰도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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