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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동홍동주민센터

주무관 문정환

논어에 ‘견리사의’라는 말이 나온다.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스승 공자에게 성인에 대해 묻자 공자는 이익을 눈앞에 두었을 때 옳음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성인이라 답하였다. 정당한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자기 것이 아니라면 탐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득을 앞에 두고 의로움을 먼저 따지는 성인의 경지는 나에게 너무 아득하기만 하다.

예전부터 우리나라의 관리나 공무원은 청빈을 덕목으로 여겼다. 공무원은 재물에 뜻이 없고 항상 주리며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고는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와는 맞지 않다. 사람 인생의 많은 부분은 노동으로 채워진다. 노동 그 자체의 신성함이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생존을 위해 노동을 한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로 생계를 위해 일한다. 공무원의 경제활동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어울리는 생각이 아니다. 공자는 돈을 버는 행위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눈앞의 이익이 의로운지 즉, 정당한 방법으로 옳게 얻는 이익인지를 생각하라고 하였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타인과 수많은 관계를 이루고 있다. 가족, 친인척, 친구, 동료, 선후배 등 인간관계는 서로 털실뭉치처럼 얽혀있다.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듯이 우리는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타인과 많은 것을 주고받는다. 가족 등 친밀한 관계의 청탁 또는 부탁을 거절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또 위법성을 따지기도 애매한 경미한 부탁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딜레마에 빠진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이나 잘못된 절차에 의한 부탁을 한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자가 말하는 견리사의 정신은 이런 상황에 필요하다.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익이지만 옳지 않은 방법과 절차이기 때문에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잘못된 부탁으로 딜레마에 빠졌을 때 양심의 잣대는 옳은 길을 안내해 준다. 우리는 그저 양심이 이끄는 대로 행하기만 하면 된다.

나처럼 초년의 공무원들에게는 호랑이가 등장하는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공무원은 긴 공직기간 동안 많은 부탁 및 청탁을 받게 된다고 한다. 민원인들은 공무원과의 관계를 무기로 또는 무지로 인한 부탁을 수도 없이 한다고 한다. 이런 부탁들 앞에서 우리는 부탁이 정당한 것인가 또 의로운 것인가를 따지고 행하면 된다. 정당한 절차에 의한 옳은 일이면 들어주고, 그른 일이면 거부해야 한다. 평범한 나에게 성인의 거창한 맑고 높은 성품은 너무나도 멀다. 성인의 경지에 오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욕심을 버리고 가난하게 살고 싶지도 않다. 내 ‘깜냥’에 맞춘 청렴을 추구해야 한다. 소인배인 나만의 작은 청렴함을 지기키 위해서는 그저 양심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 나는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며 양심의 길을 천천히 따라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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