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 입지도 여전, 미래연대 무조건 합당은 ‘전략(?)’

최근 박근혜 전 대표가 차기 대권을 향한 정치적인 지지 세력 일부가 잇따라 독자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박 전 대표의 입심이 줄어들었다. 한나라당 내 이견을 보이던 세종시 관련 입장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박 전 대표의 입지가 그 만큼 낮아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과 조직 정비와 진정한 지지 세력을 키우고 있다는 대권 경쟁력 강화설이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지금까지의 일련의 과정들과 한나라당 내 변화 등을 토대로 박 전 대표의 진정한 속마음을 짚어본다.

지난 총선에서 등장한 친박연대의 공식적인 당 조직으로 활동해온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가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공식 밝히면서 친박계의 찬반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외형적으로만 두고 볼 때 미래희망연대는 비례대표 8석을 획득한 원내 진출 정당이다. 이들이 모두 합당에 참여한다면 한나라당은 종전 169석에서 177석으로 초대형 여당으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 기존 ‘친박계’와 박심(朴心)의 충성도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일 경우 오히려 당 내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기론이 대두된다.

친박계의 대표적 거물인 김무성 의원이 박 전 대표와 사실상 이견을 보이면서 결별한 것과 합당을 통한 미래희망연대측의 공심위 재입성은 선거 일정상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또다른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박 전 대표는 어떤 입장을 내 놓지 않고 관망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침묵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어떤 의미로 작용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사모, “서청원 전 대표는 배신자”>
박 전 대표의 가장 큰 온.오프라인 기반세력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광용 회장은 지난달 25일 미래희망연대 옥중 서신을 통해 무조건 합당을 주장한 서청원 전 대표에 대해 “비열한 배신자”라고 규탄했다.

전날 서 전 대표가 오는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희망연대가 단 한명의 후보도 내지 않기로 하고, 한나라당과의 무조건적인 합당 추진에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박사모 정 회장은 “조건 없는 합당의 대가로 서청원 전 대표의 형집행정지나 사면이 걸려 있을 것”이라며 “친박연대가 누구 한 사람 살자고 문을 닫을 수 있는 정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서청원 전 대표가 실제로 수감생활한 것은 6개월도 되지 않는다”며 “6개월 이상 형집행정지로 밖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서 전 대표는 감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연대 세브란스 병원에 나와 있는데 누군가 권력층이 일부러 서 전 대표를 병원에 풀어놓고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황이 저렇게 흘러가니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진짜 환자로 나왔나 미래희망연대 죽이러 나왔나 이런 설들이 많다”고 서 전 대표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정 회장은 지난 1일 ‘미래희망연대의 배신자들에게’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지난 2008년 총선, 박근혜 대표님의 '살아서 돌아오라'는 친박무소속으로 출마, 대거 '살아서 돌아가게' 되었다. 당시 그것은 하나의 감동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이들(미래희망연대)은 한나라당과 합당을 한다고 전당대회를 여는 모습이 코미디에 불과하다”라고 비꼬았다.

이어 “지금 미래희망연대는 '살아서 돌아가기' 위해서 한나라당과 합당을 한다고 전당대회를 여는 등, 법석이다. 그들이 언제 죽었던가, 죽을 뻔 하기라도 했던가. 당시 '살아서 돌아오라'는 말씀의 대상자는 한나라당의 공천에 희생된 친박 의원들인데 지금 남아있는 금배지 중, 송영선 의원을 제외하고는 '친박 공천학살'의 피해자는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논평에선 또 청산회(서청원 지지 모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청산회가 언제부터 친박이었나. 한나라당의 친박 공천학살에 희생되지도 않았고, 그 이전에 친박 활동을 한 적도 없었으며, 당선되리라도는 생각지도 않았던 비례대표들이 '살아서 돌아'가겠다니? 이게 무슨 망측한 명분인가”라고 비판 수위를 넓혔다.

<노 원내대표...“노사모 관련없는 단체가 오버”>
그러나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원내대표는 최근 "희망연대는 한나라당의 일정 지분을 가진 주인이기 때문에 합당 조건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박사모가 서 전 대표와 나를 지칭해 ‘배신자’로 규정한 후 미래희망연대는 애초부터 친박이 없었다고 비난하지만 우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세력이 나 한테 그런 얘기를 할 자격과, 아무런 명분도 없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노 원내대표는 "우리가 박사모를 바탕으로 해서 창당이 됐다든지, 박사모의 인적 구성을 같이 공유한 게 전혀 없다"고 선을 그은 뒤 "(박사모는)우리와 관련이 없는 단체다.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오는 6월지방선거 후보공천 문제와 관련 "출마하겠다고 했던 분들은 한나라당의 추가공천 신청기간을 둬서 기회균등 원칙에 따라 똑같이 공천심사를 받아 출마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희망연대 공천 무마(?) 가능한가>
지난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에서 낙천돼 탈당한 인사를 중심으로 창당된 친박연대는 얼마 전, 종전 계파적 색채가 짙다는 세간의 평가에 따라 당명을 ‘미래희망연대’로 고친지 얼마되지 않아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전격 발표하면서 정가에 파장을 일어켰다.

노 원내대표가 주장한 공천설을 뒷받침하기엔 사실상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 친박계 의원들의 주장이다.

당시 합당을 놓고 한나라당 공심위 대변인이 당 내 공천에 있어 미래희망연대측의 공천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친박계 한 의원은 사실상 미래희망연대로 출마한 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들의 한나라당내 공천심사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 그 사례로 지금까지 희망연대측에 공천자가 아무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규택, “기만행위” 탈당 여파>
이 같은 행위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고 정치적 모략이라며 이규택 대표가 지난달 31일 미래희망연대를 탈당하고 미래연합에 합류했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희망연대와 한나라당의 합당은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오늘 그동안 정든 미래희망연대를 떠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을 돌이켜보면 2008년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친박연대의 공동대표를 맡아 창당 한 지 불과 20일 만에 14석을 얻으며 돌풍을 일으켰을 때의 벅찬 감격, 그 감격이 가시기 전에 서청원 공동대표의 구속수감을 바라보면서 가슴 아팠던 기억이 떠오른다"면서 "최근 한나라당과의 합당 문제를 둘러싸고 당원들이 서로 대립해왔던 안타까운 순간을 모두 뒤로 한 채, 저는 지난달 31일 이번 사태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당 대표직을 스스로 사임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희망연대는 친이계의 공천 배제로 친박연대라는 박근혜 전 대표의 '살아서 돌아오라'는 숭고한 정신을 받들어 고군분투했다"며 "지난 3월 신문지면을 통해 지방선거에 참여하기로 선언하고 당명까지 개정했지만 또다시 한나라당과 합당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나의 양심과 소신에 반하는 이런 합당에는 결코 동조할 수 없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늘 미래희망연대를 탈당하고, 가칭 미래연합 창당준비위 동지들과 함께 분당이라는 구국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과의 합당을 반대하며 최근 희망연대를 탈당한 석종현 전 정책위의장은 지난 3일 '미래연합' 발기인대회를 갖고 창당 수순을 밟아왔다. 따라서 지방선거가 두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나라당내에서도 합당이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근혜, 후원 줄었다>
2008년 하반기에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정치인 후원에도 한파가 몰아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8일 공개한 2009년 국회의원 296명의 후원금 내역을 보면 총액이 411억원으로 전년의 634억원에 비해 35%가 줄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후원금이 지난해 1위에서 20위권으로 떨어져 박근혜 위기설을 뒷받침하는 듯 보이지만 친박계 한 중진의원은 "박 전 대표의 후원금의 순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표님(박근혜 의원)은 지난 노무현 정권 탄핵의 역풍속에서도 한나라당을 구한 경험이 있다"고 말한 뒤 "지금 정치적 무관심과 친이계의 박근혜 흠집내기로 후원금이 줄은 부분은 오히려 반등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친박계의 공통된 말"이라고 전했다.

국회의원 1인당 후원금 모집한도가 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선거가 없는 해는 1억5000만원인 점을 감안해도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건당 후원액도 전년의 18만8630원에서 12만8013원으로 크게 줄었다. 후원회당 평균 모집액은 2008년의 2억1863만원에서 1억3907억원으로 감소했다.

<한 전 총리 무죄 여파는>
그동안 한나라당은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인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공공연히 도덕적으로 자질이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그러나 한 전 총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자,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뷰이 인터넷신문 뷰앤폴의 의뢰를 받아 9일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6명을 상대로 조사한 ARS 전화조사에 따르면 ‘내일이 투표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한명숙 39.2%, 오세훈 37.6%, 노회찬 7.9%, 이상규 3,4% 순으로 답했다. 리서치뷰는 표본오차를 95% 신뢰수준에 플러스마이너스 3,1%p라고 밝혔다.

단, 이 조사에선 한나라당 출마후보 김충환, 나경원, 원희룡 의원과, 민주당 이계안, 김성순 출마예상자를 포함하지 않은 가상대결이라는 점이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가 오 후보를 앞선 결과는 이 조사가 처음이다. 특히 무죄판결 이후 처음 나온 것이어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들은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이 40~50대 이상에서, 한 전 총리는 20~30대에서 상대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 전 총리에 대한 법원의 무죄선고에 대해 49.9%가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만큼 당연한 결과’, 31.3%가 ‘법원의 선고가 잘못된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맞붙을 경우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한나라당 후보 38.5%, 야권단일후보 46.5%였고, 정당지지도는 한나라당 35.1%, 민주당 25.2%로 나타나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한 전 총리의 힘은 배가될 것이란 분석이다.

경남도지사 김두관 후보의 약진, 서울지역 한명숙 후보의 지지율 급상승에 이어 돌아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년이 한나라당에게는 여러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계속 박심(朴心)의 한나라당 내에서도 박 전 대표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것은 아직도 선거에서 그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6.2지방선거의 박근혜가 지지연설 등 적극적인 참여를 했을 때 한나라당에 상승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질문에 87%가 ‘그렇다’고 답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위기인지, 고도의 계산인지,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없지만 모든 부분들이 그를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당 내 최고의 입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한강타임즈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