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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청 해양수산과 주무관 김성언

몇 해 전 EBS에서 인간 심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밀폐돼 있는 방 안, 그곳에서 피 실험자와 연기자들은 간단한 덧셈 문제를 풀어야 한다. 연기자들은 미리 정해진 틀린 답을 똑같이 적어 냈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한 듯이 틀린 답을 정답이라고 말했다. 궁금한 건 피 실험자는 도대체 어떤 답을 적어 냈을까? 주변 눈치를 보며 정답을 지우고서 틀린 답을 써냈다.

재미있는 한 가지 상황을 조금 더 알아보자.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행인들. 연기자 1명이 무단횡단을 했을 때 주변사람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2명 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3명이 동시에 위반을 하자 피 실험자도 무단횡단을 하기 시작했고 주변 행인들도 우루루 지나갔다.

위와 같은 행동은 “3의 법칙”이라고 불린다.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수에 영향을 받아 바뀔 수 있다는 실험이다. 나는 법과 규칙이 가장 기본이지만 각 개인의 생각까지 변화 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강제라는 것은 항상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서론이 길었지만 나는 행동을 정형화하는 문화의 힘, 즉‘청렴한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청렴은 공직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가치이다. 청렴이 흔들리면 행정에 대한 도민의 신뢰가 사라져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 그래서 어쩌면 청렴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면서도 중요하다.

만약 우리가 일탈하고 싶을 때, 첫 번째로 하는 행동은 어떤 것 일까? 항상 내 주변부터 살펴볼 것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는 지 말이다. 위에 나열된 실험을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행인들이 위반하지 않고 초록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그 피 실험자도 끝까지 초록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즉 다른 사람의 행동과 생각이 만들어낸 문화가 일탈 행동을 막는 규칙으로 자연스럽게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문화를 확산하는 일은 우리 모두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견제하는 한편 잘한 것은 칭찬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서귀포시에서는 내부 직원에 대한 교육 및 다양한 청렴시책과 함께 올해부터 홈페이지에 각 과별로 업무추진비 내역을 매월 공개하고 있다. 해양수산과를 예로 들면, 조직도에서 해양수산과를 누른 후 자료실에 보면 업무추진비 사용일시, 내역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러한 공직자의 노력과 도민의 관심이 직접민주주의의 가치를 높이고 청렴 문화를 더욱 단단하게 해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높은 수준의 문화를 통해 초록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도록 공직자, 도민 모두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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