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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과

장 한 결

얼마 전에 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던 선배 공무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민원인이 찾아와 긴가민가한 것을 묻기에 제대로 알아보고 처리하려고 지침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멍청하다’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지거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민원인의 입장에서는 공무원이 이런 것도 모르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라 이해해보려 했지만, 이제 막 공직에 입문한 나에게는 무섭기 그지없는 얘기였다. 그렇지 않아도 민원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에 낯선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침을 삼키는데, 이런 일이 실제로 닥쳤을 때 어떻게 하면 매끄럽게 대처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던 차에 3월 말부터 제14기 서귀포시 여성대학 수강생 모집을 받게 되었다. 설렘 반 불안함 반으로 전화를 기다리다 드디어 첫 접수를 받았는데, 수화기 너머로도 마음이 전해진 걸까? “이렇게 기쁘게 받아주시니 너무 기분이 좋네요”라는 화답을 듣자,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라는 안도감과 동시에 청렴도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매 순간 어디에서든 친절이나 청렴이라는 글자를 보지만, 막상 친절을 베푸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뿌리칠 수 있는 걸 굳이 거절하지 않곤 한다. 올해 여성대학에 처음 문을 두드려 준 한 통의 전화로 인해 이제까지는 모든 일에 지레 겁먹고 나도 모르게 방어 자세를 취했던 건 아닌가, 다시 한 번 반성해 보았다.

요즘 강조되는 패러다임 중 하나인 ‘적극행정’ 역시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청렴한 공무원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공금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을 떠올리게 되지만, 이는 한편으로 구태의연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제는 동일한 민원을 처리하더라도 완료 행위 자체뿐 아니라 ‘어떻게’, 즉 처리 방법 또한 고민하고 개선하는 것이 청렴한 공무원이 되는 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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