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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운영전문위원실 주무관 고병훈

시작은 단순했다. 헌혈을 하면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휴식할 수 있다는 매우 단순한 이유에 부수적으로 간식 먹는 즐거움이 있었다.

처음 헌혈을 하고 나니 뿌듯함이 밀려오고 사명감을 갖게 되었다거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군 입대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을 것이다.

지금이라고 해서 사명감이 높아진 것은 아니라서 가끔 근무지에서 보는 헌혈버스를 적극 반기거나 헌혈의 집을 찾아가면서 할 정도는 못되는 그저 그런 게으른 헌혈자다. 굳이 헌혈 이유를 찾자면 헌혈 뒤에 검사를 통해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달 주기로 할 수 있는 헌혈을 일 년에 서너 번 하기도 했고, 몇 년에 한 번 하는데 그치기도 한 것은 찾아가서 하는 헌혈자는 아니었기 때문이고, 이런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헌혈버스를 피하지는 않았기에 삼십여 차례의 헌혈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헌혈이라는 것이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수준 이상의 건강상태에 있어야만 가능하다. 건강 상태에 따라 헌혈을 할 수 없거나, 외부적인 이유로 즉, 질병과 관계된 특정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거나,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에 따라 적어도 몇 달 길게는 1년 정도 헌혈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얼마 전, 그때까지는 헌혈버스에 올라서는 헌혈 없이 내려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가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이유로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그간 받았던 정기건강검진에서 운동을 권장하는 소견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던 내게 이날의 실패는 규칙적인 운동에 대한 상당한 동기부여가 됐다. 더불어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헌혈의 집을 찾는 계기가 되었다.

헌혈의 다양한 공익적 필요성을 누구나 잘 알고 있겠지만 굳이 공익을 앞세우지 않더라도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헌혈을 통해 여러 건강 지표를 확인하고 자신의 건강을 돌아볼 기회가 된다는 것으로도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그냥 누군가에 이끌려서라도 헌혈 버스에 올라보는 것이 시작이다.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는 것이 바로 헌혈이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만 있다면 게으른 헌혈자라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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