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제주도정의 재정진단 보고서 맹폭
의원들 "도정의 경직성 내부 경비 줄일 생각은 안 하고 도민에게만 책임 전가" 질타

'2020년 제주특별자치도 재정진단 보고서'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 의원들로부터 맹렬한 질타를 받았다.

제주자치도는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제주도정의 재정진단을 의뢰했고, 최근 그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허나 문제는 이 보고서에서 제시하고 있는 해법들이 도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 지방세 세입이 1조 5000억 원인 가운데 행정 인건비와 조직운영비에만 자그마치 8000억 원이나 쓰여지고 있는데도 이에 대해선 절감 방안을 1건도 제시하지 않은 반면, 세입을 더 확대시키기 위해서 버스요금을 현실화한다거나 각종 공공시설 이용료 인상, 쓰레기봉투 요금 인상안들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행자위의 많은 도의원들은 이 보고서를 두고 도민들의 삶의 질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제주도정의 정책 실패를 감싸주기 위한 보고서로 꾸며졌다고 힐난을 퍼부었다.

홍명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
홍명환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지방세입이 1조 5611억 원이고 지출예산이 1조 6122억 원이다. 이 중 일반 조직경비에만 8000억 원이 들어가면서 511억 원이 모자른 상황"이라며 "도민 세금을 걷어서 공무원의 인건비와 운영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인 걸 보면 조직운영의 방만한 점을 개선해야 할텐데 그게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여기에 대한 방안은 없고 각종 요금을 인상하는 걸로 도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건, 550억 원의 긴급재난생활지원금으로 줬다가 이를 다시 뺐어가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홍 의원은 "제주도정의 재정이 어렵다고 하는데, 지난해만해도 외부차입금 제로라고 자랑하던 도정이 아니냐. 단 1년 만에 이렇게 된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재검토를 해야 한다지만 이번 재정진단은 도민 삶의 질과는 거리가 먼 보고서"라고 비판했다.

또한 홍 의원은 보고서에서 제시된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을 늘린 것에 대해서도 제주도정이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정은 지난해 예산 대비 채무 비율을 오는  2023년까지 14%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었으나, 이번 보고서에선 18%로 늘리는 걸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대해 현대성 기획조정실장은 "원래는 14%까지였는데 세입이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세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늘리게 된 것"이라며 "다른 지역은 20%로 설정된 곳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홍 의원은 "참 편하게 일하는 거 같다"고 질타했다.

홍 의원은 "물론 과제가 생기면 조직을 만들거나 예산을 늘리는 게 맞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다른 부분에서 절감하고 진행해야 하는데 그러지는 않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방역에 쓰인 예산은 현재 100억 원도 안 된다. 게다가 5개 기금 총액이 1258억 원이나 여유자금이 있다. 자꾸 코로나 핑계를 대는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보고서를 이 따위로 재정진단을 하느냐"고 비난했다.

강철남 도의원(더불어민주당)도 이를 강하게 질타했다. 강 의원은 "공직사회 내부에 방만해 있는 걸 개선하려는 사례는 하나도 없고 해결책을 외부에서만 찾고 있다. 게다가 국고보조금이 너무 많다고 보고하면 국비를 신청하지 말라는건지 보고서 내용이 참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현대성 실장은 "(지적한대로)내부 경직성 경비를 줄이는 부분이 언급되지 않은 건 맞다"며 "이건 세입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으나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강 의원은 "현재 위기상황에서도 정부의 기조는 몇 백억 원을 투입하는 경기부양이다. 그런제 제주는 다른 방향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길호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
현길호 제주도의원(더불어민주당, 조천읍).

현길호 도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집행부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꼬집었다. 현 의원은 "외신들이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민주적이고 투명한 데 있다고 평하고 있는데 행정과 관련해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현 의원은 "오히려 독선적이고 관료적인 게 계속 남아있는 거 같다"며 "예산 편성 시 보조금을 일괄 10% 삭감해버리거나 긴급재난생활지원금 관련해서도 (의회와)논의하지 않았으면서도 협의했다고 발표하는 걸 보면, 도정이 의회와 충분히 공감할 정도로 소통이 이뤄졌다고 보느냐. 우이독경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성 실장은 "부족한 면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어 현 의원은 "이번 보고서도 그렇다. 앞서 지적한대로 이건 재정운영 실패 면제 보고서로 보여진다. 실패에 대한 반성은 없고 도민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재정안정화기금 조례도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준비해왔던 게 아니냐. 그런데 모든 것을 코로나19에 맞물리려고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현 의원은 "2024년부터는 빚을 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텐데, 그럴 수 밖에 없으니까 예산 대비 채무비율을 18%로 늘리겠다는 거 안다. 그런데 지금 제주도의 채무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다. 2023년에야 전국 평균에 도달하고 그 이후에 20%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 때까지 그냥 이걸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 의원은 "이걸 누군가 책임지고 관리해 나갈 생각을 해야지, 정기인사로 매번 6개월마다 바뀌어버리니 누가 책임질 것이냐가 문제"라고 비판의 강도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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