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 개발, 원희룡 도지사는 반대한다는데 제주도정은 계속 추진...
제주도의회, 보고서 중요내용 누락 등 공정성 훼손 판단... 부동의 결정

최근 제주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뉴오선타운 조성사업(송악산유원지 개발사업)이 추진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공공연히 이 사업의 추진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고, 제주도의회 문턱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28일 제 381회 임시회 제 1차 회의를 열어 이날 상정된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심의했다.

심의결과, 박원철 위원장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전문의견 검토의견을 누락시키면서 공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부동의한다"고 결정했다.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조감도.

이날 부동의 결정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원희룡 지사가 최근 도정질문에서 이 사업을 반대하는 뉘앙스를 대놓고 풍겼기 때문이다. 허나 도지사의 의중과는 달리 제주도정은 행정절차일 뿐이라며 사업 추진을 계속 진행시켰다.

이 때문에 환도위 소속 도의원들은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제주도정의 최고 결정권자인 도지사가 하지 말자는데 무슨 연유로 환경영향평가서를 의회에 들이밀어서 결정을 의원들이 하게끔 하느냐는 불만이었다.

게다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이 사업 추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달렸음에도 행정이 이를 숨긴 채 의회에서 심사를 받으려 한 정황이 드러나 더더욱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 도지사는 반대한다는데 대체 제주도정은 왜 추진하려 하나?

강성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을)은 "원희룡 지사가 지난 지방선거 때, 환경의 가치와 충돌하면 환경보호를 우선시하겠다고 해서 이 사업을 반대한다고 했다. 최근 도정질문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피력하면서 문화재 지정 필요성까지 동의했는데 도정에선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며 즉답을 요구했다.

박근수 환경보전국장이 "(원 지사께서)고민하는 거 같은데 다른 사업에 비해서 부정적 관점에서 보는 거 같다"고 답하자, 강 의원은 "그러면 뭐하러 도의회에 제출해서 피곤하게 하는 거냐"고 따졌다.

다시 박근수 국장이 "의회에 제출한 건 과정(절차)일 뿐"이라고 답하자, 강 의원은 "지사가 결단을 내렸으면 하겠다는건지 말겠다는건지 명확한 입장을 세워야 할텐데 이건 말 따로 행동 따로"라고 비판했다.

▲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28일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부동의' 처리했다. ©Newsjeju
▲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28일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부동의' 처리했다. ©Newsjeju

김용범 의원(더불어민주당, 정방·중앙·천지동)도 "지사의 발언대로라면 사업허가를 안 내주겠다는건데 그러면 의회에 부동의 해달라고 협조요청을 해야 맞는 게 아니냐. 그냥 이렇게 절차라면서 던져놓고 만약 의회에서 동의하면 지사는 어떻게 할거냐. '난 안 하려고 했는데 의회 결정이니 어쩔 수 없네'하면서 할거냐"고 꼬집으면서 사업부지에 대한 문화재 지정 문제를 꺼냈다.

지난 도정질문에서 고은실 의원(정의당, 비례대표)이 이를 제안했고, 원희룡 지사는 필요하다면 절차를 진행하겠다면서 특정 사업을 위해 이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문화재 지정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변으로, 사실상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허나 박근수 국장은 원희룡 지사의 답변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놨다. 박 국장은 "뉴오션타운 부지에 대해 문화재청과 협의를 했는데 공사 중에 유물이 나오지 않는 이상 문화재 지구로 지정하는 등의 보존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러면 대체 지사는 무슨 근거로 그런 발언을 한 거냐"고 따져 물었고, 박 국장은 "(지사의 뜻을)확실히 모르겠지만 송악산과 뉴오션타운 사업부지가 조금 떨어져 있어 그런 게 아닌가 한다"는 답변으로 대신했다.

그러자 박원철 위원장(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이 철퇴를 박았다.

박 위원장은 "지질공원으로 지정되려면 여러 평가받는 항목들이 있는데 학술가치 및 인지도가 송악산이 A트리플이다. 희소성과 경관지질구조도 그렇고 일출봉이나 수월봉, 차귀도보다 월등히 높다. 그런데 관리 용이성만 C제로다. 이건 그간 제주도정이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원희룡 지사가 2018년에 자연보호가 우선이라고 했고, 엊그제 도정질문에서도 이 사업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런데 국장은 의회에서 이걸 의결해주면 문제를 보완하면서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게 무슨 유체이탈 화법이냐. 모든 책임을 의회에 떠넘기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일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사업을 철회하라고 주문했다.

강한 질책에 박 국장은 10여초간 침묵을 지키다가 겨우 한다는 답변이 "그간의 과정 익히 안다. 환경보전국에선 환경보전을 최우선 과제로 도정 업무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원론적인 말 뿐이었다.

이에 박 위원장은 "환경이 최우선이라고 말만 하고, 대규모 개발 인허가를 한 번도 준 적 없다고 하면서 지사가 그렇게 말하자 이제 안 하겠구나 했다.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연거푸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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