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자치도, 지구지정도 안 하고 시행사 선정으로 주민갈등 촉발 인정
행정의 역할 한계 있다 발언에 도의원들 "그게 행정의 자세냐" 힐난

지난 회기에서 '주민수용성' 확보를 조건으로 상임위 문턱을 넘겼지만 정작 본회의에서 부결로 좌초된 대정해상풍력 발전단지 지구지정 동의안을 두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책임론이 커졌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고용호)는 15일 진행된 제382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제주자치도로부터 '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개선' 과제 현안보고를 받았다.

지구지정을 한 뒤 시행사를 선정해야 하는 절차를 거꾸로 진행한 제주특별자치도 때문에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 주변 마을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구지정을 한 뒤 시행사를 선정해야 하는 절차를 거꾸로 진행한 제주특별자치도 때문에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 주변 마을 주민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조훈배 의원(더불어민주당, 안덕면)과 김경학 의원(더불어민주당, 구좌읍·우도면) 등이 대정해상풍력 문제를 꺼내들었다.

조훈배 의원이 행정에서 역할을 방치했다고 지적하자, 노희섭 미래전략국장은 "시공사가 책임져야 한다. 행정에선 사업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고, 시공사가 적법하게 진행하는지를 관리감독하는 것이 행정의 의무다.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행정이 누구의 편을 들어줄 수 없다"며 더 이상 행정에선 어떤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조훈배 의원은 사업의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지구지정에 따른 주민설명회를 통해 행정이 책임지고 주민동의를 구한 후 사업 시행을 위한 시행사를 선정해야 하는데 이를 거꾸로 진행했다는 지적을 가했다.

조 의원은 "지구지정도 안 된 상황에서 시공사를 모집한거 아니냐. 사업의 추진 목적을 주민들에게 알려야 하는데 행정은 뒷짐지고 시공사 보고 알아서 하라는 게 말이 되나. 시공사가 어떻게 지역주민을 동원해서 뭘 알아서 한다는 거냐"며 "행정이 주민 설명회를 추진하고 나서 여기가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그 후에 시공사를 선정해야 맞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노희섭 미래전략국장은 "사업의 위험성이나 장단점 등을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했다는 점에선 행정의 잘못이 있다. 다만, 대정의 경우엔 이미 시행사가 결정돼 있어 현재로선 이를 풀기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이렇다 할 해결책 제시가 없자 조 의원은 재차 "먼저 사업 대상지를 선정하면 지역주민 공감대를 형성한 후 시공사를 선정해야 비용이 절감되고 갈등도 줄어들텐데 이번 건 거꾸로 됐다. 앞으론 지역주민에게 충분히 사업설명하고 배보상을 결정한 후 시공사를 정해야 사업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러한 지적에 노희섭 국장은 "맞다. 대정 같은 경우는 절차가 합리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것 같다"고 행정의 잘못을 시인하면서 "저희도 왜 시행사가 먼저 결정된건지 의문"이라며 "어떻게 풀어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 의원은 "기존에 10년 동안 110억 원을 투자해왔다는 사업자는 뭐가 되느냐. 행정에선 그렇게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만 하면 끝나겠지만 을은 10년 동안의 투자와 시간을 날린 셈이 됐다. 차라리 사업이 안 될 것 같다 싶으면 사업철회를 통보하던가, 계속 추진될 것처럼 해오니까 주민 갈등만 더 커진 게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어 조 의원은 "그래서 의회에서 수차례 경고해서야 겨우 간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10년 간 설명회 자체가 없었다. 그 사이 담당 공직자는 계속 바뀌고, 이러니 사업자는 목 마르게 도청만 쳐다보고,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고 비판했다.

▲ 전국 유일의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위)와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을 두고 질의답변을 주고받은 조훈배(왼쪽), 김경학 의원(오른쪽)과 노희섭 제주자치도 미래전략국장. ©Newsjeju
▲ 전국 유일의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위)와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을 두고 질의답변을 주고받은 조훈배(왼쪽), 김경학 의원(오른쪽)과 노희섭 제주자치도 미래전략국장. ©Newsjeju

김경학 의원도 제주도정의 더 이상 할 게 없다는 태도를 강하게 꾸짖었다.

김 의원은 "카본프리아일랜드 정책 추진하겠다고 한 지 수년이 지났다. 사업자가 정해져 있으니 이제 도정이 할 게 없다면 정책 목표를 포기할거냐. 카본프리 한다고 벌인 해상풍력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노 국장이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그러면 사업이 좌초되면 카본프리를 폐기하겠다는 거냐"며 "사업자가 도정의 목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이어 김 의원은 "사업자 보고 무조건 알아서 하라고 할 게 아니다. 지구지정 동의안이 도의회에 오기 전에 관련 심의절차를 다 거친다.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봐서 도지사 이름으로 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한 게 아니냐"고 재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그런데 이제와서 사업 추진에 문제가 있었다? 그러면 국장으로서 아예 동의안을 제출하지 말았어야 하는 거 아니냐. 행정부지사가 지난 회기 때 출석해서 주민수용성에 문제가 있으니 도정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국장은 이제와 도정이 할 역할이 없다고 하고 있다. 누가 맞는거냐"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게 가결되고 좋고 말아도 되는 그런 거냐. 너무 무책임한 발언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노 국장은 "앞서 조훈배 의원이 예전의 상황을 물어본 것에 대해 그렇다는 답변이었다. 부지사가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으니 방법을 찾아서 해결해야 하는 게 맞다"며 "제 발언으로 오해를 샀다면 죄송하다"고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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