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제주도정, 지방의회 심의 무력화 '논란'
무소불위 제주도정, 지방의회 심의 무력화 '논란'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05.19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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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정이 편성하고 제주도의회가 심의 의결한 올해 제주도 예산
다시 보조금심의위가 의회 동의 없이 세출조정... 지방재정법 위반, 이래도 되나

지방재정법 및 보조금관리 조례 위반 명백한데 행정은 변명만

▲ 제주특별자치도가 보조금심의위원회를 통해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의 심의 의결권을 침해하는 행정행위를 벌여 의회와 집행부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가 보조금심의위원회를 통해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의 심의 의결권을 침해하는 행정행위를 벌여 의회와 집행부 간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Newsjeju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버젓이 저질렀는데도 구태의연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어 의회와 집행부 간의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송영훈)는 19일 제주자치도가 제출한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여러 의원들의 지적에도 집행부가 전향된 태도를 보이지 않자, 급기야 감사까지 청구하겠다고 경고했다.

논란의 포문은 한영진 의원(민생당, 비례대표)이 열었다. 한 의원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 이미 470억 원 규모로 세출절감 대상 사업이 확정됐는데 민간보조금 사업이 138억, 민간경상보조금 63억, 민자 38억, 민간위탁과 민간행사보조금이 18억 감액됐다. 이렇게 의회가 심의의결한 예산을 다시 조정한 건 의회를 경시하는 태도"라며 "대체 어떤 근거로 삭감한거냐. 이건 지방재정법 위반 소지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성 기획조정실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세수가 감소되는 상황에 이르러 재정대책을 추진했고, 민간보조금 사업만이 아니라 전체 예산을 들여다보고 지출구조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서 일괄적으로 10%씩 삭감했다. 지난해에도 여러 민간보조금에서 불용예산들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허나 어떤 근거에 의해서 조정했는지, 지방재정법 위반 소지 여부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 의원은 "민간보조금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게 주 목적이다. 의회에서 의결된 예산을 일방적으로 조정하는 건 재정민주주의를 해치는 행위"라고 재차 비판했다.

그럼에도 현대성 실장은 "최대한 낭비적 요인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이라고 봐달라"고 읍소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한 의원이 "그러면 앞으로도 이렇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고, 현 실장은 "아니다. 의회에서 심의해 준 예산은 최대한 합리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고, 부득이한 경우는 의회와 협의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제껏 집행부는 단 한 차례도 이 문제와 관련해 의회와 논의하지 않고,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에 맡겨 심의의결된 예산을 재조정해왔다.

▲ 왼쪽부터 한영진, 홍명환 의원, 최승현 행정부지사, 김경미 의원, 송영훈 예결위원장. ©Newsjeju
▲ 왼쪽부터 한영진, 홍명환 의원, 최승현 행정부지사, 김경미 의원, 송영훈 예결위원장. ©Newsjeju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도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홍 의원은 "의회 동의를 얻어서 변경해야 하지 않나. 임의로 변경하는 건 의회 의결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최승현 행정부지사는 "저도 그 부분이 애매모호해서 행정안전부에 법령 질의를 했는데 의회의 지적이 맞기도 하고 제 생각이 맞기도 한 것 같다"며 즉답을 피해갔다.

애매한 답변에 홍 의원은 "법안 검토는 저희도 다 해봤다. 이건 명백히 의회 권한을 침해하는 불법적인 행태다. 의회 동의없이 삭감한 부분 원상복구 해야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김경미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지난해 12월 18일자로 예산담당관실에서 각 부서에 보낸 공문을 문제 삼았다. 보조금을 교부하기 전에 보조금심의위원회로부터 심의를 받도록 하라는 지시사항이었다.

말 그대로 의회가 심의의결한 사업을 다시 검토해 재조정받도록 하라는 것이다. 보조금심의위원회가 의회보다 더 높은 곳에서 예산을 주무르는 '옥상옥' 논란이 일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인 셈이다.

현대성 실장이 "많은 고민 끝에 시행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김 의원은 "지난해 도지사가 동의하고 의회에서 의결한 사업을 보조금심의위가 다시 심의하면 보조금심의위가 더 상위에 두어도 된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다시 최승현 부지사가 "타당한 지적"이라고 수긍하면서 "주관 부처에 공식 질의해서 답변을 받아놔야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변호사들로부터 지방재정법과 보조금 관리 조례 위반임을 자문받았다. 이는 의회 경시뿐만 아니라 도민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감사원에 감사까지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송영훈 예결위원장 역시 "지난해 본예산 이후부터 제주도정이 계속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며 "아무리 지방재정이 어렵다고 해도 이렇게 의회와 도민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두는 건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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