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어가 된 원희룡 지사의 거짓말
일상어가 된 원희룡 지사의 거짓말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05.28 19: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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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언론 무시하고 중앙언론 통해서만 속마음 내비치는 원희룡 지사
그간 도정에만 전념하겠다는 뻔한 거짓말은 왜 했나... 

# 정치인의 제 1 덕목은 뻔뻔함?

김명현 기자. ⓒ뉴스제주
김명현 기자. ⓒ뉴스제주

1997년에 데뷔한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이라는 밴드가 있다. 힙합과 락, 메탈의 경계를 오가며, 혹은 크로스 오버시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미션 임파서블’ 2편의 테마곡 ‘Take a look around’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밴드에겐 특징이 하나 있는데, 가사 대부분이 욕설로 점철돼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이 발매한 앨범 대부분이 ‘19금’ 청취불가다. 한 소절, 한 마디를 외치고 나면 습관적으로 f로 시작하는 욕을 뱉어내는 게 기본이다. 8장의 정규앨범 중 3집이 가관이다. 어떤 곡은 가사 90%가 욕이다. 이러다보니 이들에게 욕은 그냥 일상 언어다. 숨을 내쉬는 것 같이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행동이 일상적인 것처럼, 림프 비즈킷이 내뱉는 욕은 단순한 습관 같기도 하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기에 이들만의 정체성이다.

이처럼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면 그건 그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습관적으로 잘하는 건 거짓말인 거 같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이제껏 행보를 보면 그는 '행정가'이기보단 '정치인'에 더 가깝다.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해서다. 거짓말은 정치인들이 지녀야 할 필수 생존 능력처럼 보인다. 행정가라면 도민들에게 거짓말을 했을 때, 그 지위에 따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벌을 달게 받아야만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인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뱀 혓바닥을 이러지리 휘리릭 놀리듯 휘황찬란한 감언이설로 위기를 모면한다.

국민들은 이러한 정치인들의 처세술을 한 두 번 봐 온 게 아니다. 실례를 멀리서 찾아볼 필요도 없다.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선 처리될 것이라던 여당 국회의원들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정부 중앙부처 내 의견조율이 안 된 건 숨기고, 이를 야당 탓으로 돌리는 뻔뻔함을 보였다. 원희룡 지사가 중앙정치 야욕을 서울에서 드러낸 후 제주로 와선 늘 “도정에만 전념하겠다”는 발언도 그렇다.

▲ 올해 1월 22일, 원희룡 지사가 미래통합당(전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뒤 도민들에게 당적 변경을 미리 양해 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기는 반드시 다 채우겠다고 공언했었다. ©Newsjeju
▲ 올해 1월 22일, 원희룡 지사가 미래통합당(전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뒤 도민들에게 당적 변경을 미리 양해 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기는 반드시 다 채우겠다고 공언했었다. ©Newsjeju

특히 원희룡 지사의 이 거짓말은 모두가 목도했듯 한 두 번이 아니다. 2년 전 도지사 재도전 당시 많은 도민들 앞에서 “중앙정치에 욕심을 내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던 때도 있었다. 다 제 잘못이고, 당선되면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읍소했다. 그리해서 민선 6기에 이어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탈당 후 무소속으로 7기 자리까지 재선에 성공했다. 허나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진중한 모습은 사라지고 중앙정치를 향한 야욕이 다시 슬그머니 일어 올랐다.

느닷없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현 정부를 비판하고, 제2공항으로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든 말든 예능 방송 출연도 마다 않았다. 지난해 4월 1일, 서울에서 개최된 ‘플랫폼 자유와 공화’ 창립총회에 참석해 “실은 저도 거기에 집중하고 싶은데 제주에 골치 아픈 일이 많다”며 중앙정치 행보 운을 띄우기 시작했다. 그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자유한국당 복당설이 나돌았고, 당시 원 지사는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중앙정치에 관여하거나 정당에 가입할 일이 전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게다가 당시 내년(올해 4.15) 총선에 관여할 일은 일체 없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발언은 지난해 9월에도 반복됐다. 똑같이 도청 기자실에서 많은 기자들의 질문에 “슬그머니 들어갈(복당할) 거였으면 탈당도 안 했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원희룡 지사의 이 말은 모두 거짓말이 됐다. 올해 1월에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미래통합당’ 껍데기를 달고 나오자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자연스레 복당했다. 당 최고위원직을 수락하면서 총선에도 관여했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미리 도민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못했다. 죄송하다”면서 도지사 임기는 다 채우겠다고 말했다. 허나 이번에도 또 거짓말이 될 것이 자명해지고 있다.

최근 원희룡 지사가 또 다시 제주가 아닌 서울 중앙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대놓고 ‘대권 도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제 20대 대선이 2022년 3월 9일이기 때문에 내년 초 혹은 중순엔 도지사직을 버리고 선거판에 뛰어들어야만 한다.

항간에선 벌써 사퇴 시기가 거론되고 있을 정도다. 내년 7월경에 사퇴하면 남은 도지사 임기가 1년이 되지 않아 보궐선거를 치를 필요도 없다. 부지사가 직무대행하고, 행정시장 자리에 제주도정 경험을 해봤던 A씨와 K씨에게 맡겨놓을 심산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하나 특징적인 건, 유독 원희룡 지사는 이런 자신의 속내를 제주언론을 상대로는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항상 매번 그래왔다. 최근 대권 도전 시사 관련 발언도 중앙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드러냈다. 이를 두고 제주언론이 지적을 안 한 바가 없다. 그 때마다 원희룡 지사는 “인터뷰 요청이 와서 한 것일 뿐, 그냥 덕담 수준이었다”고 무마하곤 했다.

뻔뻔함도 이런 뻔뻔함이 없다. 이쯤 되면 정치인이 되기 위한 제 1 덕목은 얼굴에 철판 깔고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할 수 있는 뻔뻔함인 것 같다. 뻔히 보이는 말을 진심인냥 포장해 도민들에게 약속까지 해놓고 이제와 형형색색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자신을 포장하는 모습은 제주도민을 기만하는 행태나 다름 없다. 이번 대권 도전 시사 발언을 두고 원희룡 지사는 조만간 또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들에게 썰을 풀어놓을 것이 분명하다. 그 때엔 또 무슨 거짓말을 할 것인지 벌써부터 예상될 정도다.

정치와 관련한 칼럼을 쓸 때마다 늘 떠오르는 문구가 있다. 

“권력은 인간을 타락시킨다고들 하지. 하지만 내 경험에서 보면 사람들이 권력을 지니게 됐을 때, 권력은 단지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게 해 줄 뿐이야. 그래서 좋은 사람은 더 좋은 사람이 되지. 아니면...”

-미국 6부작 드라마 <그리드(Greed)>에서.

지금 거짓말을 일삼는 모습이 대통령이 된다고 달라질까. 도민들에게 비친 현재 원희룡 지사의 모습은 제주도지사 자리가 대권 도전을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게 현실이다. 재선을 위해 도민들에게 말했던 "도민이 가장 무섭다"는 발언 역시 거짓말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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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 2020-05-30 22:08:37 IP 175.207.251.177
정말 오랜만에 속시원한 기사 봅니다.
언론들도 광고비때문에 원지사찬양하기 바쁜와중에 정말 속시원하는 기사 보니 가슴이 뻥뚤립니다.원지사가 도망가도 원지사족속들은 계속살아야하기에 벌써부터 모여다니면서 다음주자 만들어서 평생부귀영화를 누릴려고 하고있으니
제주도민들은 제발 다음에는 선거좀 똑바로 해아겠습니다. 원지사족속들이 내새운 꼭두각시말고 정말로 제주를 사랑하는사람으로 투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