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11일 협의회 갖기로 해놓곤 어설픈 이유 들며 일방 파기
제주자치도, 유감 표명... 개최 이전에 의제 다 설명했다 토로

민선 7기 들어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간 첫 '상설'정책협의회가 11일 오후 4시에 개최되는 듯 했으나 불발됐다. 제주도의회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참석하지 않기로 일방 통보하면서다.

제주도의회의 불발 사유는 표면적으론 이렇다.

제주도의회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먼저 "예산이 정책협의회 논의대상이 아니"라고 전제한 뒤 "7월 추경(2차 추경) 계획을 검토한 결과, 도정의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이 의회와 많은 부분에서 달라 공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감할 수 없다고 한 데에는 2차 추경안 약 3000억 원 중 코로나19 관련 예산이라곤 20%에 불과한 700억 원 정도뿐이라는 점을 들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타개책이 무엇보다 시급한데 예산 편성 규모가 그러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또한 의회는 정부의 재난지원금에 매칭해 집행했던 재정안정화기금의 잔여분에 대해서도 의회와 노선을 달리하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의회는 제주도정이 집행하고 남은 1차 지원금과 정부의 재난지원금 매칭액의 잔여 예산을 재정안정화기금으로 적립해 2차 지원금에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랐으나 도정이 이를 거부했다는 얘기다.

즉, 전 도민 지급을 조건으로 1차 추경안을 의결했던 의회의 바람을 제주도정이 저버렸다는 실망감이 깔려있다.

▲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가 11일 오후 4시에 첫 상설정책협의회를 개최키로 했었으나 의회가 일방적으로 이를 파기했다. ©Newsjeju
▲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가 11일 오후 4시에 첫 상설정책협의회를 개최키로 했었으나 의회가 일방적으로 이를 파기했다. ©Newsjeju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 측은 '유감'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다.

현대성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오후 4시 30분에 상설정책협의회 불발에 대한 기자회견에 나서 "정책협의회를 도의회와의 소통 창구로 삼아 계속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다만 협의회 개최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취소한데 대해선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성 실장은 앞서 의회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도 정책협의회 때 모두 꺼내놓고 협의할 예정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미 이번 상설정책협의회 의제가 2차 추경 편성 방향이었고, 이는 각 상임위원장과 각 당 원내대표에게도 다 전달된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현 실장은 "다시 재정안정화기금을 쓰려면 2차 방역예산과 관련해 부족해질 수 있어 방역 예산에 쓰겠다고 협의할 예정이었다"며 "본 예산에 편성되지 못했던 법정 필수경비와 보조금 지방비 미매칭 등 2750억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입재원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논의해보고자 했던 건데 논의조차 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제주자치도 관계자의 부연설명에 따르면, 애당초 법정 필수경비는 전년도에 본 예산을 편성할 때 100% 짰어야 했으나 지난해 경기침체로 확장재정을 하는 과정에서 세입재원 자체가 부족해 9~10월까지만 편성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나머지 2~3개월분의 필수경비를 올해 추경안에 담아내려다보니 전체 추경예산 대비 코로나19 관련 예산 비중이 적어보일 수 있다는 해명이다.

이날 정책협의회 불발은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서만 보면)이 부분이 문제다.

애초 협의회 의제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 재조정이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코로나19를 위한 예산 재조정은 3000억 원 중 700억 원 정도 뿐이었고 나머지는 행정예산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하반기에 줄줄이 취소될 수 있는 각종 행사에 집행될 예산들이 있는데, 이 부분을 두고 의회는 제주도정이 이렇게 삭감한 예산을 코로나19 집행으로 구멍이 생긴 본 예산을 메꾸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 실장은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지출이 벌써 1500억 원 정도나 된다. 행사 취소시킨 예산으로 다 채우지도 못한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현 실장은 "이 부분도 의회와 협의회를 통해 정리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보조금으로 집행되는 민간사업들이 한 둘이 아닌데다가 이 사업들엔 도의원들의 각 지역구에서 진행하는 것들도 많아 섣불리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함정이다.

이 상황에서 제주도의회는 곧 후반기 원구성을 갖는다. 새로운 의장과 상임위원장이 선출될 것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모든 도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사업이 코로나19로 취소되는 걸 바라지 않을 게 자명하다.

실제 제주도의회는 이번 협의회 개최 불발엔 이 부분도 영향이 미쳤음을 인정했다. 도의회는 "후반기 원구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급하다는 이유로 신중하지 못한 합의를 한다면 도민에게 희망이 아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추경과 관련해선 하반기 의장단이 구성된 이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즉, 제주도의회는 코로나19에 대한 제주도의회와의 인식의 차이가 이번 협의회 개최 불발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표면적일 뿐, 실제론 지역구 우선 챙기기에 뒤로 밀려난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전반기 의장단이 곧 해제될 예정인 상황에서 후반기 의장단에 책임지지도 못할 일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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