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일 개봉 영화 '소리꾼'…'귀향' 감독
대학시절 시나리오 바탕... '가족 복원' 메시지
"소리 자체가 주인공…대놓고 서편제 오마주"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영화 '소리꾼'의 조정래 감독. (사진=리틀빅픽처스)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우리 민족은 흥도 많고 한도 많죠. 한과 흥은 다른 말이 아니에요. 한이 흥이고, 흥이 한이죠. 어쩌면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이야기이지만, 영화를 본 후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거나 행복하다, 다시 보고 싶다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는 7월1일 개봉을 앞두고 만난 영화 '소리꾼'의 조정래 감독은 "오랜 꿈이었고 여기까지 오는데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모두 감사하다"며 "무엇보다 '귀향' 영화가 있었기 때문에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은 방황하던 대학 시절,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보고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신작 '소리꾼'은 '서편제'의 오마주라고 밝힌 바 있다.

"1993년에 '서편제'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죠. 해석이 안 돼서 몇 번이나 봤어요. 그때부터 영화를 하고, 우리 소리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죠. 대학 시절 저를 아는 사람들은 '소리에 미친 놈'으로 통해요."

이후 대학교 3학년 때 과제로 쓴 단편 시나리오가 지금의 '소리꾼'의 바탕이 됐다. 여기에 조 감독은 심청가를 연구하며 자신만의 가설 하나를 세웠다. 조선시대의 광대가 자신의 딸 대신 눈이 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가공의 인물을 상상했다. 그는 "부족하지만 제가 가장 잘 하고, 잘 아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리꾼'은 영조 10년 정국이 어수선한 시기, 소리꾼 학규(이봉근)가 납치된 아내 간난(이유리)을 찾아 떠나는 로드 무비다. 한국 뮤지컬 영화를 내세운 '소리꾼'은 흥이 넘치는 북 장단과 서민들의 정서가 녹아있는 판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주인공 학규 역의 국악 명창 이봉근의 감정이 오롯이 담긴 소리가 극을 끌어간다. 조 감독은 "영화에서 모두가 주인공이지만, 한편으로 소리 자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에는 판소리뿐만 아니라 민요도 나오고, 정가도 나온다. 다양한 장르를 녹였다. 음악에서 오는 감동도 있지만, 고전 한편을 다시 제대로 본 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영화 '소리꾼'의 스틸 컷.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간난을 찾아 떠나는 학규와 딸 청이(김하연)는 길 위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도 하듯, 혈연만이 아닌 여러 의미로 가족의 복원을 말하고 싶었다는 조 감독.

"다들 청이를 지켜준다고 볼 수 있지만, 가만히 보면 청이가 이끄는 느낌이 있어요. 청이가 아니었다면 삶을 놓아버릴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과연 우리가 청이를 돌보는 건지, 청이가 우리를 돌보는 건지. 무조건 사랑받는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사랑을 줬을 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데 상대가 그 뜻을 왜곡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죠.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모난 돌도 있고, 그렇게 어우러지고 살아가는 게 인생이죠."

영화에는 전국 팔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계절을 담아냈고, '서편제'의 기억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조 감독은 "('서편제'와 같이)저희 영화도 로드 무비고, 예쁜 풍경화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을 다니며 촬영했고 다들 고생을 많이 했다. 대놓고 '서편제'를 오마주한 장면도 있다. 최대한 생동감 있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영화 '소리꾼'의 조정래 감독. (사진=리틀빅픽처스)
현장에서 '북 치는 감독'으로 불렸던 조 감독은 정통 고법 이수자로 고수(북 치는 사람) 활동을 해온 이력이 있다. 소리를 통해 아내도 만났다. 대학 시절에 만든 국악 동아리의 후배였다. 당시엔 선후배일 뿐이었지만, 이후 연을 맺고 지금의 아내가 됐다. 조 감독이 쓰는 시나리오의 첫 번째 각색자이기도 하다.

'소리꾼'에서 학규의 아내 간난 역이 아내에게 투영되기도 한다. 조 감독은 "간난 역이 제 아내와 성격이 똑같아요. 인생에서 저를 구해준 사람"이라고 웃으며 "아내는 전통 자수를 배우는데, (극에서 삯바느질을 하는)이유리씨에게 바느질과 자수하는 걸 알려줬다"고 말했다.
 
'소리꾼' 이후의 행보는 시나리오 작업을 예정하고 있다. 아직 집필을 하기 전이지만, 일본 홋카이도의 원주민인 소수 민족 아이누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은 구상을 하고 있다. 아이누어로 아이누는 사람을 뜻한다.

조 감독은 "요즘 살기가 참 힘들다. 사람이 사람을 가까이 하는 게 안 되고 당연한 걸 누리지 못하게 됐다"고 안타까워하며 "사람 때문에 힘들지만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그 속에서 웃고 울고 행복해하며 소중한 가족들과 코로나19를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시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