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특수강간' 혐의 등으로 기소된 중국인 1심 '무죄'
"'증거보전 절차'와 '형사사법 공조요청' 등 검찰 노력 없었다"
제주지검 반박, "재판부가 절차 진행 거부했다"···법원 "아니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제주지역에서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40대 중국인이 무죄를 선고받은 사안에 대해 재판부와 검찰이 갈등을 빚고 있다. 

법원 측은 '형사사법 공조요청' 등 검찰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제주지검은 재판부의 책임론을 내세우며 신경전 중이다. 

사건의 발단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특수강간), '출입국 관리법위반', '강간'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바모(43. 남)씨 유·무죄에서 시작됐다. 

2018년 12월31일 무사증으로 입국한 중국인 바씨는, 체류기간 만료일인 2019년 1월30일을 넘기고 같은 해 12월29일까지 한국에 체류해 '출입국 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아왔다.

명백한 이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관건은 '특수강간' 등의 혐의 판단인데, 재판부는 '무죄'를 내렸다. 

바씨는 서귀포시 건물을 임차해 각 방을 다른 중국인들에게 전대했고, 이 과정에서 또다른 중국인 여성 A씨(44)에 호감을 갖게 됐다.

둘은 2019년 12월21일 성관계를 한 차례 가졌다. 이후 A씨가 잠자리 제안을 거절하자 바씨는 같은달 24일 흉기를 들고 위협, 강제로 두 차례 성관계를 맺은 혐의를 받아왔다.

제주지검은 올해 1월20일 공소제기 했지만 바씨는 조기 수사 단계부터 계속해서 공소사실을 부인해왔다. 문제는 피해자 A씨는 3월7일 중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제주법원은 "바씨가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법정 심문없이 검찰 진술서만으로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공소사실은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 형사소송법에 의해 무죄를 선고 한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상 제314조(증거능력에 대한 예외)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등으로 진술할 수 없는 시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음이 증명될 때라는 전제 조건이 달린다. 

결국 강간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이면에는, 검찰의 '증거보전 절차'와 '형사사법 공조요청'에 따른 피해자의 중국 내 소재지 확인이나 증인 소환장 송달 등의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검찰의 안일함을 재판부가 꼬집었다. 

제주지방검찰청.
제주지방검찰청.

중국인의 무죄 판결과 법원의 지적에 대해 제주지방검찰청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응수했다.

제주지검은 "검사가 형사사법 공조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재판부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며 "재판부에 중국과 형사사법공조 조약 체결을 고지, 절차 진행을 요구했으나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 A씨의 소재지가 확인되고, 연락이 가능한 상태로 법원에서 절차를 진행했다면 피해자 진술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측은 재판부의 '무죄' 판결에 불복, 항소절차를 진행 중이다. 

제주지검의 대응에 제주지방법원도 입장을 냈다. 제주지법은 "무죄 형사사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1심 판결에 명시한 내용 그대로"라며 "검찰의 주장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형사사건의 내용은 소송절차 외에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그 내용은 항소심에서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와 검찰의 신경전은 항소심에서 치열한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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