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 남성에게 제주법원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사건과 관련해 제주녹색당이 "여성혐오를 부추기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남편 A씨는 지난해 딸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아내 B씨와 말다툼을 하다 주먹질을 했고 폭행을 당한 B씨는 지주막하출혈을 일으켜 닷새 뒤 끝내 숨을 거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결과가 발생했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부인을 사망케 했다는 충격과 자책감에 괴로워하면서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피해자 가족이 처벌을 원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 같은 판결에 제주녹색당은 14일 논평을 내고 "여성살해에 관대한 사법부의 인식을 다시 드러내며 여성혐오를 부추겼다. 이번 판결과 취지는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제주녹색당은 "판사의 당부가 암시하듯 엄마를 살해한 아빠와 함께 살아갈 아이의 인권도 신중히 논의되어야 한다. 아동학대 문제에서 부모의 요구가 있을 경우 피해아동이 폭행당했던 끔찍한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원가정 보호 원칙’은 학대나 고통을 방치하는 잔혹한 조치이자 재학대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족 문제나 개인의 일이 아닌 오래된 구조적 폭력의 산물이다. 따라서 여성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법제도적 대응 못지않게 사회문화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성들은 '일상적' 공포를 홀로 감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주녹색당은 "B씨의 죽음 역시 여성으로서 그가 여성으로 감당해야 했던 좌절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가부장제 남성 권력에 의한 폭력을 조장하는 판결이 더는 없기를 촉구하며, 우리는 이번 판결이 가져온 사회적 약자 혐오의 문화에 저항해 사회적 안전장치 구축을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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