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 호박유흥주점, 전자출입명부 갖추지 않고 출입명부에서도 기록되지 않아
주점 결재 카드번호로 질본에 의뢰해서야 26번 확진자 존재 알게 돼... 진술 의문투성이...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7월 20일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6번 확진자 A씨에 의한 접촉자가 21일 오후 6시 기준 16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접촉자는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황금가마솥밥에서 4명, 어사촌도야지에서 10명, 가족 2명 등이다. 제주도 보건당국은 이들 모두에 대한 신원 파악을 완료하고, 전원 자가격리 조치를 이행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 확인된 동선은 친척집과 자택을 포함해 총 5곳이며, 방문지에 대한 방역소독은 모두 완료됐다.

▲ 배종면 제주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 ©Newsjeju
▲ 배종면 제주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 ©Newsjeju

# 의문투성이 21, 24, 26번 확진자의 진술들

제주도 방역당국은 지난 17일 제주 21, 24번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벌이던 도중 26번 확진자인 A씨가 15일에 이들과 함께 한림읍에 위치한 정다운사랑방과 호박유흥주점에 동석한 사실을 20일에서야 확인했다.

조사결과에서 의문스러운 건, A씨가 21번 및 24번 확진자와 서로 모르는 사이였는데도 당일 술값을 계산했다는 점이다. 

제주 보건당국은 21, 24번 확진자에 의한 추가 접촉자를 가려내기 위한 역학조사를 벌이던 지난 17일에 A씨의 카드 사용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조회했다고 밝혔지만, 3일이나 지난 뒤인 20일에야 A씨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했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A씨가 21, 24번 확진자와 같이 있었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게 20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 최초 역학조사 당시인 지난 17일에 21, 24번 확진자가 A씨의 존재를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던 것으로 유추된다. 만일 조사 당시 진술이 이뤄졌다면 곧바로 자가격리 조치를 이행하게 하고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할 수 있을 터였지만 그러지 않았다. 다만, 역학조사 결과 21·24번 확진자가 당일 A씨를 처음 만났고 이름도 모르는 사이였던 것으로만 전해졌다. 이름과 연락처를 몰랐다고는 하지만 역학조사팀이 카드내역을 통해 이를 파악하지 못한 사유, 즉 A씨에 대한 신원파악이 3일이나 늦어진 이유가 분명치 않다.

배종면 제주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A씨가 유흥주점에서 결재를 했고, 그 카드번호를 질본에 요청해서 알게 된 경우"라며 "그렇지 않았다면 못 찾았을 것이고, 그랬으면 제주에 지역사회 전파가 됐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 제주 26번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Newsjeju
▲ 제주 26번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Newsjeju

게다가 A씨는 역학조사에서 자신이 왜 코로나19 검사 대상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나 이는 말이 되지 않는다. 이미 한림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4명이나 발생했고, 자신(A씨)이 다녀갔던 정다운사랑방과 호박유흥주점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파됐는데도 "모르겠다"고 답했다는 건, A씨가 자신의 동선이 공개되길 꺼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방역 관계자 역시 "이걸 몰랐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지난 20일 행적을 묻는 질문에 집에만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허나 조사결과, A씨는 애월농협 봉성지점과 어사촌도야지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보건당국이 확진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역학조사를 벌였을 경우, 자가격리 시켜야 할 접촉자가 누락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할 뻔 했다는 점이다.

이 문제만이 아니라, 제주자치도는 7월 1일부터 유흥주점에선 '전자출입명부(QR코드)' 시스템을 갖추고 방문자 기록을 남기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어길 시 유흥주점 관리자와 방문자 모두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허나 해당 호박유흥주점은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7일 역학조사에서 수기로 작성한 출입명부를 확인하긴 했지만 QR코드 시스템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수기 명부에서도 A씨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제주도 보건당국은 "역학조사 과정에 혼선을 일으키면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확진자들이 의도적으로 숨기는건지, 기억에 오류가 있었던건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단계에 있다"며 "추후 조사를 통해 의도적이라고 확인되면 법률에 맞게 조치는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주 방역당국은 현장 CCTV를 확인한 결과, A씨가 지난 20일 오전 11시 54분경부터 약 4분간 애월농협 봉성지점 365코너에 들렀으나 접촉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마트 내부는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A씨가 제주시 애월읍에 위치한 어사촌도야지를 방문한 날짜는 19일이 아닌 20일로 파악돼 정정한다고 전했다. 도 방역당국은 추가 역학조사를 통해 A씨에 의한 추가 접촉자를 파악 중에 있다면서, 추가 정보가 확인되는대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20일 오후 10시께 제주대학교병원으로 이송돼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도 특별한 증상은 없으며 건강한 상태다. 제주대병원은 혹시 모를 추가 확진자 발생 증가를 고려해 입원 중이던 17, 20번 확진자를 서귀포의료원으로 전원 조치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제주대병원엔 21번부터 26번까지 6명의 확진자가 치료받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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