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이후 최대 규모 국제소송으로 번질 뻔한 버자야 그룹과의 손배 소송
1년간 20차례 말레이시아 오가며 극적 협상으로 최소한으로 막아내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 이사장은 자칫 론스타 이후 최대 규모의 국제소송으로 번질 뻔한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사업(이하 예래단지)에 따른 소송 문제를 해결했다.

국가간 투자소송(ISDS)으로 번졌다면 무려 4조 1000억 원에 달하는 소송전이 됐을 것이라는 게 전언이다. 그걸 막아냈을 뿐만 아니라, 이미 60% 이상 지어놨던 시설에 따른 투자금을 원금 보전 선에서 손해배상액을 타결시킨 것 역시 국가의 재정부담을 크게 덜게 해 준 성과다.

예래단지 문제로 그간 고전에 고전을 거듭하던 JDC가 문대림 이사장의 활약에 힘입어 큰 반환점을 돌게 됐다. 투자자와의 분쟁이 끝났으니, 이제 남은 건 토지주와의 분쟁을 어떻게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느냐다.

뉴스제주는 최근 3200억 원대에 이르는 버자야 그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막고, 투자자와 협상을 잘 마무리 지은 문대림 이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쉽지 않았을 협상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7월 23일에 JDC를 방문했다.

문대림 이사장은 버자야 측이 통 큰 결단을 내리게 된 건 주변인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고 강조하면서 공사중단 사태로 무너진 버자야 그룹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고 말했다.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아래는 문대림 이사장과의 질의응답 전문. 

질문... 예래휴양형 주거 단지 문제가 큰 반환점을 돌았다.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로 기록될 일로 평가된다. 어떠한가.

답변... 예래 단지 이슈는 두 가지다. 투자자 소송과 토지주 소송이다. 이번 협상으로 5년 넘게 진행된 투자자 소송이 완전히 해결된 것이다. 
투자자인 버자야 그룹은 JDC를 상대로 3천5백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상대로 4조1천억 원 규모의 ISDS 국제소송을 예고해왔다. 이번 협상으로 버자야 그룹은 JDC, 제주도,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승소를 장담할 수도 없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법정 공방으로 예래동은 쓸모없는 지역이 될 수밖에 없었다. 투자자 소송이 정리되지 않고서는 예래 단지에 그 어떠한 사업도 한 발짝 나갈 수 없었다.      
이번 협상으로 우선, 예래단지 사업의 재추진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이제 토지주 소송만 잘 정리된다면 JDC는 새로운 사업을 재추진할 수 있게 됐다. 다음으로, 국가적 차원의 현안을 해결한 것이다. 론스타 사건 이후 최대 규모 국제소송이라서 자칫 국가 분쟁으로 치달을 수 있었다. 국제적 투자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었지만 원만하게 협상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협상은 제주의 현안 해결뿐만이 아니라 큰 국가적 국제투자 분쟁을 해결한 것이다.  

질문... 버자야 그룹과 협상 과정 중 어려웠던 점과 소송을 매듭짓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신다면?

답변... 버자야 그룹과 무너진 신뢰관계를 복원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근 1년간 말레이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진심으로 소통했고, 20여 차례 이상 만나면서 양사간의 깊은 신뢰를 쌓아갔다.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전 총리와 버자야 탄스리 회장은 아주 가까운 사이다. 그래서 마하티르 전 총리와 친분이 있는 제주 출신 문정인 대통령 특보와 조셉 윤 전 말레이시아 미국대사에게 많은 도움을 요청했다. 이분들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에 신뢰를 바탕으로 버자야와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낙연 전 총리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직접 탄스리 회장을 만나면서 협상을 진전시키는데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협상 테이블에서 버자야 그룹은 처음에 3,238억 원을 손배금으로 요구했다. 3,238억 원은 영수증 내역서가 분명한 것이라며, 이 금액 아래로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우리는 영수증 지출내역 신뢰성을 따지지 않았다. 앞으로 진행할 한-말 FTA 추진과 대한민국의 신남방 정책에서 상호 협력의 필요성, 호혜적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원만하게 투자원금 수준에서 최종 합의할 수 있었다. 
버자야와의 합의를 섣불리 진행했다가는 JDC 직원들의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국토부, 기재부, 감사원 등과 사전에 합의내용에 대해 협의했고 법률 및 세무 관련 꼼꼼한 검토 과정을 거쳐 합의서를 만들었다. 청와대 근무 시절 강정마을 구상권 문제를 법원의 권위를 활용해 해결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법원의 강제조정 방식으로 버자야 그룹과 협상할 수 있었다. 

질문... 앞으로 토지주들과 원만한 협상의 길이 남았다. 최근 법원 판결을 보면, 토지주들이 환매권 문제로 항소가 예고되는데 JDC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고 싶은가?

답변... 최근 있었던 환매권 판결은 토지 환매 시 원래 토지비 뿐만 아니라 그동안 토지 가치가 상승한 금액까지 포함해서 토지를 환매해 가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JDC는 사법부의 판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토지주 소송은 협의 매수 10년 경과자와 미경과자, 그리고 수용재결자, 이렇게 세 부류로 구분된다. 올해 안에 굵직한 토지주 소송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협의 매수자의 토지(전체 토지의 약 60%)에 대해서 사법부의 합리적 판단만 뒷받침된다면 예래 사업 재추진은 훨씬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제주도-JDC-토지주(지역주민)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재추진 사업의 내용과 계획을 결정하는 과정부터 지역주민과 토지주분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을 것이다. 많은 토지주와 지역주민들께서 예래 사업 재추진을 원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만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소송 결과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지역주민과 토지주들을 대상으로 향후 사업 재추진에 대한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질문... 말한 대로 토지주와 지역주민들과의 상생이 가장 큰 관건이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안이 나오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모두가 한발씩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특단의 대책이 있겠나.

답변... 특단의 대책보다는 현재 사업 인허가가 전부 소멸된 상태라서 처음부터 사업의 방향을 지역주민들과 토지주들과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다. 토지 소송 결과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는 대로 제주도-JDC-토지주-지역주민 협의체를 구성해 그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새로운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자 한다.
사업 추진 방식도 현금보상, 현물출자, 지주공동 개발 방식 등 가능성 있는 다양한 사업 방식에 대해서도 토지주들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정부의 예비타당성 평가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추진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수익성과 공익성, 이 두 가지 모두를 담보할 수 있는 대형 국책사업 유치 방안과 창의적인 수익사업 등에 대해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 현재 관련 용역을 준비 중에 있고, 아마 내년 상반기쯤에는 개략적인 그림을 제주도민들께 보고드릴 수 있을 것이다.

질문... JDC에서는 사업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하지만 토지주들과 지역주민들이 사업의 재추진이 아닌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면?

답변... 거듭 말씀드리지만 현재 사업 인허가가 전부 소멸된 상태다. 사업 재추진 말고 다른 방향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만약 지금까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도로와 교량, 생태공원, 주차장 등의 공공 기반 시설을 뜯어내는 방향이라면, 이는 사회적 비용 증가와 공공자산 낭비로 JDC든 토지주든 가장 최악의 선택이라고 본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예래동 지역주민들과 토지주분들의 지혜와 역량을 한데 모아 예래동 사업의 재추진 방향성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만약 정말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다수의 토지주분들과 지역주민들께서 예래동 사업 재추진을 원하지 않는다면 저희로서야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나. 

질문... 이미 절반가량 지어놓은 건물을 철거하는 비용도 꽤 들어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것 같은데 토지주들과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답변... 짓다 만 건축물로 인해 해안 경관을 저해하고 흉물 같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지역주민들이 많다. 그리고 아까운 시설과 이미 사용 중인 도로, 교량 등 공공 인프라를 보며 하루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들도 공정률 60% 정도 진행하다 멈춰버린 공사현장을 하루빨리 재가동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현재 소송을 제기한 토지주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투자자와의 막대한 국제소송이 완전히 종결되었으므로 이제는 해당 토지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취합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

질문... 토지주와 지역민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은?

답변... 예래 단지 사업 중단으로 인해 토지주분들과 예래동 지역주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JDC가 예래동 주민들께 보답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주민들이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예래동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예래 단지 사업 추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투자자와의 막대한 국제소송이 완전히 종결됐다. 이제 각자가 한 발작씩 물러나 예래 공동체를 위한 가장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예래 단지 사업의 최초 시행자로서 공적 책임을 갖고 사업 재개와 빠른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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