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갈등해소 특위, 30일 9차 회의 열어 추진계획 채택하려 했으나
제주도정이 끝끝내 도민여론 수렴 거부 입장 굽히지 않아... 안건 채택 보류

원희룡 제주도정이 국토교통부의 요구도 묵살하며 제주도의회에 협조하지 않고 있어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7차례의 토론 끝에 제주 제2공항에 대한 도민여론을 수렴해달라고 제주특별자치도에 요청했으나, 정작 제주도정은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만 있어서다. 갈등해소는 커녕 의회가 알아서 하라는 식의 방관자 태세를 취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주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한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원철, 이하 제2공항특위)는 30일 제9차 회의를 열어 제주 제2공항 도민여론 수렴에 따른 추진계획안을 상정했다. 허나 제주도정이 이 계획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자, 결국 안건은 심사보류됐다. 이날 안건이 채택됐다면 오는 9월 초에 도민여론조사 계획안을 수립할 예정이었다.

대신 제2공항특위는 제주도정에 1주일의 시간을 주고, 대안을 가져오라고 주문했다. 올해 1월 제주도정 역시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해 도의회나 국토부와 같이 협조하기로 했으니 이를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문이다.

하지만 제주도정은 이러한 주문에도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박원철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위원장. ©Newsjeju
▲ 박원철 제2공항 갈등해소 특별위원회 위원장. ©Newsjeju

# 제주도정, 제2공항 건설 취소 초래할 수 있는 여론조사에 동참 어려워

고현수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마지막 토론에서 국토부의 공항정책관이 밝힌 입장이 명확한 것이 맞느냐며 제주도정에서도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를 묻자, 이상헌 단장은 "맞는데, 새로운 입장이 아니다. 종전에도 밝혀왔던 입장"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박원철 위원장(더불어민주당, 한림읍)은 이 부분을 짚고 제주도정의 무책임함을 꼬집었다. 박원철 위원장은 "기존에도 같은 입장이었다면 제주도정이 그간 국토부의 요구에도 도민여론을 수렴하지 않아왔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위원장이 "만일 국토부에 의견을 전달했으면 마지막 토론회 때 그런 말도 안 나왔을거 아니냐"고 반문하자, 이 단장은 "찬·반을 묻는 결정 방법에 대해선 불확실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어 이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제2공항특위가 제시한 갈등해소 추진계획에 함께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단장이 말한 '불확실한 결과'라는 건, 찬·반 질문에 의한 답변 결과로 인해 제2공항 건설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을 가능성이 내포돼 있음을 말한 것이다. 이 단장의 답변에 의하면, 현재 제주도정은 제2공항 건설을 기정사실화 하고 이를 전제한 상태에서만 도민여론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정은 결단코 도민여론 수렴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허나, 이는 박 위원장이 지적한대로 국토부의 요구를 거부, 무시하겠다는 행정의 태도다. 국토부는 마지막 토론회 때 분명 제주도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도민여론을 수렴해 전달하면 그 결과를 반영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제2공항 건설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

이에 제2공항특위가 도민여론 수렴을 위한 방법론 찾기에 제주도정에게도 같이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만 제주도정은 한사코 거부하고만 있다. 더구나 논란이 되는 건, 원희룡 지사가 전날 본회의장에서 도민의견 수렴엔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고민해보겠다고 한 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제주도는 이를 거부하고만 있는 상황이다. 

▲ 제2공항갈등해소특위의 제안을 끝끝내 거부한 제주자치도 이상헌 공항확충지원단장. ©Newsjeju
▲ 제2공항갈등해소특위의 제안을 끝끝내 거부한 제주자치도 이상헌 공항확충지원단장. ©Newsjeju

# 제주도정, 고민은 하겠다 뿐... 언제까지 고민만?

이를 두고 고현수 의원은 "그러면 원희룡 지사가 거짓말 한 거냐. 단순한 위기 탈출용 발언이었던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이상헌 단장은 "의견수렴에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뿐이다. 허나 어떤 선택을 전제로 한 방법은 불가피한 갈등과 마찰을 불러올 수 있기에 그 방식에 대해선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러한 답변에 박원철 위원장은 "그 판단의 방법을 도출하기 위한 전 단계에서의 조치를 같이 하자는 거다. 공정성 시피를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도정의 의견을 달라는 것인데 도민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물어봐야 하는데 의회가 알아서 하라는 식은 곤란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강민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이 나서서 "의회의 안이 아니라 도정에서 생각하는 안이 있기는 한 것이냐"며 "같이 할 수 없다면 다른 안이 있어야 할 게 아니냐. 그냥 두루뭉술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수렴할 수 있다고만 해서 되겠느냐. 도정이 의견을 제시하면 의회에서도 협의하겠다"고 주문했다.

이상헌 단장이 "현재로선 구체적인 안이 없지만 고민은 상당히 깊다"는 답변으로 대신하자, 강민숙 의원은 재차 "고민을 언제까지 하겠댜는 거냐. 아직도 찬반히 팽팽하고 이 상황을 전부 알고 있는 도정이 매일 검토만 하고 이렇게 시간만 흘러보낼 거냐"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이 단장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돼야 한다는 건 안다. 다만 공항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다는 것"이라며 같은 입장만 되풀이했다.

시종일관 같은 답변으로만 나서자, 강 의원이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지금은 그 의견을 모아보자고 하는 건데 방법을 내놔야 할 게 아니냐. 서로가 갈등을 줄여보자고 했으면서 마냥 검토하겠다고 하면 될 문제냐"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제주도정은 "현 단계에선 말끔하게 해소할 대안이 없다"며 의회가 제시한 대안에도 함께 할 수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제주도정이 한치도 협의할 뜻이 없음을 고수하자 박원철 위원장은 "사업의 주체인 국토부가 책임있는 답변으로 도민여론을 수렴하라고 주문했다. 이 행위 조차도 안 하겠다는 것이냐"고 확실한 답변을 요구했다.

그제서야 이상헌 단장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도민여론 수렴하겠다. 하지만 불가피한 선택(제2공항 건설 취소)을 전제로 한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 이날 제주도정이 제2공항 갈등해소 추진계획안에 동참할 수 없다며 끝내 거부하자, 강민숙, 홍명환 의원 등이 박원철 위원장에게 안건을 심사 보류하고 제주도정이 직접 대안을 제시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결국 이날 안건은 심사보류됐다. 박 위원장은 제주도정에게 다른 대안을 제시하라며 1주일 뒤에 다시 회의를 열겠다고 하고 이날 회의를 끝냈다. ©Newsjeju
▲ 이날 제주도정이 제2공항 갈등해소 추진계획안에 동참할 수 없다며 끝내 거부하자, 강민숙, 홍명환 의원 등이 박원철 위원장에게 안건을 심사 보류하고 제주도정이 직접 대안을 제시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결국 이날 안건은 심사보류됐다. 박 위원장은 제주도정에게 다른 대안을 제시하라며 1주일 뒤에 다시 회의를 열겠다고 하고 이날 회의를 끝냈다. ©Newsjeju

# 제2공항 건설 전제로만 여론수렴 가능하다는 제주도정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2공항특위는 이날 상정하려던 갈등해소 추진계획안을 심사보류하고 집행부에게 1주일의 시간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도의회의 안에 반대를 하겠다하니 대안을 찾아오라는 주문이다.

박원철 위원장은 "국토부가 공식적으로 공표했는데도 이에 따르지 않겠다는 건 너무 무책임한 자세다. 어떻게 하겠다는 발표가 있어야 할 게 아니냐. 또 밀실에서 할 것이냐"며 "정 그러면 대안이 제2공항 건설이라고 하자, 그러면 그 안이 적절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국토부가 도민들에게 물어봐달라고 한 게 아니냐. 그런데도 제주도정에선 이걸 안 물어보겠다는 것이냐"고 재차 따져 물었다.

이에 이상헌 단장은 "이 상황에서 그걸 선택하게 되면 제2공항 건설안이 사라질 수도 있는 게 아니냐"고 답했고, 박 위원장은 "그러면 공항 건설만을 전제로 물어보겠다는 것이냐"고 재차 즉답을 요구했다. 이 단장은 "심각하게 고민해보겠다"고만 답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1주일 시간 드릴테니 다른 방안이 강구되겠느냐"고 물었고, 이 단장은 여전히 "찬반을 묻는 방식에 대해선 이행할 수 없다는 걸 명확히 밝혔다"며 재차 의회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위원장이 "그러면 도민의견을 수렴하라고 한 국토부가 제주도정을 무시한 나쁜 사람들이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자, 이 단장은 "국토부와 얘기해보겠다"고 응수했다.

결국 제주도정이 수용하지 않자, 박원철 위원장은 위원장의 직권으로 이날 제2공항 갈등해소 추진계획 채택의 건을 심사보류 처리하고 1주일 후에 10차 회의를 열어 이상헌 단장을 다시 출석시키로 하고 이날 회의를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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