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방송서 해명이라고 내놓은 답변
"총무과장이 한 일이라 그렇게 하기로 했다?"... 대체 무슨 소리?

지난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가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지난 15일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제주4.3동백꽃 배지를 떼고 참가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지난 8.15 광복절 경축식 행사 때 4.3배지 미착용 논란과 관련해, 21일 라디오방송에서 총무과장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으로 해명에 나섰다.

원희룡 지사는 21일 오전 7시 20분부터 진행된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인터뷰 말미에 이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광복절 경축식 행사 당시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행사 때에도 달았던 4.3동백꽃 배지를 이날 느닷없이 떼고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좌남수 의장과 이석문 교육감에게도 이를 건의해 모두 배지를 떼고 이날 행사에 참석하게 했다.

이 사실이 광복절 경축식 행사가 끝난 직후 바로 알려지자, 제주자치도는 당시 송종식 총무과장이 (원희룡 지사의 지시가 아니라)자체적으로 판단해 건의했던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허나 오히려 이런 어설픈 해명으로 논란은 더 커지기만 했다.

이게 말이 안 되는 것이, 좌 의장과 이 교육감에게 원 지사가 아닌 총무과장이 이를 건의하려면 먼저 도지사에게 보고돼야 하는 건 당연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원 지사의 재가가 있지 않고서야 건의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원희룡 지사는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자신이 아니라 총무과장이 한 일이라는 이상한 궤변을 늘어놨다.

원 지사는 "광복절에 무슨 4.3 이슈가 되거나 단 한 글자도 언급이 된 게 없었다"는 동문서답식의 말을 먼저 꺼낸 뒤 "당시에 광복절 의전 담당이 총무과장"이라며 "그래서 광복절에는 보훈 예식상 4.3 배지는 전부 안 달기로 얘기가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무언가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해명이다. 총무과장이 건의했어도 최종 결정은 원 지사 본인이 했을터인데 그 말은 쏙 빼고, 명확한 설명도 없는 '보훈 예식'을 핑계로 둘러댔다. '보훈 예식 상'이라는 게 뭔지 모를 일이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식 때엔 아무렇지도 않게 4.3배지를 달고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어 원 지사는 "저 혼자 달면 이상하니까 뗐던 거고, 행사 끝나고서는 정상적으로 달고 다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오해가 있으면 그렇게 설명을 하고 넘어갈 일이지 이걸 자꾸 광복절 김원웅 축사에 대해서 공격할 게 없으니까 4.3을 들고 나오는 것"이라는 희안한 논리로 맞받아쳤다.

이번 4.3배지 논란은 광복철 경축사 돌발 발언과는 별개로 벌어진 일임에도 원 지사는 오히려 이 논란을 돌파하고자 김원웅 광복회장의 축사로 물타기하려는 모양새다. 올해 행사에서 느닷없이 4.3배지를 떼자고 한 이유는 '보훈 예식 상'이라는 핑계 외엔 아무것도 없다. 그저 총무과장이 다 알아서 한 일로 치부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원희룡 지사는 이번 2020년도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승진연한을 채우지 못해 승진 대상자가 아닌 송종식 총무과장을 특별자치행정국장으로 직위 승진시켜 논란을 무마시킨 것에 보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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