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설비 출력제한 문제, 관건은 결국 효율성
제3연계선 구축, 대규모 ESS 확충 등이 대안이나 어느 것 하나 추진되는 게 없어

가시리 국산화 풍력발전단지.
가시리 국산화 풍력발전단지.

최근 우리나라에 연이어 3차례나 몰아닥친 태풍의 크기와 강도가 역대급이었다. 피해도 너무나 크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래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줄이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발전을 적극 도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를 대표하는 태양광과 풍력발전단지가 앞으로 더 넓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허나 어찌된 일인지 제주에선 아무리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도 풍력발전기가 돌지 않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낸들 이를 쓸 곳이 없어 강제로 발전기를 멈춰 세우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제 출력제한 조치가 올해 상반기에만 44차례나 발생했다. 6개월 180일 중 44번을 중단시켰으니 거의 4일에 한 번 꼴로 멈춘 셈이다.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에 따르면, 지난해엔 46차례의 출력제한 조치가 있었다. 전력 수요량이 줄어드는 가을철을 고려하면 올해 남은 기간 중에 추가 출력제한 조치가 더 있을 거라는 예견은 뻔하다.

전력 생산량은 수요량보다 모자라면 당연 문제가 되지만, 넘쳐도 문제다. 주파수와 전압이 폭증하면 전력망이 붕괴할 수도 있어서다. 때문에 출력을 강제로 제한시키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태양광 패널 관리방법 컨설팅.
태양광 패널 관리방법 컨설팅.

현재 제주도 내 신재생에너지 전력계통 접속 한계용량은 590MW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의한 생산용량은 556MW에 이르렀다. 문제는 앞으로 654MW에 달하는 10개소의 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이 절차 이행 중에 있다는 점이다. 이 사업들이 순차대로 추진될 경우, 한계용량을 가뿐히 넘어선다.

물론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한계용량이 조정되겠지만, 그럴수록 화석발전에 의한 전력 생산량을 줄여야 하고, 이럴 경우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전력 생산량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만 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현재도 신재생에너지 설비만으로 제주도의 전력 수요량을 커버할 수 있을 정도는 되지만, 비상 상황에서도 전력이 공급돼야 하기 때문에 날씨 변동성에 따라 발전량 변동폭이 큰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발전량을 완벽히 100% 대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즉, 현 단계에선 카본프리아일랜드(CFI)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를 극복해 낼 대안은 발전량의 잉여 전력량을 한 곳에 저장(ESS, 에너지저장장치)해 둔다거나, 다른 지역으로 전송하는 방법이다. 이 외에도 양수발전이나 열저장(P2H), 그린수소(P2G) 등의 대안들도 있다.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의 장시호 운영실장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안들 중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제3연계선'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주와 육지부를 잇는 해저 연계선은 2개가 있는데 모두 제주가 육지로부터 전력을 받는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다. 제주에서 생산한 전력을 보낼려면 제3의 연계선을 설치해야 한다.

한국전력공사가 23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kW/h급의 제3 연계선 구축사업을 추진하려고는 하지만 완도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여의치 않은 상태다. 변전소와 철탑(지중이 아닐 경우)이 들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항간에선 제3 연계선이 깔린다 하더라도 총 전송량이 200MW에 불과해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장시호 실장은 "아니다. 도움이 된다. 다만, 현재 조성 예정 중인 사업들이 추진되다보면 제4의 연계선을 더 설치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안되면 다른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 지난해 6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에서 개최된 '세계 태양에너지 엑스포'에 전시된 태양광 패널과 ESS, 연료전지 등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들. ©Newsjeju
▲ 지난해 6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에서 개최된 '세계 태양에너지 엑스포'에 전시된 태양광 패널과 ESS, 연료전지 등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들. 사진=뉴시스. ©Newsjeju

그 다른 방법 중 가장 유력한 게 에너지저장장치(ESS)다. ESS가 제3의 연계선 보다 후순위 대안으로 미뤄진 이유는 설비비용보단 효율성의 문제가 크다.

장시호 실장은 "기업들이 ESS 설치를 꺼리는 건 수익성 때문이지만 설치한 곳이 있는 걸 보면 경제성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용량이 크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한 곳에 집적해 대용량으로 설치할 수는 있지만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실장은 "바람이 항상 부는 게 아니고 태양빛이 항상 내리쬐는 게 아니어서 어느 정도의 용량으로 ESS를 설치하는 게 좋은지를 따지게 되고, 그렇게 설치하다보니 규모가 작아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아직 ESS를 대규모 집적화하기 위한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른 대안 중 양수발전은 오름의 저고차를 이용해야 해서 환경파괴 문제가 필수적으로 따라붙고, 열저장(P2H)이나 그린수소(P2G) 방식은 아직 생산단가가 워낙 비싸 현재로선 적절치 못한 대안이다.

결국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ESS 등에 대한 기술발전이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봐도 제3 연계선을 구축하는 것보단 ESS 집적화가 필요해 보인다. 제주가 아닌 육지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전력량이 증대되면 제주가 겪고 있는 이 문제가 발생할 것이어서다.

때문에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ESS와 P2H, P2G 등에 대한 기술이 비약적으로 증대돼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러지 않고선 카본프리아일랜드 비전의 실현은 그저 허황된 목표에 그칠 뿐이다.

장 실장은 "앞으로 기술 발전이 어떻게 이뤄질지 모르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가 화석발전을 100% 대체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볼 순 없다. 현실적으론 쉽지 않을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선 화석발전을 완전히 없애는 건 어렵다"며 "기술발전이 가장 큰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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