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특별법 개정, 여전히 가시밭길
제주4.3 특별법 개정, 여전히 가시밭길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0.09.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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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사법부 권한 들먹이며 수형인 명예회복 조항 부정적
제주4.3범국민위 및 시민사회단체, 일제히 정부와 국회에 반발
▲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3일 개최된 제 72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 유족과 희생자들을 위한 배보상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주도청 공동취재단. ©Newsjeju
▲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3일 개최된 제 72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4.3 유족과 희생자들을 위한 배보상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주도청 공동취재단. ©Newsjeju

행정안전부가 제주4.3 특별법 개정안 일부 조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밝혀지자, 제주도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 및 교육청 등의 공공기관과 여야 정당의 제주도당, 제주를 비롯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등 124개 기관·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제주4.3특별법 개정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이 15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국회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국회 상임임위원회에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주4.3특별법)'의 개정안을 검토한 의견이 공개됐다. 문제는 검토 내용이 여지껏 그토록 알려왔던 제주4.3의 문제를 정부가 전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행안부가 제주4.3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이번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제주4.3수형인'에 대한 명예회복 문제를 형사소송법에 따른 '재심'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라고 판단했다는 데 있다. 이유인즉슨,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나 이미 사법부는 제주4.3 수형인들의 재심 재판과 관련해 검찰의 공소를 기각하면서 사실상 무죄임을 선고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명예회복과 피해보상에 대한 길이 열렸으나, 행안부는 이를 '특별법'으로 처리할 게 아니라 수형인들이 개별적으로 알아서 재심을 신청해 처리하라는 얘기인 것이다.

이에 제주4.3공동행동은 "이미 법원의 공소기각 판결은 당시의 사법적 절차이던 군사재판 자체가 부당했었다는 것이고, 이걸 개인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건,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자, 특별법 개정의 취지를 망각하는 태도"라고 강력히 질타했다.

이어 전국행동 측은 "실제 수형인들의 직계 유족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동일한 사건에 대해 유죄와 무죄로 나눠지게 된다면 이거야말로 공평무사하지 못한 사법적 판단이 아니겠느냐"며 올해 제주4.3 희생자 추념식 때 제주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재상기시켰다.

이들과 함께 제주4.3범국민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범국민위는 "박상기 법무부장관도 제주4.3 당시의 군사재판에 대해 적법절차를 위반했다고 말한 바 있다"며 "행안부의 입장이 사실이라면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범국민위는 "문재인 대통령도 추념식에서 '제주도민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노력하라'고 말했다"며 "행안부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약속한 사항을 제대로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범국민위는 입법부의 행정안전위 전문위원실의 검토 의견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검토의견에선 '제주4.3의 정치적 평가를 유보'한다거나, 배·보상이 필요하긴 하나 다른 사건의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범국민위는 "이미 많은 역사학자들에 의해 정의가 내려진 상태고, 배·보상 문제는 헌법에 입각해 이뤄지는 것이기에 당연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범국민위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21대 총선에서 여야가 합심한만큼 모두가 초당적으로 힘을 합쳐 대통령의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대로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일에 정부와 여야가 함께 손잡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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