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의회, 12일 제주형 뉴딜 종합계획 발표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처럼 너무 거창하고 실행 불가능해 보여 '의구심'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12일 '제주형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지만 계획만 거창한 제2의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이 되지 않을까 의문스럽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이날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025년까지 6조 1000억 원의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4만 4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전체 6조 1000억 원 중 국비로 확보해야 하는 액수만 3조 9000억 원에 이른다. 제주도정이 개발한 사업논리에 정부가 적극 대응해줄런지가 최대 관건인 셈이다. 허나 국비 확보도 문제지만 제주도의 자체 재원만 2조 2000억 원의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 건 더 큰 도전이자 과제다.

게다가 계획 자체가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처럼 매우 거창하고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들도 많아 과연 실행 가능할지가 의문이다.

▲ 개인주택에 설치돼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 제주도정은 2025년에 전력거래 자유화가 가능하겠다고 선언했다. ©Newsjeju
▲ 개인주택에 설치돼 있는 태양광 발전시설. 제주도정은 2025년에 전력거래 자유화가 가능하겠다고 선언했다. ©Newsjeju

# 전력거래 자유화... 가능하다고?

우선 제주형 뉴딜 정책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그린 뉴딜'은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핵심이다. 

현재 제주도의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수용한계에 이르러 더 이상의 확장이 어려운 상황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소로 인한 전력 생산량이 너무 많아 전력계통에 위험을 주고 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주도정은 제주를 '그린뉴딜 선도지역'으로 지정해 특례를 허용받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원희룡 지사는 해소방안으로 '전력거래 자유화'를 내걸었다. 원 지사는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거래를 자유화해 지역사회 안에서 누구나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자유로이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매우 이상적인 목표다. 한국전력 이외에 민간사업자든 일반 가정에서든 전력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인데, 이럴려면 현재 전력판매를 독점하고 있는 한전의 지위를 내려놔야만 가능한 얘기다. 한국전력은 현재 전력거래 자유화에 대해 전혀 전향적이지 않다. 

이에 대해 윤형석 미래전략국장은 "현재 한전에선 탄력 요금제나 ESS를 통한 전력 재판매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있진 않다"며 "제도적인 한계를 새로운 판매제도 도입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 실질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새로운 판매제도 도입은 제주도정만의 힘으론 불가능하다. 당연히 정부 담당 부처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제주도정은 그러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한전과는 한 마디도 섞어보지 않았다. 

윤형석 국장은 "현재 제주가 겪고 있는 출력제한 문제가 3~5년 뒤엔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어 정부에서도 전력요금제를 개편해 제주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한전의 독점 구조를 분산하는 걸 목표로 산자부와 협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력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전력 생산자들끼리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된다면야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시스템 마련은 둘째치고 한전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5년 이내에 성사시킬 수 있을 거라고 보는 건 너무 낙천적이다.

▲ 이동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 ©Newsjeju
▲ 이동형 전기차 충전 서비스. ©Newsjeju

# 2030년에 내연차량 신규 등록 중단, 가능할까?

전력거래 자유화 외에도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제주형 뉴딜정책 목표는 '내연차량 신규 등록 중단'이다. 서울시는 신규 등록 중단 목표연도를 2035년으로 발표했지만 제주도는 5년 더 이를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제주에서 추진 중인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의 핵심인 전기차 100% 전환과도 맞물린다. 허나 이미 이 목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판정내려졌으며, 제주도정은 이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30년에 내연차량 신규 등록을 중단하겠다는 제주도정의 발표에 신뢰성이 갈 수가 없다.

원희룡 지사는 "이미 노르웨이에선 2025년에,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2030년에, 영국은 2035년, 프랑스는 2040년에 내연차 판매 및 등록금지를 선언해 둔 상태"라며 "중앙부처와 협력을 통해 연관산업 전환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의 전기차 보급 현황 속도를 고려하면 10년 후에 이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가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아직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공식적으로 언제부터 내연차량을 생산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서울시는 2035년을 목표연도로 설정해 놓은 상태인데, 무슨 수로 5년을 더 앞당겨 제주에선 내연기관 자동차 등록을 못하게 하겠다는건지 불분명하다.

자칫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 발표 때처럼 비전만 거창하게 제시하고 나중에 실현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그 때에 수정하면 그만일 것이라는 태도라면 곤란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드론을 이용해 비상품 감귤 수확 현장을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드론을 이용해 비상품 감귤 수확 현장을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 5G 드론허브 구축? 서비스 가능 지역은 아직도 제한적인데...

이와 함께 제주자치도는 디지털 뉴딜을 위해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5G로 전송하는 사회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드론특별자유화 구역도 5G로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목표 역시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현재 5G가 상용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제한적인 지역 내에서만 가능하며, 전송 안전성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5G폰이 특정 지역을 벗어나면 LTE+로 전환되기가 쉽상인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같은 제주시 지역이라도 시청 일대를 벗어나면 여차없이 LTE폰이 돼 버린다.

빅데이터를 5G로 전송하기 위해선 진정한 5G라 할 수 있는 24GHz의 전송 대역폭을 가진 통신망이 곳곳에 깔려야 하는데 이게 사실상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대용량 초고속을 지원하는 24GHz 5G는 전송 가능 범위가 협소해 안테나를 매우 촘촘히 세워야 하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 3사에선 이 기술을 통한 데이터 전송을 기업간에만 가능하도록 하겠다고만 할 뿐, 전국망으로 확대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문제점은 과기부에서도 인정한 상태다. 제주도정의 목표를 실현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 정부에선 통신망을 매입한 통신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예산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무슨 수로 5G망을 이용해 AI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 제주형 뉴딜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Newsjeju
▲ 제주형 뉴딜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Newsjeju

# 코로나19로 긴축재정하겠다는 제주도정이 뉴딜사업엔 펑펑?

이러한 난맥들에 대해 제주자치도는 이날 발표한 '제주형 뉴딜 종합계획'이 완결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신규 사업을 발굴해 내기 위한 비전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지속적인 도민사회 의견수렴을 통해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기존 사업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세부시행계획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형석 미래전략국장은 "기존에 나타났던 문제를 제도개선 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답했다. 예산 조달 문제에 대해서도 현대성 기획조정실장은 "국비 확보 사업 중에서도 우선 뉴딜사업에 최우선적으로 투입되는 사업에 예산을 편성해 나갈 방침"이라고만 해뒀다.

아이러니하게도 현 제주도정은 코로나19 사태로 긴축 재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도 뉴딜사업을 위해선 3조 9000억 원에 이르는 국비를 확보하고 2조 1000억 원에 달하는 지방비를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상반된 계획처럼 비춰지지 아니한다 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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