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민족차별 옹호 행위 처벌 법안 냈던 원희룡 지사,
올해 들어선 "식민지 시대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삶도 있다"며 항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친일청산 인식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 도마에 올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과거 국회의원 시절이던 지난 2005년에 '일제강점하 민족차별 옹호행위자 처벌법안'을 대표발의했던 장본인이었으나, 올해는 "식민지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일본을)선택할 수밖에 없던 이들도 있었다"며 친일 행위자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원희룡 지사의 이 발언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행사 때 김원웅 광복회장이 축사로 친일청산을 주창하자 내뱉은 말이었다. 당시 이 발언으로 제주사회는 물론 정가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서영교)가 20일 제주자치도를 비롯한 4개 도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형석 국회의원(광주 북구 을)이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 이형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 을). 사진=뉴시스. ©Newsjeju
▲ 이형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 북구 을). 사진=뉴시스. ©Newsjeju

이형석 의원은 먼저 영화 '암살'의 한 장면을 틀었다. 독립군을 배신했던 염석진(배우 이정재)에게 광복군을 배신한 이유를 묻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염석진은 "독립될 줄 몰랐으니까"라고 항변했다.

이를 두고 이형석 의원은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아픈 현대사의 기록"이라며 "(원 지사가 광복절 기념사를 읊던 날)태어나보니 일본 식민지였고, 신민이라고 표현하면서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간 게 죄는 아니라고 항변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지칭한 친일파는 사회 지배계층으로 올라선 친일 반민족 매국행위를 지적한 것이었지 필부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제주4.3을 진압했던 초창기 김익렬, 송요찬 모두 일본군 출신인 거 알 것이다. 어떤 이는 학도병으로 징집됐다가 탈영해서 상해로 망명하고 광복군으로 활동하가 해방 이후에 전두환 군부독재에서 사형 당한 분이 있고, 다른 광복군 출신의 한 분은 정치에 입문했지만 유신 체제를 반대하다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김준엽과 장준하 이야기"라며 "반면 어떤 이는 일본 육사 소위로 임관해 관동군에 배치된 뒤 독립군 토벌에 나선 이들도 있다. 또 어떤 이는 해방 이후에 6.25를 거쳐 지배계층으로 변신한 이들도 있다. 박정희와 백선엽이다. 이를 보면 우리 후손들에겐 어떻게 살라고 말해야 좋을 거 같느냐"고 물었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일제 하에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며 투쟁한 항일 선조들에 대해선 무한한 존경을 갖고 있고, 후손들에겐 자랑스럽고 영웅으로서 전승해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준비해뒀던 경축사를 대신하고 발언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준비해뒀던 경축사를 대신하고 발언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그러자 이 의원은 원희룡 지사가 지난 2005년에 대표발의했던 '일제강점하 민족차별 옹호행위자 처벌법안'을 발의한 것을 거론한 뒤, 얼마전 10월 15일 마포포럼에서 한 발언을 꺼내 대치시켰다.

당시 원 지사는 마포포럼에서 "김원웅이라는 사람이 말도 안 되는 경축사를 할 때 현장에서 맞받아쳤다"고 말했었다. 이를 두고 이 의원은 "많은 제주도민과 국민들은 원희룡 지사의 친일청산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다. 2005년의 원희룡과 2020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한 원희룡 지사, 어느 게 진정한 원희룡이냐"고 즉답을 요구했다.

원희룡 지사는 "2005년 당시엔 김한석과 지만원 등 친일에 대한 왜곡을 두고 재발방지를 위해 발의했던 것이었을 뿐, 제 입장은 일관돼 왔다"며 "김원웅 광복회장의 축사를 두고 발언한 건 그것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맥아더와 이승만이 친일파를 옹호하기 위해 반민특위가 해제됐다. 또 안익태의 애국가는 친일파가 친일을 옹호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냐"며 "역대 21대 육군총장 모두 독립군을 토벌하고 친일파를 옹호한 앞잡이들이었다. 이 세 가지는 제가 아는 역사적 팩트와도 전혀 다르다"고 부연했다.

원 지사는 "특히 21대까지 육군총장 중엔 학도병도 있었고, 일본 육사를 다녔을 뿐인 사람도 있다. 그것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며 "더 강력한 대한민국의 역사와 나라를 지키기 위한 (역사인식)입장엔 더 투철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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