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하나 잃고 58명의 새로운 아들 얻었다 생각"


"아들 1명을 잃은 대신 새로운 아들 58명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화창한 날씨에 어버이날을 맞아 곳곳에서 축하 행사가 펼쳐지고, 아들.딸들이 준비했을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시민들의 모습이 가끔 눈에 들어 왔지만 아들과 남편을 가슴에 묻은 천안함 유가족들에게는 어느 해 어버이날 보다 슬픈 아침이었다.

유가족들은 이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아침식사를 함께했다.

지난 3월 26일 사랑하는 아들, 남편이 탄 천안함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도 평택2함대에 모인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싸늘하게 주검으로 돌아온 남편과 아들을 보고 울고, 장례식장에 놓인 늠름한 영정사진을 보고 또 울고...

슬픔과 한숨으로 지난 44일을 보낸 가족들은 평택 2함대를 떠나는 마지막 날에는 눈물을 보이지 않은 채 서로 앞날을 격려하며 담담하게 아침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마치고 가족들은 각자 방으로 돌아가 미리 싸놓은 짐을 챙기고 자가용을 이용해 속속 2함대를 나와 고향으로 돌아갔다.

2함대를 나오는 이들 손에는 태극기와 해군기가 새겨진 유품함과 군에서 희생장병의 옷가지와 운동화 등을 담아 준 여행용 가방이 들려 있었다.

부산에 사는 한 실종자 가족은 "가는 길에 아들이 있는 대전 현충원에 들르려 한다."라며 "유품도 받았으니깐 아들한테 보여주면서 아빠, 엄마 이제 집에 간다고 말해주려고..."라고 말했다.

박석원 상사의 아버지는 "지난 8년간 (2함대에) 참 자주 왔었는데 이제 올 일이 없겠네요."라고 쓸쓸히 말하며 2함대 정문을 한참 바라봤다.

박씨는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나고 아들이 그냥 출항을 한 것 같다."라며 "유품으로 성경책과 기도수첩, 찬양집 등을 받았는데 마음이 허전한게..."라고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2함대 임시숙소에 있던 80여명의 가족 중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은 50여명. 나머지 30여명은 불교의식인 49재 등을 위해 영외 해군콘도로 숙소를 옮겼다.

49재를 위해 남은 김동진 중사의 어머니는 "집이 부산이어서 갔다 오기가 어려워 좀 더 머물기로 했다."라면서 "처음에는 원망도 많았는데 생존장병이 살뜰히 챙겨줘 이제 아들 하나를 잃은 대신 새로운 아들 58명을 얻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유가족협의회' 박형준 대표는 "오는 13일 49재 막재가 끝나면 전원 철수한다."라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특별위원회 2차회의가 12일이라 떠난 가족들도 일부 다시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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