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너지공사
제주에너지공사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지역경제 침체가 연일 지속되면서 영세상인 및 중소기업은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제주도내 중소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각 지자체에서는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고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각종 입찰 시 지역제한을 우선으로 적용하는 등 지역업체의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 산하 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에서는 최근 지역제한을 우선으로 적용하기는커녕 은근슬쩍 지역제한을 해제하면서 도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제주에너지공사에서는 관련 법령에 따라 용역금액 5억5,000만 원을 기준으로 지역업체 제한(도내 한정) 또는 전국입찰로 나누어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금액이 5억5,000만 원 미만인 경우 도내 업체만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하지만 5억5,000만 원 이상인 경우 전국 입찰로 용역을 발주하고 있다.

대부분의 용역기간은 1년 미만으로 용역금액 역시 5억5,0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제주에너지공사는 최근 특정 입찰과 관련해 기존 1년 미만이던 용역기간을 2년으로 늘려 입찰 공고를 냈다.

용역기간이 2배 이상 늘면서 공사금액도 5억5,000만 원 이상으로 올랐다. 때문에 도내 입찰이 아닌 전국입찰로 진행됐고 결국 도외업체에서 최종 낙찰을 받았다. 용역기간을 늘려 공사금액을 올린 뒤 은근슬쩍 지역제한을 해제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에너지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전국 입찰은 있었으나 실제로 육지부 업체에서 낙찰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제주지역 업체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단기용역이 아닌 장기용역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의견들이 있었다. 그런 부분 때문에 장기(용역기간 2년)로 해서 입찰이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주도내 일부 중소기업에서 용역기간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입찰 공고를 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해명이었다.

제주지역 중소기업이 장기계약을 위해 도내 한정 입찰을 포기하고 제주에너지공사에서도 제주도 중소기업의 뜻을 받아들여 전국 입찰을 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전국 입찰로 인한 문제점은 또 있었다. ‘인력 유출’이다.

도내 중소기업 관계자는 “최종 낙찰된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들 입장에서 2년 내외의 공사를 위해 본사의 전문인력을 제주도로 파견시키기 보다는 해당 분야 기술력을 가진 제주지역 중소기업의 인력을 빼가는 것이 유용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만약 중소기업이 인력개발에 투자해 만들어낸 기술자들을 육지부의 대기업에서 자본력을 앞세워 빼내간다면 도내 중소기업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제주도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관련 조례가 제정된 지 2년 가까이 됐으나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어서다.

제주도의회는 지난 2019년 4월 제37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제주특별자치도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안'을 가결시킨 바 있다.

문경운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조례안은 당시 전체 출석의원 37명 중 36명이 찬성하고 1명이 기권하면서 무리 없이 가결됐다. 기권자를 제외하면 출석의원 전원이 이 조례안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해 인정한 것이다.

이 조례 제정의 취지는 분명했다. 당시 문경운 의원은 “중소기업은 여러가지 부분에서 아직도 어렵다. 여전히 대기업 위주의 행정행위가 많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조례를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3월 취임한 황우현 제4대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Newsjeju
▲ 지난해 3월 취임한 황우현 제4대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Newsjeju

그렇다면 제주에너지공사 황우현 사장은 취임 이후 도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해 그간 어떠한 노력들을 해 왔을까?

도내 중소기업 관계자는 “제주에너지공사는 제주지역 공기업임에도 정작 도내 연관산업 육성 노력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황우현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그해 4월 도내 8개 전문기업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그런데 이 업무협약을 제외하면 도내 기업과의 협약은 거의 전무했다. 오히려 수도권 기업 등 육지부 기업과 더 많은 업무협약을 맺으며 상호 협력을 다짐해왔다.

황우현 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할 당시만해도 “지역의 중소기업을 에너지전문기업으로 육성하고 청년 벤처와 창업, 취업의 기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제주 에너지산업의 기반을 다짐과 동시에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한편 제주도내 에너지 전문인력 양성과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제주에너지공사의 당초 설립 취지 중 하나인 ‘제주지역 전문 중소기업 육성’이란 점을 상기한다면 공사의 설립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취임 당시 “도내 중소기업과 상생하겠다”던 황우현 사장의 ‘공언’이 결국 ‘허언’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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