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0대 과제 '깨끗한 농장' 추진 중... 제주도 13% 불과
제주자치도 "예산 한계 속 올해 200개소 인증 목표로 부단히 노력 중"

지난 2017년 중순, 제주특별자치도는 축산분뇨 무단투기 사태로 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한림읍 한 곳에서만 무려 1만 7000여 톤에 달하는 분뇨가 지하로 스며들었다. 실내수영장을 무려 10번이나 채울 수 있는 양이었다.

한림읍 외에 제주 곳곳에서 2017년 이전부터도 무단 투기돼 온 정황이 드러났다. 정화하기도 힘들 깊은 땅 속으로 스며들었고, 결국 제주 지하수가 오염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전수조사 결과, 가축분뇨법을 어긴 곳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이에 제주자치도는 '악취관리지역 지정제도'라는 칼을 빼들었고, 분뇨를 2회 이상 유출시켰을 시엔 아예 농장을 폐쇄 조치시키는 초강수까지 뒀다.

이 논란은 전국적으로 이슈화됐고, 급기야 정부에서도 그 해(2017년) '깨끗한 농장'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정부 100대 과제로 선정했다.

▲ 제주시가 가축분뇨를 2회 이상 무단으로 유출한 농가에 대해 허가를 취소키로 결정했다.  ©Newsjeju
▲제주시가 가축분뇨를 2회 이상 무단으로 유출한 농가에 대해 허가를 취소키로 결정했다. ©Newsjeju

# '깨끗한 축산농장'... 제주, 4.3%

'깨끗한 축산농장(Clean Livestock Farm)'은 농가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악취 발생을 방지해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해내는 농장을 말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연 2회(상·하반기) (재)축산환경관리원의 현장평가를 통해 지정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정취소 및 변경, 사후관리 점검을 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1만 호 조성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지정받은 농가는 악취저감시설이나 조경 관련 등 사육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시설 및 장비 설치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농가가 40%를 부담하면 행정(지방비)에서 60%를 지원한다. 지정 효력은 5년간이나, 연 2회 사후관리 점검을 통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탈락돼 지정취소된다. 실제 지난 2019년엔 1개 농장이, 지난해엔 3개 농장이 지정기준에서 탈락해 취소된 바 있다.

제주에선 지난 2017년 시행 첫 해에 39개소, 그 다음 해 2018년에 28개소, 2019년에 39개소, 지난해에 50개소의 축산농장을 '깨끗한 축산농장'으로 지정했다. 제주엔 총 1198개소(한우 735, 젖소 31, 돼지 260, 닭 172)의 축산농장이 있으며, 현재 이 가운데 156개소의 농장이 지정돼 있다. 약 13%가 지정돼 있는 셈이다.

시행 4년만에 13%의 지정 실적이 어느 정도의 성과인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전국 전체 인증 농장 수와 비교해보면 갈 길이 멀어 보이긴 하다. 지난해까지 전국에선 3629개소가 지정받았다. 전국 17개 시도 중 제주가 약 4.3%의 비율로 지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전국 대비 예산 1%'에 늘 직면해 있는 제주도정의 한계를 호소했다. 도 축산과 관계자는 "제주도의 전체 산업비중은 늘 전국 대비 1%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축산 악취의 주된 문제가 되고 있는)양돈 분야는 11.9%로 높은 편"이라고 항변했다.

양돈농가는 전국 590개소가 지정돼 있는 상태며, 제주에선 70개소가 있다. 전국 대비 비율이 11.9%이며, 제주도 내 양돈농가로만 한정하면 전체 260개소 중 70개소가 지정돼 있는 터라 26.9%에 이른다.

제주도정은 올해 전체 200개소 지정을 목표로 이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2030년엔 모든 농장을 지정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B농장 퇴비사앞 공터에 돼지사체를 무단매립하면서 폐사축에 가축분뇨까지 뿌려 분뇨슬러지가 발견됐다. 흙들도 검정색 분뇨슬러지 층으로 변해있는 모습.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지난 2017년, 농장 퇴비사앞 공터에 돼지사체를 무단매립하면서 폐사축에 가축분뇨까지 뿌려 분뇨슬러지가 발견됐다. 흙들도 검정색 분뇨슬러지 층으로 변해있는 모습.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

# 1억 7000만 원으로 11개 농장에 나눠주기

제주도는 올해 지정되는 '깨끗한 축산농장' 중 11개소(제주시 10, 서귀포시 1)에 지방비 1억 7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인센티브를 제공할 방침이다. 전체 사업비는 2억 8340만 원의 규모지만 지방비 지원부담분을 빼면 나머지 1억 1340만 원은 농가의 자부담이다.

즉, 1억 7000만 원을 11개의 농장에 나눠줘야 하는 셈이다. 농가당 1500만 원 정도의 예산 지원으로 축산악취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허나 이는 1년 지원 예산이며, '깨끗한 축산농장' 지정은 5년간 유효하므로, 지정기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매년 축산환경 개선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 농가로선 적지 않은 지원이다. 

축산농장에선 화단이나 꽃길 등 조경을 식재하거나 축사 주변 환경을 잘 정리정돈만 해도 '깨끗한 축산농장' 평가 심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농장에서 점검할 수 있는 자가 채점표도 가축 종류별로 아주 세분화 돼 있어 사업주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어느 부분에 투자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인센티브 지원액보다 '깨끗한 축산농장'이 받는 더 큰 매리트는 축산 관련 사업에 우선 지원되거나 평가 시 가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제주자치도는 축산 악취 저감 및 환경개선 관련 사업에만 무려 704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둔 상태다. 지난해는 226억 원이 편성됐었다. 물론 이는 공공처리시설에 투입되는 것이 큰 부분을 차지하나, 분뇨처리 지원사업이나 악취환경개선 사업에도 적지 않는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허나 정부 100대 과제 사업임에도 국비가 지원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부 축산환경지원과 정경석 과장은 "현재로선 이 사업으로 직접적인 국비 지원이 없지만 신규 사업을 다양한 방면으로 고민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제주 같은 경우도 액비 뿌릴 곳도 없어 축산분뇨와 악취 이슈가 많다는 걸 안다"며 "정화 처리나 축산농장에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법이 현재로선 이 제도밖에 없기 때문에 법적 제도화나 인센티브의 재정적인 부분 등에 대해 어떻게 활성화 시킬까를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행정의 지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농가에서의 자구노력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느냐는 게 농림부의 입장"이라며 "소규모나 고령농, 노후된 곳은 환경개선 노력에 더 분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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