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남수 의장, 고영권 정무부지사 불러 "이 따위로 일할거냐" 일갈... 분노 표출해

"정책결정을 도지사 혼자 하나, 참모들은 하는 게 없나"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이게 독선이 아니면 무어냐"
"갈등 종지부 찍자고 한 게 10일 전, 손바닥 뒤집듯 하면서 대통령 하겠다고?"
"이로 인해 앞으로 벌어지는 일들, 도지사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

좌남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이 11일 고영권 정무부지사를 불러 한 말들 중 일부다.

고영권 정무부지사와의 이날 대담은 좌남수 의장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이날 오후 2시, 의장실에 들어선 고영권 부지사는 좌남수 의장의 일갈에 쩔쩔매야 했다. 첫 마디부터 좌 의장의 분노가 고스란히 표출됐다.

좌 의장이 고 부지사를 보자마자 "대체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꾸짖자, 고 부지사는 "국토부에서 어제(10일)까지 여론조사 결과와 제2공항의 필요성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공문을 보냈기에 날짜에 맞춰서 보내야했고, 그에 앞서 이를 도민들에게 알리고자 한 기자회견이었다"고 해명했다.

좌 의장은 "언제부터 도지사가 국토부장관 말 한 마디에 쩔쩔맸다는거냐"며 "도의회와 갈등특위 만들어서 도출해 낸 것이 갈등유발 행위를 하지 말자는 게 아니었나. 사전에 단 한 마디 전혀 없이 파기하는 정책을 그 따위로 하느냐"고 일갈했다.

▲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지난 10일 원희룡 지사가 제주 제2공항 추진에 대한 입장 발표를 두고 11일 고영권 정무부지사를 불러 약속 파기에 따른 분노를 표출했다. ©Newsjeju
▲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지난 10일 원희룡 지사가 제주 제2공항 추진에 대한 입장 발표를 두고 11일 고영권 정무부지사를 불러 약속 파기에 따른 분노를 표출했다. ©Newsjeju

이에 고 부지사는 "기자회견이 의회와의 합의를 파기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도정에선 존중할 의사를 갖고 있고, 도민들이 궁금해하니 이해와 설득을 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한 것일 뿐"이라고 맞섰다.

그러자 좌 의장은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지 마라. 독선적인 지사가 아니라면 기자회견으로 입장 발표하기 전에 국토부에 보고해야 하니 (의회와 합의한 게 있었으니)사전에 도민과 의회에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다시 고 부지사가 "도민이나 도의회를 무시할 생각은 없다. 도민들의 걱정을 우려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교과서적인 발언으로만 일관하자, 좌 의장은 격한 분노를 쏟아냈다.

좌 의장은 "정치권 싸움박질로 피곤한 건 국민들이다. 그래서 가급적 싸우지 않으려고 제가 양보하고 소통하려 노력했는데 어떻게 단 한 마디 사전 조율도 없이 이렇게 나오면 어쩌자는 거냐"며 "게다가 성산주민 찬성의견이 많아서 그런 판단을 내렸다면, 도의회와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의논해야 하지 않나. 도정엔 참모들이 없나. 정책을 도지사 혼자만 하는거냐"고 쏘아붙였다.

고 부지사가 "도정에선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말하자, 좌 의장은 "그 일관된 태도를 바꾸라는 게 아니잖나. 최소한의 이해와 설득을 위해 사전에 대화를 나눴어야 했다는 게 아니냐. 왜 자꾸 그걸 생략하려는 거냐"고 꼬집었다.

또한 좌 의장은 "촛불혁명이 일어난 이유가 뭐냐. 대통령의 독단 때문이 아니냐. 이렇게 독선적으로 나가는 건 초등학생들도 다 안다"며 "그게 아니라면 왜 도민설득을 안 거치려는 거냐. 그 이유가 대체 뭐냐"고 물었다.

▲ 좌남수 의장으로부터 '쓴소리'를 잔뜩 들어야만 했던 고영권 정무부지사는 "지사에게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는 교과서적인 답변으로만 일관했다. ©Newsjeju
▲ 좌남수 의장으로부터 '쓴소리'를 잔뜩 들어야만 했던 고영권 정무부지사는 "지사에게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는 교과서적인 답변으로만 일관했다. ©Newsjeju

이에 고 부지사가 "도민 설득을 위해 기자회견을 했던 것"이라고 대답하자, 좌 의장은 "기자회견이 도민 설득하는 과정이라는 거냐. 말이 되는 소리냐"라며 "제2공항을 할거냐 말거냐가 아니다. 도민갈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좌 의장은 "지난달 22일, 갈등 종지부 찍자고 같이 가자고 한 게 불과 10일 전이다.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왔다갔다 해도 되는 것이냐"며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이 이러면 어떻게 국민들이 믿겠느냐"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좌 의장은 "의견이 다를 순 있다. 허나 정치는 통합이다.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고 하나로 가야 하는 것"이라며 "도와 의회가 싸우면 불행해지는 건 국민들이다. 서로 의논해서 조용히 나가자고 해서 이렇게 조율했던 게 아니냐. 소통정책관까지 만들어놓고선 지금 하는 게 뭐냐"고 비판의 강도를 더했다.

한편, 간담회 말미에 좌 의장이 "이로 인해 앞으로 제주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적으로 지사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제주도정을 향해 경고했다.

이에 고 부지사가 "지사도 책임 회피할 생각이 없고, 기꺼이 감수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답하자, 좌 의장은 "부지사 답변을 들어보면 변명에 급급하다. 유능한 지도는 통합할 줄을 안다"며 "그러면 반대 단체와 대화도 나누고 그래야 하는 게 아니냐. 도민을 우습게만 보지 말고, 도민을 위해 성의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고 부지사는 "오늘 지적과 의견을 유념하고 지사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11일 오전 11시 제주도청 3층 기자실에서 '제주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을 발표하며 여론조사에 관한 사항을 공개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지난해 12월 11일 제주 제2공항 여론조사에 관한 사항에 합의했다. 또한 이후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입장 발표를 자제해 또 다른 갈등유발 행위를 하지 말자고 합의한 바 있다. 허나 원희룡 지사는 올해 3월 10일에 이를 깨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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