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만 몰랐다?

동물들이 지진이나 기후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독일의 과학자 헬무트 트리부치는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178마리의 동물들이 지진 전에 보였던 특이행동 사례들을 모아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지진이 일어나기 전 가축들은 우리를 뛰쳐나가려 하며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기를 거부한다.

또 새의 무리가 갑자기 원을 그리며 날고, 호랑이와 같은 사나운 동물들은 유순하게 행동한다.

겨울잠을 자던 뱀과 곰 등이 밖으로 나오고 깊은 바다의 물고기들이 물 표면으로 떠오르기도 한다.

트리부치는 동물들이 이런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후 연구들에서 동물의 예민한 감각이 미세한 진동이나 전자파, 중력의 변화들을 감지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2003년 일본의 오사카대 연구팀은 지진 전에 쥐가 마구 돌아다니거나 얼굴을 긁는 행동을 보이는 것은 지진 때 관측되는 전자 펄스(박동)를 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하였다.

또 메기는 지진 전 지각이 무너질 때 발생하는 전자파를 포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물고기들이 폭풍우가 오기 전에 수면 위로 부상하는 것은 부레가 기압의 변화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동물들의 능력을 지진이나 기후 예측에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1969년 년 톈진시의 지진 때 동물들의 이상 행동으로 지진을 예측할 수 있었으며, 1975년 하이청의 지진 때에는 이를 보고받은 관청이 100만 명 이상의 주민을 대피시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두 번의 성공적 예측으로 자신감을 가졌던 중국의 과학자들은 아무런 전조현상이 없이 20만 명의 사망자를 낸 1976년 당산의 지진에서는 실망하고 말았다.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과학자들은 동물들의 예지력을 재해예측과 연결하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지진파 감지장치들이 구별하지 못하는 지진파들 간의 차이, 즉 수시로 발생하는 지진파들과 큰 지진 전에 나타나는 지진파의 차이를 동물들이 어떻게 알아보는지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인간은 자신에게만 없는 이 능력을 보완하기 위하여 최첨단 장비들로 자연재해를 예측하려고 애써왔다.

그러나 여전히 재해 때마다 동물들 뒤에 남겨져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인간들로서는 동물들의 예측력에 대한 연구 또한 계속해야 할 것이다. (펫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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