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포화로 유시민 때리는 것만 능사 아냐

"이번 6·2 지방선거는 유시민 후보가 야권 경기도지사 단일후보로 선출되면서 보수개혁 세력 대 친노 좌파 부활을 꾀하는 세력의 대결로 굳어졌다"

지난 14일 홍준표 한나라당 서울 선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홍 위원장은 "친노의 노이즈 마켓팅이 응집력있는 투표율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며 친노 세력의 '표' 응집력을 우려했다.

홍 위원장의 말처럼 이번 지방선거는 친노 인사들이 전국 16개 시·도지사 선거전에 무려 10개 지역에(서울 한명숙, 부산 김정길, 대구 김충환, 광주 정찬용, 경기 유시민, 강원 이광재, 인천 송영길, 충남 안희정, 경북 유성찬, 경남 김두관) 출사표를 내고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이런 가운데 친노 핵심인사인 유시민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후보 (국민참여·민주·민주노동당)의 추격세가 심상치 않다.

이를 반영하듯 한나라당은 연일 유 후보를 향해 정조준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정옥임 중앙 선대위 대변인은 13일(국민참여·민주 후보 단일화 이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로부터 구조조정 되었던 친노 인사가 관 뚜겅을 열고 나왔다"면서 "간판만 바꿨다고 블루칩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날 김문수 한나라당 후보 측의 최우영 대변인도 "유시민 후보는 선거판만 벌어지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전국구 철새, 일은 안하고 말만 많은 메뚜기 후보"라고 맹비난했다.

또 전여옥 중앙 선대위 스마트 유세단장은 "지난 총선 때 대구에 출마하면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반드시 막겠다'고 공약했는데 경기지사에 출마하는 만큼 이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가세했다.

여기에 김 후보의 선대위는 하루 2~3건씩 유 후보를 공격하는 논평을 발표하고 있다.

이같은 여당의 총공세에도 불구하고 17일 경기방송·OBS·경인일보 공동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46.1%, 유시민 38.9%로 격차가 7.2%p로 조사됐다.(경기도민 1000명 대상)

심지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5일 발표에 따르면 경기지사 가상대결을 실시한 결과, 김문수 47.0%, 유시민 41.3%의 지지를 얻어 두 후보간 격차가 5.7%p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 후보는 후보 단일화 이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에 15~20% 이상 한참 밀리는 후발주자였다.

이를 두고 여당 내 일각에서는 선거 전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즉 유 후보에 대해 파상 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추격을 허용한 것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것.

여당의 핵심 중앙위원은 "지금 처럼 파상 공세를 이어가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보수 진영의 결집을 이끌어 내야 한다"며 "유 후보가 천안함 사태는 북한과 관련 없다는 식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면서 친노 진영의 입맛에 맛는 행보를 앞장 서 하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는 한나라당 중앙 선대위 구성에 보수시민단체의 몫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난 대선 때 뉴라이트 전국연합을 비롯해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범우파 연합 세력이 강한 응집력을 보여 야당을 대파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보수시민단체 관계자는 "자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한나라당 중앙 선대위 구성을 보면 그 흔한 부위원장 자리 하나 내주지 않았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스킨쉽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했다.

보수 진영은 유 후보와 민주당 김진표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중재자로 4개 시민단체(희망과대안·2010연대·민주통합시민행동·시민주권)가 적극 참여한 것도 지지율 상승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여당 의원은 "선거 전략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말한 뒤 "선거 구도는 보수 대 친노 좌파 구도로 가고 있다"며 "공세와 함께 친노 좌파의 무능과 부패를 제대로 알려 그들이 심판의 대상임을 다시 각인 시켜, 보수층 결집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가에서는 친노 세력이 결집의 기점으로 삼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23일)가 다가온 가운데 이에 맞설 '보수 대결집'이 어느 선까지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는냐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커지고 있다./서울포스트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