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月

- 박목월 -

芳草峰 한나절
고운 암노루

아랫 마을 골작에
홀로 와서

흐르는 냇물에
목을 추기고

흐르는 구름에
눈을 씻고

열 두 고개 넘어 가는
타는 아지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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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고운 시이다.

삼월의 서정이 흐른다.

왜 하필 암노루인가. 토끼도 있고, 너구리도 있을 터인데 말이다.

노루, 그것도 고운 암노루가 던지는 이미지는 특이하다.

청록집(靑鹿集)에 나오는 시여서일까.

푸르름과 고고하고 깨끗한 노루, 골작, 흐르는 냇물, 흐르는 구름, 타는 아지랑이, 이들 모두가 시의 맛을 더하게 한다.

지금 3월인데, 바람은 많이 차다.

봄다운 봄은 그래도 음력 삼월이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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