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꼬리 무는 ‘합리적 의문’

민·군 합동조사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결론냈지만 여러 정황과 증거물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군 당국이 추가로 설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합조단 발표 가운데 의심이 집중되는 것은 지난 15일 쌍끌이 어선이 인양한 어뢰의 추진후부 안쪽에서 발견된 글자 ‘1번’이다. 합조단은 7년 전 수거한 북한의 훈련용 어뢰에 ‘4호’라는 표기가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1번’이 적힌 이번 어뢰도 북한의 군사무기라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합조단과 다른 해석을 내 놓고 있다. 북한에서는 물건에 순번을 부여할 때는 번(番) 대신 호(號)를 일반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군사용 무기에서 ‘번’을 사용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1일 “북한에서 나온 서적을 보면 물건에는 호를 붙인다”면서 “사람에게는 번을 쓸 수 있지만 물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합조단은 ‘번’이 적힌 다른 무기의 사례를 제시한 뒤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빠져 있다”면서 “살상용 무기는 훈련용과 차원이 달라 표식을 감추는 것이 기본인데 ‘번’이라는 생소한 표현으로 범행 흔적이 남아 있는 것에 대한 합조단의 설명이 빠져 있어 의문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북자들의 전언은 약간 다르다. 탈북자 박모씨(48)는 “일련번호는 기계로 찍지만 군수공장에서 무기를 식별하기 위해 페인트로 ‘몇 번’ 이렇게 표기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1번’이라는 글씨가 바닷속 수심 47m에서 50여일간 있었는데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도 의문스럽다. 합조단은 이 글씨가 유성잉크로 작성됐다고 추정했다. 게다가 ‘1번’ 표식 주변의 표면 부식정도가 큰 차이로 양호한 상태를 보이는 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조선설비업에 40년간 근무한 김모씨(67)는 “프로펠러는 부식을 막기 위해 비철합금을 사용하지만 동체의 다른 부분은 재질의 종류에 따라 부식 정도가 다르다”면서 “유독 글자가 쓰여진 부분만 부식이 덜 돼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통상 프로펠러를 설치하기 전에 그 제품을 완벽하게 닦아내는 퓨어리싱 작업을 거치는데 글씨가 남아 있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가 오락가락 행태를 보여 왔던 열상관측장비(TOD)의 존재를 은폐했다는 의혹도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침몰 사고 당시 물기둥 등이 찍힌 TOD 동영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분명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복수의 제보에 따르면 함수와 함미가 분리되는 장면을 본 합참관계자가 있다. 여러 방법으로 확인이 됐다. 이것을 본 합참 관계자의 소속과 계급, 실명까지 다 파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고당시 물기둥 관측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7일 천안함의 우현 견시병은 인터뷰에서 “꽝 소리와 진동은 있었지만 물기둥 같은 특별한 점은 없었다”고 했지만, 합조단의 최종 발표에서는 “폭발 당시 2~3초간 높이 약 100m의 백색 섬광 기둥을 관측했다”(백령도 해안초병 진술)로 변경됐다. 좌현 견시병은 “얼굴에 물이 튀었다”고 뒤늦게 소개됐으나 100m의 물기둥이 솟구쳐 튄 정도라는 데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명백한 사실은 북한이 발사한 어뢰에 ‘1번’이라고 써 있다는 것”이라며 ‘천안함 사고발생 순간의 TOD 영상은 분명히 없다. TOD와 관련해 허위사실이나 유언비어를 만들어 내는 분들의 행동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 밑에 위치한 소나 돔(음향탐지기 덮개)이 일부 파손된 것도 의문이다. 국방부는 “소나 돔의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볼 때 암초에 의한 좌초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이 찍은 사진을 보면 소나 돔의 측면에 크게 팬 자국이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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