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침투 흔적 안남기고 떠날 땐 물증 남긴 셈
ㆍ중국·러시아제 아닌 북한제 사용도 의문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북한 잠수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글씨가 씌어진 어뢰를 발사했다고 밝힌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합조단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신출귀몰’한 수법으로 NLL을 넘어 들어온 후 떠날 때는 공교롭게도 천안함 침몰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증명하는 ‘스모킹 건’(결정적인 물증)을 남긴 셈이 됐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군당국은 그동안 북한이 철저한 준비로 천안함을 기습공격했을 것이라고 밝혀 왔다. 또 북한 잠수정이 그물망 경계가 펼쳐진 서해 NLL을 그토록 쉽게 침투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하기 전 침몰 해상과 유사한 북측 해저에서 여러 차례 실전과 같은 훈련을 했을 것으로 군은 추정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추진기 부분이 통째로 남을 정도의 어뢰를 사용한 것은 자신들의 범행을 숨기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것 외에는 달리 해석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제나 러시아제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북한제인 ‘CHT-02D’ 어뢰를 발사한 것도 궁금한 점이다.

게다가 쌍끌이 어선이 지난 15일 함미 침몰 해상에서 건져 올린 어뢰의 추진기 프로펠러와 구동축 사이에서는 파란색 유성펜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1번’이란 글씨가 있다. 시중에서는 당장 “어뢰에 웬 손글씨”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합조단은 “현재 생산되는 어뢰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부품이 상이할 수 있다”며 “어뢰를 조립하고 정비와 관리를 쉽게 하도록 부호를 1번이라고 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1번이란 글씨는 제조과정에서 기술자들이 써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완성품은 알루미늄 외피로 싸여 있어 이를 사용하는 북한군은 내부에 글씨가 있는지 몰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조사본부 과학수사연구소는 이 잉크 성분분석에 들어갔다.

엉성하게 증거를 남긴 것과는 달리 북한은 매우 조용하게 백령도 해역까지 침투했다. 황원동 합조단 정보분석팀장(공군중장)은 “북한 잠수함이 수중으로 서해 외곽을 우회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치명적인 공격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가 야간에 목표를 식별하고 근접해서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장을 이탈할 때도 신속하게 침투한 경로로 되돌아갔다는 게 황 분석팀장의 설명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잠수정이 공해상에서 중국 어선들 틈에 끼여 백령도 해역에 침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잠수정이 초계활동을 위해 백령도 인근 해상으로 접근하는 천안함을 기다릴 때까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동의하기 힘든 대목이다. 북한 잠수정이 우리 해역으로 침투해 천안함에 어뢰를 발사했지만 군은 잠수정을 감지하기는커녕 어뢰가 발사돼 폭발하는 순간까지도 아무런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황 팀장은 “잠수함에 대한 가장 용이한 대응은 항구에 정박했을 때 식별하는 것”이라며 “수중 잠항이 시작되면 현재까지 개발된 세계 어느나라 과학기술로도 추적이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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