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광주고등법원 제주, 파기환송심 재판 징역 3년6개월 선고
A씨 2015년·2016년 각각 1심, 항소심 모두 '집행유예'
피해자 장애 여성 사전 인지 여부와 독자적인 일상생활 가능 여부 쟁점
대법원 "피해자, 장애로 일상 생활 어렵다···원심 판결 법리 오해"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약 8년 전 제주시내에서 강간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던 60대 남성이 파기환송 끝에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범죄 대상자가 장애인으로, 가중처벌이 인정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2015년 첫 재판부터 2021년 파기환송심까지 약 6년이다. 만일 피고인이 재상고하지 않는다면, 법의 심판은 이대로 종결된다.   

7일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67. 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13년 10월부터 제주시내 피해자 B씨 집에서 수차례 강제 추행 등을 일삼은 혐의를 받아왔다. 

1심 재판부는 2015년 10월 A씨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및 80시간의 사회봉사·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2년간 보호관찰을 선고했다.  강간의 죄는 인정됐지만 '장애인 위계 등 간음'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쟁점은 피해자가 지적장애등급을 받았다고 할지라도,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는 부분이었다.

성폭력범죄 특례법 제6조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해 간음하거나 추행한 자는 형법 제297조(강간)나 제298조(강제추행)의 형으로 처벌토록 명시됐다. 특례법은 장애인의 경우 대처능력이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많아 가중처벌이 취지다.  

피해자는 어릴 적 앓은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 뒤꿈치가 왼쪽에 비해 짧고, 시력이 나빴다. B씨는 1996년 장애인으로 등록됐고, 사건 당시는 지체(하지기능) 장애 3급(부장애 시각) 판정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평소 생활 방식 등을 토대로 독자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판단에 검찰은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피해자는 소아마비로 인한 지체장애와 시각장애를 가졌고, A씨가 신체장애를 범행에 이용했기에 고의성이 인정된다는 사유다. 

2016년 3월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동일한 판단을 내리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과거 대법원의 판결을 토대로 했다. 또 피고인 A씨가 범행 당시 피해자의 장애상태를 인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항소심 선고도 불복, 재판은 결국 대법원으로 향했다. 2021년 2월, 대법원 제3부는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광주고등법원으로 사건을 환송했다. 

대법원은 A씨는 사건 발생 전부터 피해자의 집을 방문하며 다리가 저는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B씨의 오른쪽 발바닥이 땅에 닿지 않아 타인의 부축이나 보조기구 없이는 보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한쪽 눈으로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했다. 

이 같은 결정은 원심 판결의 배경이 된 '독자적인 일상생활 가능'과 '피고인의 장애상태 불인식' 등을 부정하는 것이다. 즉, 원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대법원은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는 "집 근처에 혼자 거주하는 장애인을 수차례 강간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지만 합의를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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